(자료=맵스엔터테인먼트)
[한국정경신문 뷰어스=박정선 기자] 꾸벅 인사를 하더니 다짜고짜 주먹(주먹인사)을 내미는 키썸(본명 조혜령)이다. 처음 만난 기자가 어색할 법도 한데 말이다. 처음엔 어색함을 풀어보려는 일종의 제스처가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래퍼의 흔한 습관이라든지.
그렇게 주먹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근황을 물었다. 단지 ‘뭐하고 지냈는지’ 물었을 뿐인데 그 후로 그녀의 입은 쉬지 않았다. 앨범 준비로 바빴다는 이야기부터 앨범에 대한 설명까지. 이 인사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워딩으로 A4 용지 반쪽을 넘길 정도다. “자, 천천히”...앨범 얘기에 잔뜩 들떠 있는 그녀를 잠시 진정시키고 앨범 소개자료를 뒤적였다.
“기자님이 보고 있는 자료도 다 제가 썼어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잔뜩 썼다가 간단하게 한 장으로 줄였어요. 이번 앨범이 대단할 건 없지만 저에게는 애착이 가는 앨범이에요. 가수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자식 같은 곡이 있으면 성공한 거라고. 이런 마음이 든 게 처음이에요. 제가 만든 앨범이니까요.”
■ 24살 조혜령의 솔직한 이야기
23일 0시 공개된 키썸의 미니앨범 ‘뮤직’(MUSIK)은 피처링도 하나 없이 온전히 키썸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수록된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앨범은 있는 그대로의 키썸이 담겨 있다. 아니, 키썸이라기보다 ‘24살 조혜령(키썸의 본명)’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야 더 정확하다.
“이 앨범을 정의하자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요. 진부한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아니고 그렇다고 거창한 자전적 서사시도 아니에요. 그냥 솔직한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평소에 화장을 잘 안하고 다니는데 화장을 지우면 조혜령이 되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조혜령의 음악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조혜령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낸 곡은 더블타이틀곡인 ‘옥타빵’을 꼽을 수 있다. 그녀 역시 이 곡을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고 표현했다. 평소 그녀가 가장 제일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 키썸이 새로 태어나는 상징적인 공간이 바로 옥탑방이다. 그녀의 초심을 되찾을 수 있는 자전적인 곡이기도 하다.
“모든 곡에 저의 솔직한 감정들이 담겨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옥타빵’이 가장 조혜령스러운 곡이에요. 전 개인적으로 ‘옥타빵’을 선공개곡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가장 오래 작업하고, 가장 아끼는 곡이거든요. 그래도 ‘맥주 두 잔’이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도 공감을 해주신다는 걸 느꼈죠.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강강술래를 했을 정도라니까요?(웃음)”
(자료=맵스엔터테인먼트)
■ 솔직함은 언제나 옳다
키썸은 메모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다. ‘뮤직’의 수록곡들도 그의 휴대전화 메모에서부터 탄생했다. 아무리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지만 처음 도전하는 자작곡들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다.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혔을 수도 있고, 곡에 맞는 비주얼 요소들도 그녀의 손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직접 써볼 생각은 못했었죠. 구체적인 미니앨범 계획은 없었는데 ‘옥타빵’을 가장 먼저 들려드리니 주변에서 계속 작업해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미니앨범이 된 거죠. 막힐 때도 물론 있었어요. 그럴 땐 풀어내도 뭔가 찝찝함이 남아 있더라고요.(웃음) 작곡·작사를 하다 보니 외적인 것에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노잼’ 뮤직비디오 찍었을 당시가 한참 더웠을 때였어요. 하루 종일 땀을 흘리는데 평소였으면 짜증이 폭발했을 걸요? 그런데 그 과정마저 행복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메모를 슬쩍 보여줬다. 가사에 대한 메모도 있고, 2016년 목표도 적혀있었다. 지극히 사적인 것들도 있다. 그중 몇 가지는 ‘해외 4곳 가기’ ‘OST 참여하기’ ‘음원 1위하기’ ‘음원 10개 내기’ 등이다. 생각해보니 음원 10개의 목표에서 이번 앨범 수록곡으로 6개, 앞서 유성은과 함께 한 ‘질투’까지 6곡을 내놓았다. 딱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봤을 때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를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년 목표를 세운 건 2012년도부터였어요. 20살 때였죠. 그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인데 ‘꿈꾸는 다락방’을 읽었어요. 그 내용이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목표를 적어놓고 하루에 한 번씩 보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1년에 10개 목표를 세워 놓으면 못해도 반은 이루는 것 같아요. 작년에 세운 10개 목표는 신기하게도 다 이뤘어요. ‘우연인가, 내가 만들어낸 결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목표를 높게 잡으려고 하죠.”
키썸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인정받길 원했다. 그녀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보라색’이다. 보라색은 실제로 키썸이 좋아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보라색,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아름다운 색깔이다. 이번 앨범이 그렇다. 그녀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분명 대중성도 놓치지 않았고, 가사에서 주는 공감도 크다.
“이 노래를 듣고 다른 노래까지 찾아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곡들을 너무 사랑해서 한곡한곡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엄마 마음이 이렇겠죠?(웃음) 순위도 순위지만, 계속 들어주셨으면 해요. 잠잘 때, 밥 먹을 때, 드라이브 할 때. 일상생활에서 듣게 되는 그런 노래가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솔직함’과 ‘공감’이다. 솔직함은 언제나 옳다.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키썸, 아니 조혜령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만큼 대중들의 공감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그녀의 휴대전화에 적혀있던 2016년 목표들 중 ‘음원 1위’ 목표가 선공개곡에 이어 또 한 번 이뤄지길 바란다.
아, 앞서 언급했던 그 어색했던 주먹인사 말인데, 인터뷰를 하면서 손뼉만 몇 번을 부딪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색함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덕분에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또 주먹을 맞댔고, 이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