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알 만한 사람은 들은 다 아는 오왼 오바도즈는 엠넷 ‘쇼미더머니’에 두 시즌 출연해 꽤 화제를 모았던 래퍼다. 하지만 인기나 스타덤은 그의 삶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쇼미더머니’ 출연 당시 화가 가득했다던 그는 직설적이지만 꽤 예리한 말들로 한국 힙합에 일침을 건넨다. “힙합이라는 문화가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힐 정도의 행보가 있었나 싶어요. 수많은 행사나 방송을 통해서 엔터테인먼트로 소모가 되는 것뿐이지 온전히 문화로서 다뤄진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는 말마다 거침없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우려스러울 정도다.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오왼은 세상과의 타협은 곧 스스로를 죽이는 고통스러운 행위라 말한다. 최근 발매한 정규 ‘Problematic’에는‘Youth’와 ‘개폼’ 투 타이틀곡을 내세웠다. 이 두곡을 통해 바보상자를 벗어나라고 말하는 그는 끝까지 자신만의 ‘폼’을 고집한다. “나만의 폼이요? 상투적인 표현일수도 있는데 ‘나는 나’이고 싶어요. 내가 나라는 걸 져버리기 싫어요. 끝까지 개폼부리며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순전히 나로 살았던 순간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데비라는 래퍼와 클럽에 다니면서 공연할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들어가면서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을 해야 했고 업계안에서 타겟이 되는 대상을 위해 맞춤 제작을 하려면 온전한 나일수가 없더라고요. 내 스타일대로 하면 후폭풍이 있어서 스스로를 죽여야 했죠. 그게 제일 고통스러워요.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끝까지 내 폼을 다 버리진 못할 것 같아요.” ‘Youth’와 ‘개폼’이라는 투 타이틀곡을 통해서도 오왼이 말한 폼의 갈등을 느낄 수 있다. ‘Youth’는 오왼의 확고한 음악적 취향이 깃든 전형적인 올드스쿨 곡이고, ‘개폼’의 경우는 장르와 멜로디적인 부분에서 대중성이 묻어난다. 이에 대해 오왼은 “둘 다 원하는 느낌의 곡이긴 했다. ‘개폼’의 경우는 그루비룸이 편곡을 해주면서 곡 느낌이 바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겠다고 우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의견을 반반 맞춰서 작업했다. 그 친구들의 대중성이 가미된 곡을 끝내 져버리지 못했다. ‘City’이후로 콤플렉스가 생겨서 대중적인 노래는 두 번 다신 안 만들겠다고 다짐 했는데 ‘개폼’이 대중가요처럼 나왔다. 절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가 랩으로 못하는 부분을 그루비룸이 음악성으로 채워주는 거니까 정말 좋다”고 말한다. 이 두곡 외에도 오왼의 새 앨범엔 무려 18곡이나 수록됐다. 대중성에 대한 회의감을 커버할 만큼의 작업량이다. 그저 열심히 작업했다는 그는 별다른 대답 없이 “좋아서”라는 말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특히 의식의 흐름대로 곡을 쓴다는 그는 한 번에 완벽함을 도출해내려 하지 않는다. 여러 번 고치고 정리해 멋있다고 판단될 때까지 곡을 수정한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지만 책임감도 함께 짊어지고 사는 그다. ‘쇼미더머니’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시즌 3, 4에 연달아 도전한 그는 당시 화가 많이 난 상태로 오디션에 임했다. 거기에 갓 제대한 후 첫 사회 활동이었으니 자신감과 패기가 어느 정도였을 지 짐작이 간다. “전역하고 나오니 주위서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백지 상태였죠. ‘나 정말 잘하는데 얼마나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패기 하나로 나갔죠. 방송은 음악이랑은 또 다른 풀(pool)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 세계는 내 재능만 가지곤 안 된다는 걸 체감했죠. 그렇게 시즌3를 탈락한 뒤 1년 동안 열심히 믹스테잎을 내면서 좋아하는 삶을 살았어요, 시즌4때는 이 정도 했으면 무조건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재도전을 한 거죠. 빠른 스타덤을 바라고 나간 것 같기도 해요. 1년 사이에 내놨던 작품이 많아서 이정도면 할 수 있다하고 나갔는데 그 자만함이 방심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순간의 실수는 탈락으로 이어졌다. 1대1 미션 당시 비몽사몽 한 상태로 무대에 올랐던 그는 결국 가사를 잊어버렸다. 자신감 넘쳤던 그에게 탈락은 큰 충격이었지만 결국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돌다리도 두드려봤어야 했다. 그래도 거기서 떨어진 게 다행인 것 같다. 본 경연까지 올라서 팬덤이 생겼다면 지금 내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등한시 했을 수도 있다. 그때는 경거망동하고 화가 가득 차있었다”고 회상한다. ‘쇼미더머니’ 이후 오왼의 삶은 달라진다. 한국 힙합 문화 자체에 큰 괴리감을 느낀 것이다. 그는 결코 한국인들은 미국의 본토 힙합을 따라할 순 없다고 말한다. 미국인이 한국의 판소리를 그대로 소화할 수 없는 것을 예로 들었다.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오왼은 자연스럽게 힙합 문화에 녹아들었다. 그의 힙합은 자연스러운 삶을 통해 축적됐다. 또한 그는 힙합이 갖는 저항성을 음악으로 실현시키는 몇 안 되는 래퍼기도 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내가 들썩였을 때 비판곡을 발매했다. 스스로를 방랑자라 칭한 그는 한국 힙합 문화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유롭지만 날선 랩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중이다.  “한국 힙합계의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어요. 힙합이 문화적으로 알려진 게 없이 소모만 되고 있는 상황이죠. 진짜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더 관심을 가져서 찾아보게 되는 호기심이 있을 거잖아요. 미국의 본토 힙합을 찾아 듣다가 다시 한국 힙합으로 돌아왔을 때 내 음악을 듣고 문화적,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일들과 힙합을 접목시킨 음악이 힙합이라는 걸 교과서처럼 배웠으면 좋겠어요. 내 힙합만 옳다고 하는 건 오만한 것 같지만 올바른 힙합의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주보기] 오왼 오바도즈 “‘쇼미’ 재능만으론 안 돼..탈락한 게 오히려 다행”

이건형 기자 승인 2017.09.14 09:34 | 최종 수정 2135.05.29 00:00 의견 0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알 만한 사람은 들은 다 아는 오왼 오바도즈는 엠넷 ‘쇼미더머니’에 두 시즌 출연해 꽤 화제를 모았던 래퍼다. 하지만 인기나 스타덤은 그의 삶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쇼미더머니’ 출연 당시 화가 가득했다던 그는 직설적이지만 꽤 예리한 말들로 한국 힙합에 일침을 건넨다.

“힙합이라는 문화가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힐 정도의 행보가 있었나 싶어요. 수많은 행사나 방송을 통해서 엔터테인먼트로 소모가 되는 것뿐이지 온전히 문화로서 다뤄진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는 말마다 거침없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우려스러울 정도다.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오왼은 세상과의 타협은 곧 스스로를 죽이는 고통스러운 행위라 말한다. 최근 발매한 정규 ‘Problematic’에는‘Youth’와 ‘개폼’ 투 타이틀곡을 내세웠다. 이 두곡을 통해 바보상자를 벗어나라고 말하는 그는 끝까지 자신만의 ‘폼’을 고집한다.

“나만의 폼이요? 상투적인 표현일수도 있는데 ‘나는 나’이고 싶어요. 내가 나라는 걸 져버리기 싫어요. 끝까지 개폼부리며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순전히 나로 살았던 순간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데비라는 래퍼와 클럽에 다니면서 공연할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들어가면서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을 해야 했고 업계안에서 타겟이 되는 대상을 위해 맞춤 제작을 하려면 온전한 나일수가 없더라고요. 내 스타일대로 하면 후폭풍이 있어서 스스로를 죽여야 했죠. 그게 제일 고통스러워요.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끝까지 내 폼을 다 버리진 못할 것 같아요.”

‘Youth’와 ‘개폼’이라는 투 타이틀곡을 통해서도 오왼이 말한 폼의 갈등을 느낄 수 있다. ‘Youth’는 오왼의 확고한 음악적 취향이 깃든 전형적인 올드스쿨 곡이고, ‘개폼’의 경우는 장르와 멜로디적인 부분에서 대중성이 묻어난다. 이에 대해 오왼은 “둘 다 원하는 느낌의 곡이긴 했다. ‘개폼’의 경우는 그루비룸이 편곡을 해주면서 곡 느낌이 바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겠다고 우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의견을 반반 맞춰서 작업했다. 그 친구들의 대중성이 가미된 곡을 끝내 져버리지 못했다. ‘City’이후로 콤플렉스가 생겨서 대중적인 노래는 두 번 다신 안 만들겠다고 다짐 했는데 ‘개폼’이 대중가요처럼 나왔다. 절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가 랩으로 못하는 부분을 그루비룸이 음악성으로 채워주는 거니까 정말 좋다”고 말한다.

이 두곡 외에도 오왼의 새 앨범엔 무려 18곡이나 수록됐다. 대중성에 대한 회의감을 커버할 만큼의 작업량이다. 그저 열심히 작업했다는 그는 별다른 대답 없이 “좋아서”라는 말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특히 의식의 흐름대로 곡을 쓴다는 그는 한 번에 완벽함을 도출해내려 하지 않는다. 여러 번 고치고 정리해 멋있다고 판단될 때까지 곡을 수정한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지만 책임감도 함께 짊어지고 사는 그다.

‘쇼미더머니’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시즌 3, 4에 연달아 도전한 그는 당시 화가 많이 난 상태로 오디션에 임했다. 거기에 갓 제대한 후 첫 사회 활동이었으니 자신감과 패기가 어느 정도였을 지 짐작이 간다.

“전역하고 나오니 주위서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백지 상태였죠. ‘나 정말 잘하는데 얼마나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패기 하나로 나갔죠. 방송은 음악이랑은 또 다른 풀(pool)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 세계는 내 재능만 가지곤 안 된다는 걸 체감했죠. 그렇게 시즌3를 탈락한 뒤 1년 동안 열심히 믹스테잎을 내면서 좋아하는 삶을 살았어요, 시즌4때는 이 정도 했으면 무조건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재도전을 한 거죠. 빠른 스타덤을 바라고 나간 것 같기도 해요. 1년 사이에 내놨던 작품이 많아서 이정도면 할 수 있다하고 나갔는데 그 자만함이 방심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순간의 실수는 탈락으로 이어졌다. 1대1 미션 당시 비몽사몽 한 상태로 무대에 올랐던 그는 결국 가사를 잊어버렸다. 자신감 넘쳤던 그에게 탈락은 큰 충격이었지만 결국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돌다리도 두드려봤어야 했다. 그래도 거기서 떨어진 게 다행인 것 같다. 본 경연까지 올라서 팬덤이 생겼다면 지금 내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등한시 했을 수도 있다. 그때는 경거망동하고 화가 가득 차있었다”고 회상한다.

‘쇼미더머니’ 이후 오왼의 삶은 달라진다. 한국 힙합 문화 자체에 큰 괴리감을 느낀 것이다. 그는 결코 한국인들은 미국의 본토 힙합을 따라할 순 없다고 말한다. 미국인이 한국의 판소리를 그대로 소화할 수 없는 것을 예로 들었다.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오왼은 자연스럽게 힙합 문화에 녹아들었다. 그의 힙합은 자연스러운 삶을 통해 축적됐다. 또한 그는 힙합이 갖는 저항성을 음악으로 실현시키는 몇 안 되는 래퍼기도 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내가 들썩였을 때 비판곡을 발매했다. 스스로를 방랑자라 칭한 그는 한국 힙합 문화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유롭지만 날선 랩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중이다. 

“한국 힙합계의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어요. 힙합이 문화적으로 알려진 게 없이 소모만 되고 있는 상황이죠. 진짜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더 관심을 가져서 찾아보게 되는 호기심이 있을 거잖아요. 미국의 본토 힙합을 찾아 듣다가 다시 한국 힙합으로 돌아왔을 때 내 음악을 듣고 문화적,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일들과 힙합을 접목시킨 음악이 힙합이라는 걸 교과서처럼 배웠으면 좋겠어요. 내 힙합만 옳다고 하는 건 오만한 것 같지만 올바른 힙합의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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