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타블로 인스타그램) [뷰어스=문서영 기자] 대중은 왜 음모론에 열광할까. 대형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음모론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굳이 대형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음모론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형 사안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연예인의 이름이 1위를 차지할 때면 관례처럼 “뭘 또 덮으려고”라는 댓글이 등장할 정도다. 세상 사람들이 수군대는 음모는 정말 있는 걸까? 세상을 뒤덮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음모론의 진실은 뭘까. 아쉽게도 그 흥미로운 마당에서 나는 발을 뺀 부류다. 음모론이 어떻게 사람들을 잠식하고 뇌를 멈추게 하는지 직접 목격한 탓이다. 에픽하이 타블로가 학력위조 논란에 휩싸였을 때였다. 그 때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가 왕성하게 타블로를 공격할 때였고 여러 방송사가 스탠퍼드 대학교에 다녀온 터였다. 스탠퍼드 대학교 동기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할 정도였다. 그래도 믿는 사람보다 안 믿는 사람만 늘었다. 타블로의 팬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들어가 본 스탠퍼드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래퍼 대니얼 리(타블로 영문이름)가 논란을 씻어내고자 스탠퍼드대로 돌아왔다(Rapper-poet DANIEL LEE returns to Stanford to clear his name)’는 학내 기사를 발견했다. 교무담당자와 교수들이 줄줄이 타블로의 결백을 증명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스탠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스탠퍼드인들의 이슈를 다룬 페이지. 영문으로 게재된 기사를 국내에 전했다.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를 바랐다. 그런데 뜬금없게도 다음날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에게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세상의 이슈와 연예인들의 뒷담화에 열을 올리던 패션 담당 에디터였다. 선배는 ‘타진요’를 언급하며 “네 기사가 ‘타진요’에 올라왔다”고 전해줬다. “그러냐”고 응대하다 뜨악한 부분은 선배의 말이었다. “‘타진요’에서 네가 돈 받고 이 기사 썼을 거라고 언론이 썩었다고 난리야.” “푸하하” “근데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아. 너 ‘타진요’ 들어와 봤어? 타블로에게 진짜 뭔가 있는 것 같아. 너무 확실한 진실들이 있어.” “선배, 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타블로한테 돈이라도 받았다는 거예요?” “그랬을 수도 있지! ‘타진요’가 괜히 이런 저런 증거를 들이대겠어? 너도 한번 들어와서 봐봐. 그럼 너도 저런 기사 못 쓸걸. 진짜 진실은 따로 있다니까?” 순간 소름이 끼쳤다. 애써 패션 에디터니까, 원래 세상의 소문에 호기심이 많아 누구누구가 동성애자니 그걸 감추려 결혼했다느니 하던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자 했다. 그러나 그녀처럼 세상 사람들의 의혹은 진화될 줄 몰랐고 ‘타진요’ 왓비컴즈의 실체가 드러난 후에야 진실이 밝혀졌다. 그 자리에 늘 있던 진실이었다. 그러나 어이없는 희생양이 된 타블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없었다. (사진='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책표지) 누군가 작정하고 호도할 경우 음모는 진실보다 더 진실 같아진다.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의 톄거(본명 천린쥔)도 이 점에 주목했다.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는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조직 프리메이슨, 세계대전을 일으킨 배후세력, 미국 금융을 둘러싼 음모론, 중국 백신에 대한 진실까지. 세계에 떠도는 음모론에 대해 다룬다. 서양문화사와 유대문화사를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는 저자는 예리하게 각종 음모론을 파고든다. 특히 톄거는 서양 근대사와 금융발전사를 해석해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쑹훙빙의 ‘화폐전쟁’이 표절이라 규정한다. 미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돈의 지배자들’이란 다큐멘터리를 그대로 가져다 베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의 지배자들’에 신빙성은 있을까? 진실은 아니다. 미 연방준비은행(FRB) 음모론으로 떠돌아 다니는 의혹들의 진실은 대학 교재에 상세히 명시돼 있을 정도다. 공부하지 않은 엄청난 상상력이 그럴싸한 음모론을 만들어낸 셈이다. 톄거는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를 통해 세계 주요 음모론들을 이런 식으로 파헤쳐간다. 꽤 신빙성이 있어 ‘이게 사실인가’ 싶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먼저 소개하고 그 음모론의 실체를 조명한다. 어떤 음모는 외국 사이트에서 등장하는 것들이 각색돼 옮겨오는 것들이다. 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 말미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음모는 작가마저도 믿을 뻔했지만 황당무계한 외계인 연관설로 흘러가기도 한다. 톄거는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자신이 추적하고 파헤친 음모론의 진실을 통해 세상을 휘감은 음모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바로 의심이다. 의구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지극히 건강한 사유다. 그런데 의심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된다면 어떨까. ‘나는 의심한다’가 ‘고로 참이다’로 바뀌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같은 맥락에서 음모론 역시 철저히 냉정한 눈으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냉정한 의심 뒤에는 분석과 본질을 들여다보는 정성도 필요하다. 적어도 갖은 이유로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휘둘리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선. 그런 점에서 톄거는 음모론의 안개에 갇힌 대중이 건전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요즘 판형에 비해 조금 큰 사이즈다. 두께는 있지만 ‘음모’라는 인류의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금세 읽어내려 갈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중국인이 쓴 책이다. 책 전반적으로 중국이 세계 중심인 양 중국의 상황, 예시 등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들을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흥미진진한 세계의 음모론 이면을 접할 수 있다.

천재라 불리던 그가 음모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문서영 기자 승인 2017.11.02 13:56 | 최종 수정 2135.09.04 00:00 의견 0
(사진=타블로 인스타그램)
(사진=타블로 인스타그램)

[뷰어스=문서영 기자] 대중은 왜 음모론에 열광할까. 대형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음모론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굳이 대형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음모론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형 사안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연예인의 이름이 1위를 차지할 때면 관례처럼 “뭘 또 덮으려고”라는 댓글이 등장할 정도다. 세상 사람들이 수군대는 음모는 정말 있는 걸까? 세상을 뒤덮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음모론의 진실은 뭘까.

아쉽게도 그 흥미로운 마당에서 나는 발을 뺀 부류다. 음모론이 어떻게 사람들을 잠식하고 뇌를 멈추게 하는지 직접 목격한 탓이다. 에픽하이 타블로가 학력위조 논란에 휩싸였을 때였다. 그 때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가 왕성하게 타블로를 공격할 때였고 여러 방송사가 스탠퍼드 대학교에 다녀온 터였다. 스탠퍼드 대학교 동기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할 정도였다. 그래도 믿는 사람보다 안 믿는 사람만 늘었다. 타블로의 팬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들어가 본 스탠퍼드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래퍼 대니얼 리(타블로 영문이름)가 논란을 씻어내고자 스탠퍼드대로 돌아왔다(Rapper-poet DANIEL LEE returns to Stanford to clear his name)’는 학내 기사를 발견했다. 교무담당자와 교수들이 줄줄이 타블로의 결백을 증명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스탠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스탠퍼드인들의 이슈를 다룬 페이지. 영문으로 게재된 기사를 국내에 전했다.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를 바랐다. 그런데 뜬금없게도 다음날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에게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세상의 이슈와 연예인들의 뒷담화에 열을 올리던 패션 담당 에디터였다. 선배는 ‘타진요’를 언급하며 “네 기사가 ‘타진요’에 올라왔다”고 전해줬다. “그러냐”고 응대하다 뜨악한 부분은 선배의 말이었다.
“‘타진요’에서 네가 돈 받고 이 기사 썼을 거라고 언론이 썩었다고 난리야.”
“푸하하”
“근데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아. 너 ‘타진요’ 들어와 봤어? 타블로에게 진짜 뭔가 있는 것 같아. 너무 확실한 진실들이 있어.”
“선배, 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타블로한테 돈이라도 받았다는 거예요?”
“그랬을 수도 있지! ‘타진요’가 괜히 이런 저런 증거를 들이대겠어? 너도 한번 들어와서 봐봐. 그럼 너도 저런 기사 못 쓸걸. 진짜 진실은 따로 있다니까?”

순간 소름이 끼쳤다. 애써 패션 에디터니까, 원래 세상의 소문에 호기심이 많아 누구누구가 동성애자니 그걸 감추려 결혼했다느니 하던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자 했다. 그러나 그녀처럼 세상 사람들의 의혹은 진화될 줄 몰랐고 ‘타진요’ 왓비컴즈의 실체가 드러난 후에야 진실이 밝혀졌다. 그 자리에 늘 있던 진실이었다. 그러나 어이없는 희생양이 된 타블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없었다.

(사진='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책표지)
(사진='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책표지)

누군가 작정하고 호도할 경우 음모는 진실보다 더 진실 같아진다.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의 톄거(본명 천린쥔)도 이 점에 주목했다.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는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조직 프리메이슨, 세계대전을 일으킨 배후세력, 미국 금융을 둘러싼 음모론, 중국 백신에 대한 진실까지. 세계에 떠도는 음모론에 대해 다룬다. 서양문화사와 유대문화사를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는 저자는 예리하게 각종 음모론을 파고든다.

특히 톄거는 서양 근대사와 금융발전사를 해석해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쑹훙빙의 ‘화폐전쟁’이 표절이라 규정한다. 미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돈의 지배자들’이란 다큐멘터리를 그대로 가져다 베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의 지배자들’에 신빙성은 있을까? 진실은 아니다. 미 연방준비은행(FRB) 음모론으로 떠돌아 다니는 의혹들의 진실은 대학 교재에 상세히 명시돼 있을 정도다. 공부하지 않은 엄청난 상상력이 그럴싸한 음모론을 만들어낸 셈이다.

톄거는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를 통해 세계 주요 음모론들을 이런 식으로 파헤쳐간다. 꽤 신빙성이 있어 ‘이게 사실인가’ 싶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먼저 소개하고 그 음모론의 실체를 조명한다. 어떤 음모는 외국 사이트에서 등장하는 것들이 각색돼 옮겨오는 것들이다. 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 말미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음모는 작가마저도 믿을 뻔했지만 황당무계한 외계인 연관설로 흘러가기도 한다. 톄거는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자신이 추적하고 파헤친 음모론의 진실을 통해 세상을 휘감은 음모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바로 의심이다. 의구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지극히 건강한 사유다. 그런데 의심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된다면 어떨까. ‘나는 의심한다’가 ‘고로 참이다’로 바뀌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같은 맥락에서 음모론 역시 철저히 냉정한 눈으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냉정한 의심 뒤에는 분석과 본질을 들여다보는 정성도 필요하다. 적어도 갖은 이유로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휘둘리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선. 그런 점에서 톄거는 음모론의 안개에 갇힌 대중이 건전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요즘 판형에 비해 조금 큰 사이즈다. 두께는 있지만 ‘음모’라는 인류의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금세 읽어내려 갈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중국인이 쓴 책이다. 책 전반적으로 중국이 세계 중심인 양 중국의 상황, 예시 등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들을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흥미진진한 세계의 음모론 이면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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