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희, 심희섭, 지일주(사진=각 소속사)
[뷰어스=이건형 기자]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요리사 온정선(양세종)과 작가 이현수(서현진)의 러브스토리를 담아낸 로맨스물이다. 이 둘이 사랑을 이루는 과정들은 뻔한 듯 진부하다. 대사도 귀에 익은 어투는 아니다. 다소 오글거린 달까. 하지만 이 오글거림은 대사가 주는 메시지가 무거워서다. 이게 ‘사랑의 온도’만의 매력이다. 여기에 극의 무게감을 덜어줌과 동시에 또 다른 재미를 안기는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제몫을 넘어 큰 비중을 이룬다. 조연배우들의 등장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사랑의 온도’ 속 환기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배우들을 꼽아봤다.
#심희섭
심희섭은 ‘사랑의 온도’에서 온정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굿스프의 수 셰프 최원준 역을 맡았다. 한때 의사였지만 꿈을 위해 과감히 가운을 벗었고, 지홍아(조보아) 앞에선 밀당도 할 줄 모를 만큼 사랑에 솔직하다. 심희섭은 이런 최원준 역할을 꽤 멋스럽게 소화한다. 미남은 아니지만 훈남이고, 담백하게 묻어나는 연기는 최원준을 매력적인 남자로 보이게 한다.
아직까지 대중에게 낯선 배우인 심희섭은 벌써 나이가 32살이다.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을 보고난 뒤 배우를 꿈꾸게 됐다. 무대에 선 배우의 감정 연기에 감동받았다. 다소 소극적이던 그에게 연기는 멋있게 느껴졌다고. 솔직한 감정표현을 못했던 자신에 비해 배우들의 감정표현은 그에게 열망의 불을 지폈다.
그렇게 배우의 꿈을 안고 경기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2013년 영화 ‘1999, 면회’로 데뷔했다. 독립영화긴 했지만 나름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변호인’ ‘족구왕’ ‘암살’ ‘범조의 여왕’ ‘경성학교’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지난해 ‘흔들리는 물결’로 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기회는 연달아 찾아왔다. 박신양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tvN ‘배우학교’를 통해 예능까지 출연하게 된 것이다. 당시 진중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올해 초 MBC 드라마 ‘역적’에서 주조연급으로 캐스팅 됐다. 사극 연기도 무난히 소화했다.
심희섭의 가장 큰 장점은 눈빛이 주는 무게감이다. 그를 더 알고 싶다면 ‘흔들리는 물결’을 찾아보길 권한다.
#이초희
이초희는 극중 현수의 후배 황보경 역을 맡았다. 김준하(지일주)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현수를 잘 따르는 의리녀다. 예쁜 역할은 아니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한다. 엉성한 사투리마저 귀엽게 느껴질 만큼. 동그리 안경에 곱슬머리도 찰떡같이 소화하며 두 주인공 못지않게 사랑받는 캐릭터다.
이초희는 극중 활달해 보이는 성격과 달리 실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러한 성격은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도 연관된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려고 10살에 연기학원을 다니다 배우를 꿈꾸게 됐다. 하다 보니 연기가 좋아졌다는 그는 부모의 반대에도 서울예술대학 연기과에 진학했다.
이후 그는 영화 ‘세인트 지미’ ‘파수꾼’ ‘오리엔테이션’ ‘신촌좀비만화’ ‘인생은 새옹지마’ 등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거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방송 연기는 영화에 비해 늦게 시작했다. 지난 2014년 ‘감격시대’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그는 ‘참 좋은 시절’ ‘꽃할배수사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하녀들’ ‘후아유-학교 2015’ ‘육룡이 나르샤’ ‘운빨로맨스’까지 쉴틈없이 작품에 출연했다.
위의 작품 중 이초희의 매력을 꼽을 수 있는 작품으로 ‘꽃할배수사대’를 추천한다. ‘사랑의 온도’ 속 분위기와 가장 닮아있는 캐릭터다.
#지일주
지일주는 극중 현수 대학 선배면서 정우(김재욱)의 후배인 김준하 역을 맡았다. 극 초반 현수와 정우를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고된 촬영에 늘 초췌한 얼굴을 한 그는 남의 집(현수, 정우)을 들락거리며 무전취식을 일삼는다. 밉상 짓을 일삼지만 눈웃음과 특유의 넉살로 나름의 매력을 발산한다. 뒤돌아보면 눈에 밟히는 캐릭터다.
지일주는 얼굴은 낯익은데 이름은 낯선 배우다. 지난 2007년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로 데뷔한 그는 벌써 10년차가 됐다. 그는 본래 수학선생님을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중학생 시절 즐겨보던 만화책에 연극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인생이 바뀌었다. 로망을 품게 된 그는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갔다가 연기에 푹 빠져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다. 대학도 서울예대 연기과를 전공했다.
이후 그는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 하나는 확실히 알렸다. 영화는 ‘님은 먼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글러브’ ‘앵두야 연애하자’ 등 총 4편에 출연했다. 드라마는 ‘온에어’ ‘태양의 여자’ ‘자명고’ ‘산부인과’ ‘골든타임’ ‘아르곤’ ‘청춘시대’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여러 작품에 등장했다.
지일주는 그간 조연을 주로 맡아왔지만 내면 연기는 탄탄한 편이다. 그의 또 다른 모습이 궁금하다면 ‘청춘시대’를 추천한다. ‘사랑의 온도’와 반대되는 섬뜩한 연기가 색다른 매력(?)을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