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늘이엔티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이승환은 자신의 콘서트명 ‘공연의 끝’을 두고 “공연 기획사에서 자극적인 걸 내보자고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면 이 말은 물론 여유 넘치는 우스갯소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승환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공연의 끝: 하이엔드(High-end)’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 이승환이 펼쳐낸 무대의 향연이었다. 무대 하나하나는 디테일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어 각각의 공연이 됐다. 그리고 공연들이 한데 모여 ‘공연의 끝’에 다다랐다. ■ 확실한 무대구성, 이승환이니까 한다 지난 2일 만난 이승환은 샤막 뒤에서 흰 날개를 착용하고 신비롭게 등장했다. 첫 곡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 흘러나오자마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임팩트 있는 오프닝을 연 이승환은 ‘사랑하나요’ ‘화양연화’ ‘그 한사람’ ‘내게만 일어나는 일’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각 무대는 콘셉트가 확실했다. 조명과 레이저는 리듬에 맞춰 변하며 공간감을 부여했다. ‘화양연화’에서는 천장에서 원형 모양의 조명들이 내려와 장관을 연출했고, ‘내게만 일어나는 일’에서는 난타 소리에 어울리는 붉은 조명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웅장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냈다. 특히 ‘당부’에서는 거문고 소리를 레이저 조명으로 형상화해 인상 깊었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붉은 레이저는 거문고의 현 모양을 만들었고, 멜로디의 음계에 해당하는 현(레이저)은 흔들리며 소리의 울림을 그대로 표현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게 분명하다 보니 무대 구성 역시 탁월했다. ‘그 한사람’과 ‘가족’ 등 무대에는 사람들의 실사가 등장해 현실감을 높였다. ‘돈의 신’에서는 이승환이 무대 상단 단상에 올라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공연의 또 다른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냈다. 머니건으로 소품용 지폐를 흩뿌리고 우렁찬 연설을 하듯 노래하는 퍼포먼스는 보는 재미를 높였다. 일명 ‘마음’ 시리즈인 ‘텅빈 마음’ ‘너를 향한 마음’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는 진지한 분위기에 이승환의 옛날 무대 영상들이 나와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에 맞는 미디엄 템포의 편곡과 실제 무대와 영상의 입모양이 일치하는 싱크로율은 이승환의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에서도 24년 전 뮤직비디오를 노래방화면 포맷으로 상영해 추억을 더듬었다. ■ 무대는 곧 자신을 표현하는 장(場) 이후 펼쳐진 순서는 이승환 특유의 록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소녀시대의 노래인 ‘지’는 원곡의 묘미를 살리면서 지금껏 분위기와 전혀 이질감 없는 세련된 밴드 사운드로 편곡돼 감탄을 자아냈다.  ‘덩크슛’ ‘체리체리고고’ ‘붉은 낙타’ ‘슈퍼히어로’는 공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스탠딩 마이크를 휘두르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는 이승환의 가창력은 귀를 의심케 했다. 게다가 대개 밴드세션은 보이지 않는 무대 뒤편에 위치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이승환과 밴드의 조화를 엿볼 수 있었다. 밴드 솔로 순서를 재미있게 꾸며 기타와 베이스, 키보드, 드럼 소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무대 중간 중간 밴드 멤버들과 함께하는 쇼맨십은 꽉 찬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승환의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 특수효과에만 의존하는 무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공연의 모든 구성은 이승환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브릿지 영상마저도 한 편의 영화로 각색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한 물 갔다” “정치 발언으로 인기를 끌려는 것 아니냐” 등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내가 한 말들로 인해 내 이미지가 잠식되어 가고 있지만 나는 할 말을 하겠다”고 고민과 함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당일 갑작스럽게 꽃가루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연장 측의 요구가 있었는데, 이승환은 이에 대한 고충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공연을 연출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제약이 많아지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준비한 연출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함에 속상해했다. 또 다른 브릿지 영상에서는 10년 뒤 이승환이 꿈꾸는 세상이 흘러나와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살필 수 있었다. 그는 저작권, 수익분배 등 가요계의 문제부터 정치까지 이야기하며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무대의 모든 것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 다양한 무대 구성이 산만함으로 다가오지 않은 것, 자신뿐만 아니라 밴드와 관객들의 조화까지 생각하며 퍼포먼스를 꾸민 것. 모두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연결되며 ‘공연의 끝’이 탄생했다. 공연이 아닌 ‘이승환’을 관람한 150분이었다.

150분의 러닝타임, '이승환'이라는 공연을 관람하다

이소연 기자 승인 2017.12.04 22:00 | 최종 수정 2135.11.07 00:00 의견 0
사진=하늘이엔티 제공
사진=하늘이엔티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이승환은 자신의 콘서트명 ‘공연의 끝’을 두고 “공연 기획사에서 자극적인 걸 내보자고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면 이 말은 물론 여유 넘치는 우스갯소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승환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공연의 끝: 하이엔드(High-end)’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 이승환이 펼쳐낸 무대의 향연이었다. 무대 하나하나는 디테일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어 각각의 공연이 됐다. 그리고 공연들이 한데 모여 ‘공연의 끝’에 다다랐다.

■ 확실한 무대구성, 이승환이니까 한다

지난 2일 만난 이승환은 샤막 뒤에서 흰 날개를 착용하고 신비롭게 등장했다. 첫 곡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 흘러나오자마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임팩트 있는 오프닝을 연 이승환은 ‘사랑하나요’ ‘화양연화’ ‘그 한사람’ ‘내게만 일어나는 일’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각 무대는 콘셉트가 확실했다. 조명과 레이저는 리듬에 맞춰 변하며 공간감을 부여했다. ‘화양연화’에서는 천장에서 원형 모양의 조명들이 내려와 장관을 연출했고, ‘내게만 일어나는 일’에서는 난타 소리에 어울리는 붉은 조명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웅장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냈다. 특히 ‘당부’에서는 거문고 소리를 레이저 조명으로 형상화해 인상 깊었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붉은 레이저는 거문고의 현 모양을 만들었고, 멜로디의 음계에 해당하는 현(레이저)은 흔들리며 소리의 울림을 그대로 표현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게 분명하다 보니 무대 구성 역시 탁월했다. ‘그 한사람’과 ‘가족’ 등 무대에는 사람들의 실사가 등장해 현실감을 높였다. ‘돈의 신’에서는 이승환이 무대 상단 단상에 올라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공연의 또 다른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냈다. 머니건으로 소품용 지폐를 흩뿌리고 우렁찬 연설을 하듯 노래하는 퍼포먼스는 보는 재미를 높였다.

일명 ‘마음’ 시리즈인 ‘텅빈 마음’ ‘너를 향한 마음’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는 진지한 분위기에 이승환의 옛날 무대 영상들이 나와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에 맞는 미디엄 템포의 편곡과 실제 무대와 영상의 입모양이 일치하는 싱크로율은 이승환의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에서도 24년 전 뮤직비디오를 노래방화면 포맷으로 상영해 추억을 더듬었다.

■ 무대는 곧 자신을 표현하는 장(場)

이후 펼쳐진 순서는 이승환 특유의 록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소녀시대의 노래인 ‘지’는 원곡의 묘미를 살리면서 지금껏 분위기와 전혀 이질감 없는 세련된 밴드 사운드로 편곡돼 감탄을 자아냈다. 

‘덩크슛’ ‘체리체리고고’ ‘붉은 낙타’ ‘슈퍼히어로’는 공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스탠딩 마이크를 휘두르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는 이승환의 가창력은 귀를 의심케 했다.

게다가 대개 밴드세션은 보이지 않는 무대 뒤편에 위치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이승환과 밴드의 조화를 엿볼 수 있었다. 밴드 솔로 순서를 재미있게 꾸며 기타와 베이스, 키보드, 드럼 소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무대 중간 중간 밴드 멤버들과 함께하는 쇼맨십은 꽉 찬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승환의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 특수효과에만 의존하는 무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공연의 모든 구성은 이승환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브릿지 영상마저도 한 편의 영화로 각색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한 물 갔다” “정치 발언으로 인기를 끌려는 것 아니냐” 등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내가 한 말들로 인해 내 이미지가 잠식되어 가고 있지만 나는 할 말을 하겠다”고 고민과 함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당일 갑작스럽게 꽃가루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연장 측의 요구가 있었는데, 이승환은 이에 대한 고충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공연을 연출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제약이 많아지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준비한 연출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함에 속상해했다.

또 다른 브릿지 영상에서는 10년 뒤 이승환이 꿈꾸는 세상이 흘러나와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살필 수 있었다. 그는 저작권, 수익분배 등 가요계의 문제부터 정치까지 이야기하며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무대의 모든 것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 다양한 무대 구성이 산만함으로 다가오지 않은 것, 자신뿐만 아니라 밴드와 관객들의 조화까지 생각하며 퍼포먼스를 꾸민 것. 모두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연결되며 ‘공연의 끝’이 탄생했다. 공연이 아닌 ‘이승환’을 관람한 15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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