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밴드 웨터에게 2017년은 잊지 못할 한 해일 것이다. 숫자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웨터에게 일어난 변화들은 수도 없다. 데뷔한 후 처음으로 가장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도 생겼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웨터는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자신들의 음악만큼이나 재미있고 자유로운 생각을 전했다.
웨터(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제공)
■ 웨터의 음악, 세대를 대표하기까지
웨터는 최근 신곡 ‘너와 나 우리’를 발표했다. 히든트랙 넘버브이로 선정된 이 노래는 최원빈이 웨터로 데뷔하기 전 혼자 작업했다. 미니앨범에 넣으려다가 따로 뺀 곡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표 과정을 거치면서 멤버들의 숨결을 불어 넣어 진짜 ‘너와 나 우리’가 함께한 곡으로 만들었다. 다만 처음으로 앨범을 준비하던 2015년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뮤직비디오는 당시 영상을 그대로 썼다. 현재도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과 꿈을 꿨던 시기를 담았다.
“지금까지 나온 영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뮤직비디오에요. 당시 뮤직비디오로 생각하고 촬영한 게 아니라 그냥 저희끼리 모습을 담고 편집하고 논 거예요. 음원이 나왔다고 해서 특별히 기분이 좋거나 그런 건 없어요. 멤버들의 손을 거치며 노래를 완성하는 과정이 만족스러웠거든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고 작업하는 내내 행복했어요(최원빈)”
웨터에게 작업 과정은 곧 음악 그 자체다. 그래서인지 ‘너와 나 우리’ 뮤직비디오에서는 자유로운 청춘의 향기가 느껴진다.
“원래 젊음, 청춘에 관한 것들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들 청춘을 외치는 걸 보니 한물갔어요. (웃음) 이제 곧 27살이 되니까 섹시한 걸로 가야 하나 싶고요. 다양한 걸 시도해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의 록 정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최원빈)”
“다만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요.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느낀 건데, 우리 세대는 무중력 상태인 것 같아요. 이제 돈 없고 밥 없어서 굶어죽는 세대는 아니잖아요. 다들 가난에서 오는 무기력을 느끼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열정이 없는 거죠.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잖아요. 이 나이에는 이런 걸 해야 하고 뭘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다들 좋아하는 걸 못 찾았다고 자신을 게으르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모두가 정해놓은 그런 틀을 깨고 싶어요. 우리가 자유를 추구하는 등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웨터 음악을 듣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최원빈)”
웨터(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제공)
웨터가 자신들의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냐’다. 사운드, 가사 등 멤버들은 각자 가치의 비중을 다르게 뒀다. 특정 한 부분을 테크니컬하게 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모두가 합쳐져 ‘잘 들려야’ 한다는 거다.
“음과 멜로디, 사운드가 중요하고 그 다음 가사가 들린다고 생각해요(정지훈) 가사를 위해 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소리든 가사든 어쨌든 이 감정을 표현하는 거잖아요(최원빈) 처음 음악 했을 때나 세련된 라임 등이 중요했어요. 주로 가사가 없는 음악을 해왔거든요. 지금은 원빈 형의 생각에 따라 많이 바뀌었어요. 곡마다 스타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르니까 각기 다를 수밖에 없어요. 대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죠(채지호)”
“어휘력이 부족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을 돌려서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접적인 가사가 나와요. 대신 직설적으로 저격하는 내용이든, 시적으로 은유적인 표현이든 길 가다 귀에 확 들어와야 해요(최원빈)”
“솔직하다고 해서 1차원적인 건 아니니까요. 그게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기 위해 사운드에 잘 붙는 가사를 고민해요(정지훈) 예를 들어 저희 가사 ‘내가 누굴 만나던 네가 누굴 만나던’처럼 단어 하나만 바뀌어도 느낌이 달라지잖아요. 이런 걸 신경 써요. 저희가 평소 영어를 쓰는 애들도 아니니 굳이 영어로만 가사를 쓰고 싶지는 않고요(최원빈)”
■ 사실 알고 보면 이들도 1세대 아이돌 팬
진부한 이야기지만 록밴드에게는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힙합이 유행하고 인디가수의 곡이 역주행하는 지금도 록의 시대는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여전히 록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고 진입장벽이 높다. 계속해서 책임감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방증이다.
“록에 대한 오해가 많아요. 사실 ‘비긴 어게인’ ‘원스(Once)’ 등에 나오는 OST처럼 감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음악도 다들 록밴드의 성향이 있거든요. 장르가 다양한 거죠. 나도 처음에는 ‘클로저(closer)’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등 로맨틱한 영화를 보다가 록에 빠지게 됐어요. 록은 오히려 쉬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최원빈)”
웨터(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제공)
최원빈은 자신이 음악 자체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그룹 지오디(god) 팬이어서라고 고백했다. 정지훈은 그룹 신화를 좋아했다. 웨터라고 다를 건 없다. 똑같이 그 시대의 아이돌을 좋아하고 음악을 따랐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록의 세계에 흘러들어왔다.
“록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음악으로 오해를 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아마 나를 거친 사람들은 다 록 음악을 즐겨 들을 거예요.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음악 이야기도 하고 노래를 들려주면서 선입견을 깼거든요.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고 그게 이뤄졌다는 거에 자부심이 있죠(최원빈)”
“해외에서도 록이 좀 죽긴 했지만 아직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록스타가 건재하잖아요. 사람들이 그런 멋을 모르는 게 조금 아쉬워요(정지훈) 그래서 오히려 우리에게 승산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다들 관심이 없을 때 제대로 해낸다면 우리를 더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최원빈)”
록을 대하는 웨터의 자세는 열려있는 음악을 만든다. 록 밴드라고 해서 꼭 정통만을 추구하지도 않고 트렌드만을 좇지도 않는다.
“록이라는 장르 자체가 클래식을 지키려고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패션으로 말하자면 컨버스나 정장 같은 클래식한 아이템이죠. 잘 보면 밴드 하는 사람들이 트렌디한 브랜드를 입는 경우는 많이 없거든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밴드 하는 애들은 다 비슷한 옷을 입어요. 내가 입은 이 라이더 재킷처럼요(최원빈)”
“옛날 사운드와 지금의 사운드를 잘 접목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접점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해요. 대중성도 당연히 넣어야죠.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듣게 하는 것도 필요하니까요(정지훈)”
웨터의 음표는 한없이 자유롭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음악이 기대되고 멤버들이 어디로 튈지 궁금하다.
“공연을 계속 해와서 조금은 쉬고 싶어요. 일처럼 느껴지는 건 싫거든요. 누가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래요.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며 이야기하는 건 참 지치는 일이에요(최원빈)”
“성장을 했기 때문에 지치기도 하는 거죠. 내년에는 정규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미니앨범이나 싱글앨범으로는 아티스트를 다 보여줄 수 없거든요. 이번 미니앨범이 예고편 같은 느낌이라면, 이제 진짜 우리 걸 보여줘야 할 때죠(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