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평범하다'는 건 과연 어떤 걸까. 우리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 기준은 누가 내리든 달라지지만,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확실히 평범하지 않다. 붕괴사고의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감히 “평범하게 살아라”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이강두(이준호), 하문수(원진아), 서주원(이기우), 정유진(강한나)은 하나의 사고를 두고 각기 다른 아픔을 겪는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다고 덜 힘든 것도 아니다. 극중 “우는 소리 크다고 더 아픈 게 아니다”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모두가 고통을 평생의 짐으로 가져가야 한다. 마음 속 과거는 마치 팔다리라도 달린 듯 몸부림친다. 격한 움직임에 꽁꽁 묶어뒀던 상처는 한 순간에 무기력하게 풀어헤쳐진다. 그러니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보내려 한들 슬픔은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턱 끝까지 끈질기게 달라붙는 게 트라우마다.  이강두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하문수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 이야기로 귀결되는 상황에 처한다. 서주원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그 누구보다 가혹하게 자신을 채찍질한다. 정유진도 마찬가지로 친오빠와 서주원 사이에서 싸움을 이어나간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생존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평범한 삶을 살 수가 없다. 결코 행복해서는 안 되는 사람마냥 쳇바퀴를 돈다. 이강두가 “나한테 잘해주지 마요. 다시 비참함에 익숙해지는 중이니까”라는 대사가 이를 잘 드러낸다. 드라마가 주인공 외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유족 혹은 생존자들이 고독사하고, 좌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고와 관련된 계약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다. 살아있지만 늘 죽음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사람들에게 약쟁이 할머니(나문희)는 이렇게 말한다. “서방 죽은 지 40년이 넘었다. 언젠가는 다 잊고 괜찮아지겠지 하고 살다가 깨달은 게 뭔 줄 아니? 그런 날은 안 온다. 억지로 안 되는 건 그냥 둬라. 애쓰지 말라. 슬프고 괴로운 건 늘 곁에 있는 거다.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재미나게 살면 돼”. 고통과 상처, 공포는 경중을 따지기가 힘들다. 자신이 힘들면 힘든 거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것을 쉬이 여길 수 없다. 그래서 극중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각자의 아픔을 짊어지고 있는 모두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평범해지기 위해 살아간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이준호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이유 없이 그냥 마음이 가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도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존재하기 때문에 사는 거다. 그래서 다들 힘든 생활 속에서 ‘내가 왜 살까’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냥 사는 거지 뭐’라며 자신을 위로했던 적이 있다. 강두가 오늘만 바라보고 살다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내일이 생기고 희망을 보는 것처럼, 작품은 ‘그냥 사랑하고 살아가라’라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기우 역시 작품에 대해 “우리가 다른 이의 상처를 목도했을 때 왜 치유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가 전한다. 이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함께 치유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준다”고 생각을 밝혔다. 결국 작품이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건 ‘치유’다.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고 부딪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단단해지는 과정 그 자체가 종착점이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의 지표로 삼는 것 따위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평범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소연 기자 승인 2018.01.10 16:59 | 최종 수정 2136.01.20 00:00 의견 0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평범하다'는 건 과연 어떤 걸까. 우리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 기준은 누가 내리든 달라지지만,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확실히 평범하지 않다. 붕괴사고의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감히 “평범하게 살아라”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이강두(이준호), 하문수(원진아), 서주원(이기우), 정유진(강한나)은 하나의 사고를 두고 각기 다른 아픔을 겪는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다고 덜 힘든 것도 아니다. 극중 “우는 소리 크다고 더 아픈 게 아니다”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모두가 고통을 평생의 짐으로 가져가야 한다.

마음 속 과거는 마치 팔다리라도 달린 듯 몸부림친다. 격한 움직임에 꽁꽁 묶어뒀던 상처는 한 순간에 무기력하게 풀어헤쳐진다. 그러니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보내려 한들 슬픔은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턱 끝까지 끈질기게 달라붙는 게 트라우마다. 

이강두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하문수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 이야기로 귀결되는 상황에 처한다. 서주원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그 누구보다 가혹하게 자신을 채찍질한다. 정유진도 마찬가지로 친오빠와 서주원 사이에서 싸움을 이어나간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생존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평범한 삶을 살 수가 없다. 결코 행복해서는 안 되는 사람마냥 쳇바퀴를 돈다. 이강두가 “나한테 잘해주지 마요. 다시 비참함에 익숙해지는 중이니까”라는 대사가 이를 잘 드러낸다. 드라마가 주인공 외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유족 혹은 생존자들이 고독사하고, 좌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고와 관련된 계약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다.

살아있지만 늘 죽음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사람들에게 약쟁이 할머니(나문희)는 이렇게 말한다. “서방 죽은 지 40년이 넘었다. 언젠가는 다 잊고 괜찮아지겠지 하고 살다가 깨달은 게 뭔 줄 아니? 그런 날은 안 온다. 억지로 안 되는 건 그냥 둬라. 애쓰지 말라. 슬프고 괴로운 건 늘 곁에 있는 거다.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재미나게 살면 돼”.

고통과 상처, 공포는 경중을 따지기가 힘들다. 자신이 힘들면 힘든 거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것을 쉬이 여길 수 없다. 그래서 극중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각자의 아픔을 짊어지고 있는 모두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평범해지기 위해 살아간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JTBC 제공)

 

이준호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이유 없이 그냥 마음이 가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도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존재하기 때문에 사는 거다. 그래서 다들 힘든 생활 속에서 ‘내가 왜 살까’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냥 사는 거지 뭐’라며 자신을 위로했던 적이 있다. 강두가 오늘만 바라보고 살다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내일이 생기고 희망을 보는 것처럼, 작품은 ‘그냥 사랑하고 살아가라’라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기우 역시 작품에 대해 “우리가 다른 이의 상처를 목도했을 때 왜 치유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가 전한다. 이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함께 치유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준다”고 생각을 밝혔다.

결국 작품이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건 ‘치유’다.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고 부딪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단단해지는 과정 그 자체가 종착점이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의 지표로 삼는 것 따위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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