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처음엔 확신이 없었어요.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관객 분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점차 확신이 생기고, 공연장으로 출근하는 길이 행복해졌어요. 나쁜 놈으로 봐주셔서 감사해요(웃음)” 악역을 연기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무대 아래 강홍석은 더없이 순박한 청년이다. 동일인물인데 무대에만 오르면 친구 등에 칼을 꽂는다. 그는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친구 태수를 배신하는 종도 역을 맡았다. “악역 타이틀을 걸고는 처음 연기해 봐요.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주변에선 잘 어울린다고 해서 놀라고 있어요. 관객 분들도 좋아해주시니까 아무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 악역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해요. 외모에서 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웃음) 무표정일 땐 싸늘하거나 무섭게 보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의외로 악역이 주는 편안함도 있어요. 전작('데스노트' 류크 역)에선 활짝 웃어야 했다면 지금은 안 그래도 괜찮거든요” 뮤지컬 ‘모래시계’는 동명 국민드라마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귀가시계’라 불릴 만큼 아성이 대단했다. 작품은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힌 인물들의 엇갈린 운명을 그려낸다.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재미는 물론 영상미도 훌륭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원작의 종도는 정말 독사 같았어요. 존경스러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됐어요” 24부작 드라마를 170분으로 압축하다 보니 작품과 배역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작품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함께 입체감 있는 배역 소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다. 그 결과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성공적이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재미없거나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모래시계는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작품이 잘 나왔어요. 전개도 빠르고 노래도 좋고 연기까지 모든 것들이 잘 맞았거든요. 배우들 연기도 갈수록 깊어지니 다음 시즌쯤엔 훨씬 더 재밌지 않을까 해요"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꼭 한번 건달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강홍석이 분한 종도는 전작 캐릭터와 다른 악역 이미지다. ‘킹키부츠’ 롤라와 ‘데스노트’ 류크 등 그간 깜찍한 느낌이 드는 배역을 주로 맡았다. 인간 강홍석과도 상극인 배역이다. 작품의 종도가 야망이 넘치는 독사 같다면 직접 만난 배우 강홍석은 완전히 다르다. 그 역시 종도라는 캐릭터를 부여받고 자기 능력을 키우지 않고 친구를 배신한 종도를 꾸짖고 곱씹었다. 대화하거나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왜 극단적으로 행동했냐는 의문으로 시작해 종도를 받아들였다. 일단 받아들이고 나니 종도는 어렵지 않았다. 캐릭터의 비중도 중요하지 않았다. “배역 몰입이 어렵진 않았어요. 언젠가 꼭 한번 건달을 연기해보고 싶었거든요. 남자들의 로망 같은 느낌이잖아요. 어릴 적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황정민 선배 연기를 봤을 땐 손발이 찌릿찌릿했어요. 배우가 전달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는데, 악역을 잘 소화해낸다면 관객 분들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종도도 마찬가지에요. 마지막에 태수를 찌르려고 종도가 칼을 뽑는 씬에선 관객 분들이 ‘어머머’하며 놀라시거든요. 그럴 땐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관객 분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큰 힘이 되고 그럴 때마다 나쁘지 않게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에서 종도는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임팩트가 좋은 역할이기도 했지만, 결국 비중보단 배역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내가 가진 걸 얼마나 잘 표현해내 관객 분들이 얼마나 접근하기 좋고 어떻게 느끼는가가 본질이죠. 건달이라도 관객 분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그래서 욕을 다 뺐어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거든요. 편안하게 웃으면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에 더해 강홍석이 프로인 지점이 또 드러난다. 종도가 최후의 순간을 맞는 장면에선 웃음과 함께 감탄이 터져나온다. 강홍석은 단순히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다. 우선적으로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깊이 고민하며 캐릭터의 맛을 더하는 깊이 있는 배우다. “반대되는 이미지를 좋아해요. 덩치는 크지만 무대에서 날렵해 보이고 싶고, 무섭게 생겼지만 귀여운 이미지였으면 해요. 종도는 악역이지만 진지하게 죽고 싶진 않았어요. 현대사를 관통하는 작품에서 나까지 무거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짠한 느낌이 들지 않고 가볍게 죽길 바랐어요. 죽을 때 책상에 꼭 다리를 올리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연출 주문이 있었는데 종도의 이미지와 꼭 맞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관객 분들이 꼭 웃었으면 했어요. 코미디프로처럼 빵 터지는 건 아니어도 실소가 나올 정도로 웃음이 나와 기분이 좋아요. 의도한 부분이니 시원하게 웃어주세요”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는 2008년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해 2011년에는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뮤지컬 ‘킹키부츠’ ‘데스노트’ ‘드라큘라’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과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자유롭고 좋아요. 다만 직업상 행하는 관리는 무척 힘들죠.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위해 7~8kg 정도는 빼고 들어갔어요. 힘들었죠. 그래도 스스로 단순하고 재밌게 살려고 노력해요. 열정이 넘쳐서 아직도 뜨거워요” 그는 아직도 뜨겁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끓어 넘치나 스스로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배우다. “뮤지컬은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고 브로드웨이는 지금도 꿈이에요. 학창시절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후회될 정도죠. 작년에도 다녀왔는데 직접 연기하고 노래해보고 싶어요. 영어는 무작정 외운다고 될 일은 아니잖아요. 언어장벽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꿈을 위해 올해도 갈까 고민 중이에요. 구체적인 계획을 그려나가는 단계지만 올해는 되도록 가리지 말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해요. 무엇이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거든요.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모래시계’ 강홍석, 이처럼 친숙한 악역은 없었다

김희윤 기자 승인 2018.01.22 11:07 | 최종 수정 2136.02.13 00:00 의견 0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처음엔 확신이 없었어요.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관객 분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점차 확신이 생기고, 공연장으로 출근하는 길이 행복해졌어요. 나쁜 놈으로 봐주셔서 감사해요(웃음)”

악역을 연기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무대 아래 강홍석은 더없이 순박한 청년이다. 동일인물인데 무대에만 오르면 친구 등에 칼을 꽂는다. 그는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친구 태수를 배신하는 종도 역을 맡았다.

“악역 타이틀을 걸고는 처음 연기해 봐요.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주변에선 잘 어울린다고 해서 놀라고 있어요. 관객 분들도 좋아해주시니까 아무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 악역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해요. 외모에서 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웃음) 무표정일 땐 싸늘하거나 무섭게 보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의외로 악역이 주는 편안함도 있어요. 전작('데스노트' 류크 역)에선 활짝 웃어야 했다면 지금은 안 그래도 괜찮거든요”

뮤지컬 ‘모래시계’는 동명 국민드라마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귀가시계’라 불릴 만큼 아성이 대단했다. 작품은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힌 인물들의 엇갈린 운명을 그려낸다.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재미는 물론 영상미도 훌륭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원작의 종도는 정말 독사 같았어요. 존경스러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됐어요”

24부작 드라마를 170분으로 압축하다 보니 작품과 배역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작품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함께 입체감 있는 배역 소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다. 그 결과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성공적이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재미없거나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모래시계는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작품이 잘 나왔어요. 전개도 빠르고 노래도 좋고 연기까지 모든 것들이 잘 맞았거든요. 배우들 연기도 갈수록 깊어지니 다음 시즌쯤엔 훨씬 더 재밌지 않을까 해요"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꼭 한번 건달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강홍석이 분한 종도는 전작 캐릭터와 다른 악역 이미지다. ‘킹키부츠’ 롤라와 ‘데스노트’ 류크 등 그간 깜찍한 느낌이 드는 배역을 주로 맡았다. 인간 강홍석과도 상극인 배역이다. 작품의 종도가 야망이 넘치는 독사 같다면 직접 만난 배우 강홍석은 완전히 다르다. 그 역시 종도라는 캐릭터를 부여받고 자기 능력을 키우지 않고 친구를 배신한 종도를 꾸짖고 곱씹었다. 대화하거나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왜 극단적으로 행동했냐는 의문으로 시작해 종도를 받아들였다. 일단 받아들이고 나니 종도는 어렵지 않았다. 캐릭터의 비중도 중요하지 않았다.

“배역 몰입이 어렵진 않았어요. 언젠가 꼭 한번 건달을 연기해보고 싶었거든요. 남자들의 로망 같은 느낌이잖아요. 어릴 적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황정민 선배 연기를 봤을 땐 손발이 찌릿찌릿했어요. 배우가 전달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는데, 악역을 잘 소화해낸다면 관객 분들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종도도 마찬가지에요. 마지막에 태수를 찌르려고 종도가 칼을 뽑는 씬에선 관객 분들이 ‘어머머’하며 놀라시거든요. 그럴 땐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관객 분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큰 힘이 되고 그럴 때마다 나쁘지 않게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에서 종도는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임팩트가 좋은 역할이기도 했지만, 결국 비중보단 배역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내가 가진 걸 얼마나 잘 표현해내 관객 분들이 얼마나 접근하기 좋고 어떻게 느끼는가가 본질이죠. 건달이라도 관객 분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그래서 욕을 다 뺐어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거든요. 편안하게 웃으면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에 더해 강홍석이 프로인 지점이 또 드러난다. 종도가 최후의 순간을 맞는 장면에선 웃음과 함께 감탄이 터져나온다. 강홍석은 단순히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다. 우선적으로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깊이 고민하며 캐릭터의 맛을 더하는 깊이 있는 배우다.

“반대되는 이미지를 좋아해요. 덩치는 크지만 무대에서 날렵해 보이고 싶고, 무섭게 생겼지만 귀여운 이미지였으면 해요. 종도는 악역이지만 진지하게 죽고 싶진 않았어요. 현대사를 관통하는 작품에서 나까지 무거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짠한 느낌이 들지 않고 가볍게 죽길 바랐어요. 죽을 때 책상에 꼭 다리를 올리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연출 주문이 있었는데 종도의 이미지와 꼭 맞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관객 분들이 꼭 웃었으면 했어요. 코미디프로처럼 빵 터지는 건 아니어도 실소가 나올 정도로 웃음이 나와 기분이 좋아요. 의도한 부분이니 시원하게 웃어주세요”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강홍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는 2008년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해 2011년에는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뮤지컬 ‘킹키부츠’ ‘데스노트’ ‘드라큘라’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과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자유롭고 좋아요. 다만 직업상 행하는 관리는 무척 힘들죠.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위해 7~8kg 정도는 빼고 들어갔어요. 힘들었죠. 그래도 스스로 단순하고 재밌게 살려고 노력해요. 열정이 넘쳐서 아직도 뜨거워요”

그는 아직도 뜨겁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끓어 넘치나 스스로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배우다.

“뮤지컬은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고 브로드웨이는 지금도 꿈이에요. 학창시절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후회될 정도죠. 작년에도 다녀왔는데 직접 연기하고 노래해보고 싶어요. 영어는 무작정 외운다고 될 일은 아니잖아요. 언어장벽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꿈을 위해 올해도 갈까 고민 중이에요. 구체적인 계획을 그려나가는 단계지만 올해는 되도록 가리지 말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해요. 무엇이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거든요.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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