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금주의 가수는 카멜입니다.
카멜(사진=EGO엔터테인먼트 제공)
■ 100m 앞, 하늘을 닮은 가수
카멜이라는 가수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이 없다. 2012년 대학가요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며 2013년 ‘트로피컬 나잇(Tropical Night)’로 데뷔했다는 것. 이후 1년에 한 두곡씩 싱글을 발표한다는 것. 그리고 하늘과 달을 좋아한다는 것. 그의 인스타그램까지 발걸음이 닿으면 푸르고 멋진 하늘 사진이 가득하다. 이것만으로 카멜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하늘을 보고 난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을 전해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 70m 앞, 대표곡 ‘그랬으면’ ‘비만 오면 가끔’
2014년 발표된 두 번째 싱글이다. 웹툰 ‘연애혁명’을 보다가 자신의 학창시절 겪었던 연애 경험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멜로디는 단순하고 노래는 풋풋하고 설레는 기운으로 가득하다. ‘엄마의 기운 듬뿍 담긴 밥을 코로 먹고 가방 멨어/학교로 가는 길 다 똑같은 교복/그 중 제일 빛나는 건 당연히 너고’ ‘오늘의 수업이 다 마치면/수없이 생각했던 걸 뱉고 싶어’ 등 가사는 단숨에 리스너들을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끌어당긴다. 달콤한 분위기는 언피의 래핑으로 과도하게 넘치지 않는다.
‘비만 오면 가끔’ 역시 비가 오던 날 기억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곡이다. 가사는 같이 걷던 우산 속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지만, 멜로디는 더없이 산뜻하다. 누군가를 외롭게 떠올린다기보다 추억에 빠져 아련한 회상에 잠기는 쪽에 가깝다. 덕분에 비 오는 날 들으면 우중충한 기분을 단숨에 날려준다.
카멜(사진=EGO엔터테인먼트 제공)
■ 40m 앞, 언제 고개를 들어도 푸른 하늘
카멜의 노래는 하늘같다. 노을 지는 붉은 하늘,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구름이 낀 흐린 하늘,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등 여러 가지 모습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맑고 푸른 하늘이 생각난다. 밤과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해도 가라앉지 않고 경쾌한 향기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래를 들을 때면 마음 한 구석이 간질거리며 기분이 좋아진다.
똑같아 보여도 수시로 바뀌는 하늘처럼, 카멜의 노래가 일관되게 깨끗한 하늘을 떠올리게 한다 해도 그 모양과 색깔, 자아내는 분위기는 모두 다르다. 보통 붕 뜬 듯한 노래를 연달아 들으면 피로해지거나 특정 계절과만 어울리기 마련인데, 그의 멜로디는 계절을 떠나 언제 들어도 푸릇푸릇한 매력을 갖고 있다. 머리 위 지나가는 풍경도 볼 새 없이 바삐 사는 우리에게, 카멜은 간혹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을 때 주어지는 편안한 여유를 선사한다.
카멜(사진=EGO엔터테인먼트 제공)
■ 10m 앞, 간질거리는 추억 속으로
음악이 곧 추억이라는 말이 있다. 날씨와 하늘, 노래가 만나 그 날의 기억으로 담긴다. 하늘을 닮은 카멜의 노래 역시 대부분은 추억을 다루고 있다. 그가 건네는 말을 살펴보면 그때의 상황과 냄새, 계절 등이 단숨에 떠오른다.
카멜은 가을날 둘이 걸었던 거리를 혼자 걸으며 쉬어가겠다거나(트로피컬 나잇) 예쁜 달 모양을 보고 너를 좋아하던 그 날을 떠올린다(달모양). 그 떠올림의 대상은 자신이기도 하다. 카멜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뭐든 웃어넘기고 있어”(덮어쓰기)라며 변해버린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다음 발매곡인 ‘어디에 뒀을까’에서 “뭐든 웃어넘기곤 했던 그땐/이럴 줄도 모르고/아쉬움에 뒤돌아보네”라며 감정선을 이어간다.
이 직접적인 추억여행은 최근 발표한 ‘플레이리스트’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좋았던 시간을 재생목록으로 만들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노래는 다른 곡들에 비해 짧은 가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만큼 그가 그동안 말해왔던 시선을 함축하고 있다. 좋은 노래들만 찾아 듣듯 아쉬운 것들은 좋은 기억으로 잊히도록 내버려두자는 발상이 신선하다.
■ 드디어 카멜, 추천곡 ‘달모양’
‘달모양’: 카멜은 이 노래를 기점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찾은 듯하다. 이 곡에 앞서 발표한 세 곡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면, 이후의 곡들부터는 한층 풍성해진 비유와 멜로디가 눈에 띈다. 그러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계절감과 하늘이 모양이 분명해졌다. “모습이 매번 달라도 결국 달은 항상 같은 모양”이라던 그의 말처럼 표현은 더욱 성숙해지되 색깔은 변하지 않는 카멜의 가능성을 보여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