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사진=yg엔터테인먼트)
[뷰어스=이건형 기자] ‘사랑을 했다’는 심플한 피아노 멜로디에 간간히 곁들여지는 리듬이 전부다. 그럼에도 전해지는 여운이 진하다.
아이콘은 힙합음악을 베이스로 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벌떼’나 ‘블링블링’ 같은 곡도 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오히려 무대만 봤을 땐 ‘벌떼’같은 노래가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아이콘이 대중 반응을 이끌어낸 건 강렬함이 아닌 잔잔함이다. 지난달 25일 발매한 정규 2집 ‘리턴’의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가 12일째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데뷔 이래 최고 성적이다.
‘사랑을 했다’는 대중적인 건반 리프와 캐치한 퍼커션 소스가 주된 리듬을 이루는 곡이다. 멜로디가 꽤나 단조롭다. 가사도 그렇다. 이별 이야기를 다뤘지만 후회나 미련의 격한 감정 상태는 아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등 체념을 넘어 추억의 감정 상태를 담아냈다.
멤버들은 단조로운 멜로디와 가사를 담백하게 소화했다. 곡의 도입을 부른 건 래퍼인 비아이다. 기교 없는 비아이의 창법은 이 곡의 담백함을 잘 살려냈다. 놀라운 건 멜로디, 가창, 래핑 모든 구성에서 간결함과 담백함이 묻어나지만 마지막을 감싸는 건 아련함이다. 가랑비에 젖은 느낌이다.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처럼 아이콘의 섬세한 감정선이 울컥한 감성을 슬며시 파고든다.
수록곡도 좋은 노래가 꽤 많다. ‘안아보자’ ‘나쁜놈’ ‘잊지마요’ 등 ‘사랑을 했다’와 비슷한 감정선을 이루지만 각자마다 특유의 분위기는 다르다. 결론적으로 아이콘은 이별 노래에 대한 소화력이 좋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곡들이 멤버 비아이 손에서 탄생한 노래라는 거다. 데뷔곡부터 이번 ‘리턴’까지 쭉 그래왔다. 조금씩 스스로의 색깔을 제 손으로 찾아간 아이콘, 자신들에게 맞는 옷을 찾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