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PD (사진=MBC)
[뷰어스=강소영 기자] 김태호PD가 13년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무한도전’ 종영은 또 다른 길로 나아가기 위한 휴식임을 밝혔다.
30일 서울 상암 MBC에서 마지막 녹화와 함께 13년 동안 함께한 멤버들에 대한 소회와 아쉬움을 드러내며 그간 프로그램과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은 4월 포상휴가를 떠난다. 목요일마다 습관 같았던 멤버들의 촬영도, 토요일 오후 6시마다 MBC를 찾던 시청자들과도 이젠 정말 안녕이다. 김태호 PD의 소회도 남다르다.
김 PD는 13년간 무한도전을 하며 느낀 점에 대해 “포털사이트에서 김태호가 뭘 했다 나가는 게 부끄럽더라. 모든 공은 모든 스태프, 작가가 나눠 가져야 하는데 내가 맨 앞에 서 있는 상황이 되는 느낌이었다”며 “지금도 내 의견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매주 경험하고 있고 누군가의 작은 경험이 큰 특집이 되는 걸 체험해서 들으려고 한다. 100명 가까운 스태프들과 일하면서 혼자 할 순 없다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멤버들과 친분을 과시해왔던 바, 프로그램을 이끄는 연출자이자 멤버로서 느꼈던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PD는 “‘무한도전’이 전 국민과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줄은 몰랐다. 두려움 막연함이 멤버들과 얘기를 많이 하게끔 한 것 같다. 멤버들도 탄탄해졌다”라며 “앞으로도 나는 꼬리표가 ‘무한도전’ PD 김태호로 불릴 거라 이 프로그램 때문에 느꼈던 자부심도 기억에 남을 것 같지만 이 프로그램에 내가 어떤 안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아쉬움도 남는다”고 언급했다.
무한도전 멤버 (사진=MBC 무한도전 홈페이지)
함께 한 멤버들에 대해서도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박명수가 13년 동안 끝까지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박명수도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 그걸 활용해서 큰 웃음을 터트렸어야 하는데 그걸 놓고 있던 건 아닌 지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준하는 마음이 섬세해서 작은 거에도 슬퍼하고 눈물도 많은 캐릭터인데 신경 쓸 게 많다보니 묻어왔던 것 같다. 정형돈도 잠시 종방연에 인사를 하고 갔는데 각자 갖고 있는 아픔에 대해 일찍 챙길 걸 하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하는 역할이 보이지 않는 미드필더의 역할인데,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했음에도 공은 별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미안하다. 노홍철은 나름 '무한도전'에 2014년까지 큰 공을 세우다 나갔다. 여전히 사랑이 있는 것 같다”면서 “양세형이 마음 아픈 멤버 중 한 명이다.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초대했던 인물이지만, 드러내놓고 멤버라고 말할 수 없던 상황이 미안했다. 조세호는 2009년부터 인연이었는데 노홍철 이후 들어오려다 그 해 가을에 파업을 해 늦춰졌던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무한도전을 끝낸 후 거취와 관련 무성한 소문에 대해 “제작사를 차려주겠다 이런 얘기도 있었지만, 그런 거에 대해 어딜 간다거나 할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타사에 간 후배들 작가분들 만나면서 본인들이 자랑하는 본사의 자랑거리를 우리 회사로 옮겨올 수 없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며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카드회사와 포털사이트 등에 가서 전문가들에 직접 얘기를 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소문이 돈 것 같다. ‘무한도전’을 사랑한 것보다 더 큰 유혹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가정에 충실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향후 예능 판도에 대해서는 “점차 리얼과 가까운 관찰 예능이 대세인 것 같다. 지난 10년을 보면 이 방향에서 갑자기 선회하진 않을 것 같다”며 “관찰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다. 리얼이라는 것들이 고민해내고 만들어 내는 것보다 강한 힘을 줄 때가 있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후배 PD들을 격려했다.
MBC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4월 중 괌으로 포상휴가를 간다. 이제 김태호 PD가 떠난 자리에는 13년의 깊이 패어진 멤버들의 흔적이 남았다. 또 다른 미래를 향한 휴식은 다른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에 그들의 종영이 아쉽지만 보내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