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벨문학상 홈페이지)
[뷰어스=문다영 기자]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선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림원을 둘러싼 '미투' 운동 여파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은 한림원이 이날 오전 논의 끝에 올해 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내년에 두 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같은 사태는 1943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다.
한림원이 선정하는 문학상 뿐 아니라 모든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벨 재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기관의 상황이 좋지 않아 그 결정을 믿을 수 없다고 인식되는 경우 수상은 연기 또는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림원이 처한 위기는 노벨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의 수상을 미루기로 한 그들의 결정은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장기적으로 노벨상의 위상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태는 한림원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의 성폭행 의혹에 따른 결과다.더욱이 아르노는 한림원 종신위원이었던 시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기도 하다. 아르노는 지난해 11월 18명의 여성에게 고발 당해 수사를 받고 있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심지어 사건 중 일부가 한림원 소유 건물에서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노는 한림원에서 발표하는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최근에는 왕위 계승서열 1위인 스웨덴의 빅토리아 공주의 몸을 더듬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 아르노는 일련의 의혹 모두를 부인하고 있지만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아르노의 성범죄 의혹은 한림원 분열로 이어졌다. 한림원은 수년 전 일부 직원들이 아르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더해 아르노 아내 프로스텐손을 종신의원에서 해임하는 안이 논의 끝에 부결되면서 클라스 오스터그렌 등 종신위원 3명이 이에 반발해 사임하기도 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도 "노벨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며 사의를 표했고, 프로스텐손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18명 종신위원 중 10명이 남은 상태다.
한림원 파문과 노벨문학상 선정 연기에 현지 언론은 "현재 상황에서 문학상 수상자를 지명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도 모욕이었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1901년 시작된 노벨문학상은 1914년, 1918년, 1935년, 1940년, 1941년, 1942년, 1943년 전쟁 등을 이유로 여섯 번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적 있다. 1935년의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당한 후보작이 없으면 다음해 시상을 위해 상금을 확보한다는 한림원 규정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다른 노벨상은 노벨문학상과 관련없이 예정대로 수상자가 선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