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바로 너!' 김주형 PD(왼쪽) 조효진 PD(사진=넷플릭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Netflix)의 이용자 수는 전 세계 190개국 1억2500만 명에 달한다. 그런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며 한국 시장에까지 손을 뻗쳤다. 넷플릭스는 제작사 컴퍼니 상상의 조효진·김주형 PD를 파트너로 택했다
“국내에 우수한 PD들이 정말 많지만, 대부분 특정 방송사에 소속돼 있잖아요. 아마 우리가 독립한 상태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하하(김주형 PD)”
겸손히 답했으나, 조 PD와 김 PD의 대표작은 ‘런닝맨’ ‘패밀리가 떴다’ ‘X맨 일요일이 좋다’다. 모두 SBS 히트 예능이다. 버라이어티 연출에는 일가견이 있다. 그런 두 사람이 국내 제작 환경에서는 섣불리 시도하지 못한 상상 속 그림들을 펼쳐낸 것이 바로 ‘범인은 바로 너!’다.
“게임처럼 가상 현실을 만들고 플레이어로 연기자들을 투입하는 것…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어요. 넷플릭스의 제안을 받고 이를 구체화하면서 추리 코드를 접목했죠. 넷플릭스에 기획안을 줬더니 2~3일 만에 반응이 왔어요. 추리가 국내에서 크게 유행하는 코드가 아니고, 또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원래 ‘덤앤더머 디텍티브’라는 가제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이 추리하는 콘셉트였는데 이것도 좋다고 하더라고요(조효진 PD)”
추리 드라마와 버라이어티를 결합한 ‘범인은 바로 너!’는 전편 사전제작했다. 조 PD는 “보통 세트 하나를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위클리 예능에서는 쉽게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의 사전제작 시스템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바로 너!’의 경우 가상 현실을 더욱 살리기 위해 카메라나 세트의 구멍 등을 일일이 지우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편집만 약 3개월이 걸렸을 정도죠. 위클리 예능은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일 수 없어요. 또 우리 프로그램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 수도 있었어요. 영화 ‘명량’(2014) ‘검은 사제들’(2015)의 정지훈 음악 감독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조효진 PD)”
단 사전제작이라 시청자 반응을 제작과정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대해 김 PD는 “시청자 반응으로 보완할 여지가 없는 대신 출연자와의 소통에 힘썼다. 촬영 후 어떤 부분이 좋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범인은 바로 너!' 탐정단(사진=넷플릭스)
무엇보다 출연자의 조합이 화려하다. 국민 MC 유재석을 비롯해 이광수·김종민·안재욱·박민영·엑소 세훈·구구단 세정 등이 가상 현실 속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으로 출연한다.
“유재석 씨가 출연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지금의 ‘범인은 바로 너!’는 안 나왔을 거예요.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한 이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힘, 출연자들의 조화를 만드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유재석 씨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제안했고, ‘재밌을 것 같다’며 응해줬어요. 유재석 씨가 아니었다면 출연자들이 가상 현실에 적응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조효진 PD)”
또 눈에 띄는 출연자는 박민영이다. 그가 예능 고정 멤버로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PD는 “유재석에 우광수·좌종민으로 예능 멤버를 완성했다. 가상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며 “그간 예능 노출이 적었던 박민영 씨가 생각났다. 미팅하면서 그의 소탈하고 털털한 면을 봤다.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과 다른 매력을 끄집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엑소 세훈 씨는 ‘인기가요’를 연출할 때 처음 만났어요. 보면서 세훈 씨가 궁금하더라고요. 잘생기고 춤도 잘 추는데 말수는 적었거든요. 섭외 단계에서 미팅을 가졌는데 매우 진지했습니다. 파보면 새로운 게 나오겠다 싶었죠. 원석의 느낌이랄까요? 주위 사람도 잘 챙기고. 형 누나들이 사고 치면 정리해줄 막내가 필요했는데 딱 맞아떨어진 거예요. 앞으로 방송에서 점점 세훈 씨만의 캐릭터가 드러날 겁니다. 승부욕도 세고, 세훈 씨만의 웃긴 모습들이 있어요(김주형 PD)”
게스트 라인업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안내상·이원종·김정태·김수로·유연석·홍종현 등 내로라하는 유명 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두 PD는 “섭외하기 어려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대부분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기대로 우리의 요청을 받아줬어요. 우리 프로그램의 게스트는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는 캐릭터) 역할을 하거든요. 그들에게는 대본이 있어요. 대본을 외우면서 멤버들의 반응에 따라 애드리브도 해야 하고요. 어려웠을 겁니다. 박해진 씨도 ‘내가 여기서 뭘 해야 하냐’고 묻더라고요(웃음) 멤버들에게 정보를 주되, 장난을 걸면 애드리브로 받아치면 된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NG 없는 드라마였는데, 다들 정말 잘해줬습니다. 덕분에 멤버들의 몰입이 점점 빨라졌어요(김주형 PD)”
특히 오늘(18일) 공개되는 에피소드에 출연한 이원종의 연기에 감탄했다. 조 PD는 “연기가 기가 막혔다. 섬마을 이장 역을 맡았는데, 그의 연기 덕분에 김종민 씨는 실존하는 섬마을에 온 줄 알았다고 했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범인은 바로 너!’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요소는 제작진이 만든 가상 현실 속, 출연자들의 반응과 행동은 ‘리얼’이라는 것이다. 제작진은 이로 인해 발생할 변수들도 고심했다. 조 PD는 “작가들이 앞으로는 좀 쉬운 프로그램 만들자고 했다(웃음) 모든 프로그램이 다 힘들겠지만, 내가 여태 했던 것 중 ‘범인은 바로 너!’의 회의 시간이 가장 길다. 고려할 게 많아서”라고 했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1안이 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잖아요. 2, 3안을 두고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거쳤습니다(김주형 PD)”
“1회 엔딩에서 유연석 씨가 정체가 밝혀진 뒤 도망치는데요. 우리는 그가 도망에 실패하고 멤버들에게 잡혔을 때 대한 스토리도 따로 준비했어요. 또 같은 회차에서 이재용 씨가 죽는다는 설정도 멤버들은 몰랐고요. 총을 쏘고 피가 튀기는 디테일을 여러 번 연습해 어색하지 않게 완성했죠. 당시 멤버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리얼’이었어요(조효진 PD)”
'범인은 바로 너!' PD들은 '자율성 보장'에 만족한다고 했다(사진=넷플릭스)
이런 가운데 앞서 공개된 1~4회 러닝타임은 1시간이 넘는다. 예능치고 길다. 조 PD는 “첫 회가 특히 길었다. 일곱 명의 탐정들이 어떻게 모였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길어졌다. 앞으로 점점 짧아질 거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장점이다. 방송사가 프로그램 당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넷플릭스는 회마다 가장 적합한 분량을 고려해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PD가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대해 거듭 강조한 것은 ‘자율성’이다.
“자율성이란 제작자로서 중요한 문제예요. 충분히 보장받고 있어 만족스럽고 (넷플릭스에) 고마워하며 일했습니다. 또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서 봐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다양한 종류의 예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조효진 PD)”
“제작자들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일 거예요. 무엇보다 세계 시장에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PD들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김주형 PD)”
한편, 넷플릭스는 시청률이 집계되지 않는다. ‘성공의 기준’을 어디서 찾으면 될까?
“우리도 TV에 방영되지 않는 콘텐츠는 처음이라 주위 반응에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런 데서 소소한 기쁨을 찾고 싶어요(웃음) 아직 성공의 여부를 말하기에는 이르고,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그려질 탐정단의 성장을 재미있게 봐주면 좋겠습니다. 10회까지 마무리 잘 한 뒤 혹시 시즌2가 나오게 된다면, 그게 아마 성공했다는 증표이지 않을까요?(김주형 PD)”
끝으로 ‘범인은 바로 너!’를 시청하며 가장 궁금했던 한 가지를 물었다. 대체 왜 이광수만 카메라 달린 가방을 메고 뛰는 것일까?
“1회에서 K(안내상)가 말한 적 있는데 탐정단 멤버들은 각자 유명한 명탐정들의 DNA가 이식된 상태예요. 이광수 씨를 보면 생각나는 탐정 캐릭터가 있지 않나요?(웃음) 그걸 극대화하고 싶었습니다. 가방에 달린 카메라로 좋은 장면도 뽑아냈고요. (그 장면은) 앞으로 나올 예정이에요(김주형 PD)”
“가방이 좀 무거웠어요. 광수가 처음에는 혼자 가방을 메는 것에 ‘괜찮다’더니 1회 촬영이 끝나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중반부부터 가방을 가볍게 해줬죠(조효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