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사진=NEW) [뷰어스=남우정 기자] “작업을 끝내고 나서도 소화가 잘 안됐어요” 배우와 관객이 같은 작품을 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없진 않겠지만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결과물만을 보는 관객의 입장이 다르니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독전’ 조진웅은 관객이 느낄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이해했다.  “답이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보니까 사람 사는데 쉬운 게 없어요. 호흡 하나도 고민했죠. 류준열 매력있잖아요. 계속 작업하면서 환기 시키려고 머리를 털어냈어요. 용의선상에 있는 인물인데 교감이 생기고 그런 것들이 쌓였다가 나중에 실체가 드러나요. 작업을 끝내고 나서도 소화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동안 해왔던 작업인데 왜 이렇게 허무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관객들은 배신처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락(류준열)의 마지막, 무상한 질문에 납득이 갔어요. 영화가 끝나도 극장 밖으로 바로 나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그게 관객과의 공유인 것 같아요. 결론이 안 나오는데 그게 희안하더라요”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인 ‘독전’에서 조진웅은 조직의 꼭대기에 있는 이선생에 집착하는 형사 원호를 맡았다. 원호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조진웅은 피땀을 흘리며 살을 뺐다. 예민하고 건조해 보이기까지 한 외형은 오직 이선생을 잡는 데에만 집중하는 원호를 설명하는데 탁월한 설정이었다.  “사실 더 힘들었던 것은 ‘아가씨’였어요. 그땐 연미복을 이미 맞춰놔서 빼도 박도 못했어요(웃음) ‘독전’은 뛰어다니는 것 많고 맞고 때리는 게 많아서 근육량을 늘리고 몸을 탄력있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사실 몸에 근육도 없고 근육 만드는 걸 싫어해요. ‘독전’은 몸이 버텨내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한 여름 염전에서 촬영을 했는데 체력 때문에 지친다는 건 게임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액션스쿨 가서 독하게 운동 했죠” 조진웅(사진=NEW)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모든 연기를 경험으로 채울 순 없다. 조진웅도 ‘독전’을 통해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연기로 보여줬다. 바로 마약 흡입 장면이다. 조진웅은 상상에 의존해 연기했던 기억을 털어냈다.  “전혀 상상이 안 갔는데 상상을 하면서 연기했죠. 다행히 자료는 많았으니까요. 우연치 않게 코로 하는 담배가 있었어요. 소금을 놔뒀는데 그게 들어오니 고통스럽더라고요. 고통스러우니까 얼추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 YMCA에서 하는 마약 관련 공익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알았는데 투약 정도에 따라서 마약중독으로 사망이 가능하더라고요. 그 정도 흡입양이면 죽기직전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죠” ‘독전’에서 원호에 대한 전사는 드러나지 않는다. 미친 듯이 이선생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만 등장할 뿐이다. 관객들은 그가 왜 이렇게까지 이선생에 목을 매는지 의문을 가진다. 조진웅 역시 그 부분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원호에게 개연성을 줘야하는데 수정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걸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원호는 그 상태밖에 안 되는 거죠. 모든 영화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 자체가 어차피 거짓말이잖아요. 열린 결말이라 관객이 불편할 것 같긴 한데 오히려 그렇게 각자의 생각이 있을 거에요. 나도 ‘독전’을 달려가는 영화로만 인식을 하고 선택했는데 락과 원호의 마지막 대사를 보고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조진웅(사진=NEW) ■ “‘독전’은 씩씩하지만 외로운 아이” ‘독전’은 조진웅, 류준열 뿐만 아니라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故김주혁 등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특히 조진웅이 연기한 원호는 모든 캐릭터와 만나게 되는데 조진웅은 배우마다 다른 케미를 완성했다.  “각 캐릭터들을 만날 때마다 즐거웠죠. 처음 작업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기대가 많이 됐어요. 쭉 봐왔던 배우들은 그 캐릭터를 깨고 나오더라고요. 류준열이 맡은 락은 지금까지 그런 연기를 본 적이 없어요. 나한테는 그 자체가 에너지였죠. 가서 연기할 필요가 없고 리액션만 받으면 되니까 그게 좋았어요. 모든 캐릭터가 다 탐났고 심지어 꿈도 꿨어요. 해준이도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잘 했고 주혁선배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어마무시 하더라고요” 배우들이 이미지를 깨고 연기 변신을 한 만큼 ‘독전’을 맡은 이해영 감독도 변신 아닌 변신을 했다.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벌’ 등 밝고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왔다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하고 치열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조진웅 역시 ‘독전’의 가장 큰 반전은 이해영 감독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조진웅(사진=NEW) “감독의 전작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삶은 도전이고 가야하는 것이죠. 옆에서 봤을 때 이해영 감독이 되게 즐겼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을 괴롭혀야 하는 작업이고 책임을 져야하는데 성품으로 이렇게 독한 영화를 보듬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에 성령 선배는 큰 누나처럼 챙겨주고 차승원 선배는 유쾌하고 지치지 않는 요소가 적재적소에 있었어요. 위업하고 딥한 장르인데 즐기면서 했죠. 이렇게 작업하면 좀 더 영화를 오래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런 배우들의 고생을 아는지 ‘독전’은 슈퍼히어로들에 밀려있던 한국영화 가운데 오랜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한 작품이 됐다. 개봉 후 반응도 뜨거운 상황이다. 조진웅에게 ‘독전’이 주는 의미를 묻자 아이에 비유를 했다. 애정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반응에 애틋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해빙’이라는 영화는 어렵게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었던 아이였어요.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도 뒤에 숨어있는 느낌이었죠. ‘독전’은 되게 씩씩한데 락 같이 외로운 정서가 있는 아이 같아요. ‘해빙’이 내 뒤로 숨는 아이였다면 ‘독전’은 던져놓아도 혼자 잘 살 것 같은, 건드리면 달려들 것 같은 아인데 알고 보면 외롭고 고운 아이에요”

[남우정의 마주보기] 조진웅 “‘독전’, 끝내고도 소화가 안됐죠”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5.24 14:18 | 최종 수정 2136.10.14 00:00 의견 0
조진웅(사진=NEW)
조진웅(사진=NEW)

[뷰어스=남우정 기자] “작업을 끝내고 나서도 소화가 잘 안됐어요”

배우와 관객이 같은 작품을 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없진 않겠지만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결과물만을 보는 관객의 입장이 다르니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독전’ 조진웅은 관객이 느낄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이해했다. 

“답이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보니까 사람 사는데 쉬운 게 없어요. 호흡 하나도 고민했죠. 류준열 매력있잖아요. 계속 작업하면서 환기 시키려고 머리를 털어냈어요. 용의선상에 있는 인물인데 교감이 생기고 그런 것들이 쌓였다가 나중에 실체가 드러나요. 작업을 끝내고 나서도 소화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동안 해왔던 작업인데 왜 이렇게 허무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관객들은 배신처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락(류준열)의 마지막, 무상한 질문에 납득이 갔어요. 영화가 끝나도 극장 밖으로 바로 나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그게 관객과의 공유인 것 같아요. 결론이 안 나오는데 그게 희안하더라요”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인 ‘독전’에서 조진웅은 조직의 꼭대기에 있는 이선생에 집착하는 형사 원호를 맡았다. 원호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조진웅은 피땀을 흘리며 살을 뺐다. 예민하고 건조해 보이기까지 한 외형은 오직 이선생을 잡는 데에만 집중하는 원호를 설명하는데 탁월한 설정이었다. 

“사실 더 힘들었던 것은 ‘아가씨’였어요. 그땐 연미복을 이미 맞춰놔서 빼도 박도 못했어요(웃음) ‘독전’은 뛰어다니는 것 많고 맞고 때리는 게 많아서 근육량을 늘리고 몸을 탄력있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사실 몸에 근육도 없고 근육 만드는 걸 싫어해요. ‘독전’은 몸이 버텨내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한 여름 염전에서 촬영을 했는데 체력 때문에 지친다는 건 게임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액션스쿨 가서 독하게 운동 했죠”

조진웅(사진=NEW)
조진웅(사진=NEW)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모든 연기를 경험으로 채울 순 없다. 조진웅도 ‘독전’을 통해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연기로 보여줬다. 바로 마약 흡입 장면이다. 조진웅은 상상에 의존해 연기했던 기억을 털어냈다. 

“전혀 상상이 안 갔는데 상상을 하면서 연기했죠. 다행히 자료는 많았으니까요. 우연치 않게 코로 하는 담배가 있었어요. 소금을 놔뒀는데 그게 들어오니 고통스럽더라고요. 고통스러우니까 얼추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 YMCA에서 하는 마약 관련 공익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알았는데 투약 정도에 따라서 마약중독으로 사망이 가능하더라고요. 그 정도 흡입양이면 죽기직전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죠”

‘독전’에서 원호에 대한 전사는 드러나지 않는다. 미친 듯이 이선생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만 등장할 뿐이다. 관객들은 그가 왜 이렇게까지 이선생에 목을 매는지 의문을 가진다. 조진웅 역시 그 부분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원호에게 개연성을 줘야하는데 수정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걸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원호는 그 상태밖에 안 되는 거죠. 모든 영화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 자체가 어차피 거짓말이잖아요. 열린 결말이라 관객이 불편할 것 같긴 한데 오히려 그렇게 각자의 생각이 있을 거에요. 나도 ‘독전’을 달려가는 영화로만 인식을 하고 선택했는데 락과 원호의 마지막 대사를 보고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조진웅(사진=NEW)
조진웅(사진=NEW)

■ “‘독전’은 씩씩하지만 외로운 아이”

‘독전’은 조진웅, 류준열 뿐만 아니라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故김주혁 등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특히 조진웅이 연기한 원호는 모든 캐릭터와 만나게 되는데 조진웅은 배우마다 다른 케미를 완성했다. 

“각 캐릭터들을 만날 때마다 즐거웠죠. 처음 작업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기대가 많이 됐어요. 쭉 봐왔던 배우들은 그 캐릭터를 깨고 나오더라고요. 류준열이 맡은 락은 지금까지 그런 연기를 본 적이 없어요. 나한테는 그 자체가 에너지였죠. 가서 연기할 필요가 없고 리액션만 받으면 되니까 그게 좋았어요. 모든 캐릭터가 다 탐났고 심지어 꿈도 꿨어요. 해준이도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잘 했고 주혁선배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어마무시 하더라고요”

배우들이 이미지를 깨고 연기 변신을 한 만큼 ‘독전’을 맡은 이해영 감독도 변신 아닌 변신을 했다.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벌’ 등 밝고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왔다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하고 치열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조진웅 역시 ‘독전’의 가장 큰 반전은 이해영 감독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조진웅(사진=NEW)
조진웅(사진=NEW)

“감독의 전작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삶은 도전이고 가야하는 것이죠. 옆에서 봤을 때 이해영 감독이 되게 즐겼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을 괴롭혀야 하는 작업이고 책임을 져야하는데 성품으로 이렇게 독한 영화를 보듬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에 성령 선배는 큰 누나처럼 챙겨주고 차승원 선배는 유쾌하고 지치지 않는 요소가 적재적소에 있었어요. 위업하고 딥한 장르인데 즐기면서 했죠. 이렇게 작업하면 좀 더 영화를 오래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런 배우들의 고생을 아는지 ‘독전’은 슈퍼히어로들에 밀려있던 한국영화 가운데 오랜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한 작품이 됐다. 개봉 후 반응도 뜨거운 상황이다. 조진웅에게 ‘독전’이 주는 의미를 묻자 아이에 비유를 했다. 애정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반응에 애틋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해빙’이라는 영화는 어렵게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었던 아이였어요.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도 뒤에 숨어있는 느낌이었죠. ‘독전’은 되게 씩씩한데 락 같이 외로운 정서가 있는 아이 같아요. ‘해빙’이 내 뒤로 숨는 아이였다면 ‘독전’은 던져놓아도 혼자 잘 살 것 같은, 건드리면 달려들 것 같은 아인데 알고 보면 외롭고 고운 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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