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허민진(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무대 위의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면 행복감을 느껴요”
허민진은 뮤지컬 ‘빨래’와 인연이 깊다. 2005년부터 13년째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그는 학창시절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 그리고 지금 ‘빨래’ 무대에 선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뮤지컬에 참여하는 그의 속마음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크레용팝 초아가 아닌 배우 허민진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
■ 가장 잘 맞는 옷을 입다
21차 프로덕션으로 돌아온 뮤지컬 ‘빨래’는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를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여기서 허민진은 평범한 인물의 대명사인 서나영으로 변신한다.
“뮤지컬 입시를 준비하던 고3 때 ‘빨래’를 본 적이 있어요. 당시 학원을 통해 봤는데 작품에 대해 완전히 모르고 갔죠. 근데 너무 감명 깊게 봤어요. 웃고 울게 만들면서도 꼭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한 작품이었죠. 그런데 이번 시즌에 실제로 참여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무엇보다 기뻤죠. 어릴 때 봤던 솔롱고 역할이 박정표 배우였는데, 지금은 무대 위에서 함께 연기하니까 신기하면서도 영광스러워요”
허민진은 예전부터 ‘빨래’란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돌생활로 시기가 맞질 않아 기회가 없었다가 이번에 오디션에 접수해 당당하게 배역을 따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중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어요. 어울리지 않는데 무작정 하고 싶다고 할 순 없으니까 잘해낼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죠. 물론 좋은 작품을 하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빨래’는 워낙 좋은 작품이라 더 잘해내고 싶은 감정이 더 컸어요. 설렘이 부담감을 넘어서니까 오히려 행복했죠”
그는 이 작품에 애착을 갖고 있다. 작품 속 나영이란 캐릭터가 자신과 가장 닮아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는 평범한 사회생활을 했다. 회사부터 아르바이트까지 쉬지 않고 일해 온 경험 덕에 배역 몰입이 수월했다.
“나영이란 캐릭터는 지금 이 시대에 정말 많아요. 나영이라는 평범한 여자의 삶에 내 스스로를 대입했죠. 가수 데뷔 직전까지 평범한 사회생활을 2~3년 정도 했어요. 나영을 연기하면서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덕분에 표현하는 게 어렵지도 않았어요”
허민진은 자신과 똑 닮아있는 나영을 표현하고자 스스로를 투영시켰다. 풋풋하고 당찬 부분이 자연스레 우러나왔다.
“노래보단 연기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넘버를 소화할 때 계획한 부분들이 모두 잘 지켜지면 기뻤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진심으로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 더 희열이 느껴져요. ‘빨래’도 연기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라 감정적인 지점들을 잘 느끼고 소화해내면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죠. 이럴 때 성취감이 있고 행복해요”
뮤지컬배우 허민진(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 평범함이 전해주는 특별함
“‘빨래’는 다른 작품처럼 자극적인 요소나 큰 사건이 있기보단 단지 평범한 우리들의 삶을 보여줘요.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죠. 작품 안에 관객 분들 각자가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요. 연령별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볼 수 있는 거죠. 우리시대의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우리에겐 더 특별하다는 점이 부각돼요”
‘먼지 같은 오늘이지만 희망적인 내일을 보며 살아간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은 더 크게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빨래’의 평범함이 주는 매력이 특별하다고 그는 말한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작품을 통해 공감을 얻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은 일렁임이라도 있다면 감사하죠. 관객 분들도 허민진보단 나영으로 봐줬으면 해요. 배우로서의 평가적인 측면보다는 나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심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더 보람 있고 기쁘겠죠”
보통 사람들의 실제 살아가는 모습을 연기하다보니 배우들조차 마음을 열어놓고 호흡을 맞춘다. 그래서 허민진은 무대 위에는 배우 대 배우가 아닌, 사람 대 사람의 모습이 비쳐져 더욱 마음이 간다고 전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배우도 좋지만 무엇보다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언제나 사랑을 담아서 움직이고 마음이 먼저인 배우이고 싶죠. 무대 안팎에서 매순간 진심으로 대하고 어떤 것이든 마음을 쓰는 배우요. 특히 무대에선 그런 게 더 드러나잖아요. 그동안 받은 사랑을 캐릭터를 통해 다시 베풀고 싶죠”
뮤지컬배우 허민진(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 연기에 대한 진심
“이번 작품을 하기 전에 공백기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여러 가지 활동을 겹쳐하다 보니 쉬는 기간에도 뭐라도 하고 있었다면, 이번엔 아예 아무것도 안 해서 좋았죠. 그 기간이 좀 길어서 심적인 압박감은 있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 계기가 됐어요. 꼭 있어야 할 고마운 시간이었죠”
허민진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기술적으로도 전보다 조금은 더 다져질 수 있었다. 더욱이 그는 성장하며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를 찾아갔다.
“예전엔 물도 잘 안 먹었어요. 뮤지컬을 하면서부터 많이 먹게 됐죠. 목 관리를 하면서도 꾸준히 보컬레슨을 하러 다녀요. 레슨을 꾸준히 받는 거랑 안 받는 거는 다르다고 생각하죠. 장기적으로 보면 전부 드러날 부분이라 이걸 놓지 않고 가고 있어요. 당장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다져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죠”
연기가 1번이라는 허민진은 뮤지컬배우로 활동하지만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도 있다. 바로 소극장 연극이다. 관객들과 더 밀착해 디테일하고 꽉 찬 연기를 해야 하는 환경적 요소가 그로 하여금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도전하는 점에 있어서는 잘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뭔가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맘이에요. 새로운 걸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싶죠.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