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데릴남편 오작두' 한승주 역으로 열연한 배우 유이(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유이라는 이름이 국내 연예인 중에서는 유일하거든요. 그래서 좋아요. 앞으로도 내 이름에 자부심을 품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배우로 전향하는 가수 대부분이 활동명을 본명으로 바꾼다. 무대 위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연기자로 각인되기 위해서다. 그러나 2009년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해 지난해 팀을 졸업한 유이는 여전히 ‘유이’로 불리기를 원한다.
이름을 바꾸지 않고도 이미 배우로 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유이는 데뷔하자마자 MBC ‘선덕여왕’의 고현정(미실 역) 아역을 맡아 연기를 시작했다.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해마다 드라마 두 편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다졌다.
“실은 거의 모든 작품을 급하게 출연했어요. 다른 배우들을 돌아서 나에게 온 캐릭터들이 많았죠. 그래서 좋은 스태프와 배우들로 짜인 판에 내가 끼어서 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늘 걱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MBC ‘데릴남편 오작두(이하 오작두)’를 하면서 선생님들께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도 곧 너의 행운이고 복이다. 네가 잘 하니까 선택받은 것이고, 결코 2번이 아니다’”
‘오작두’ 역시 준비 기간이 넉넉지 않았다. 이에 유이는 “승주가 나와 비슷한 캐릭터라 끌렸고, 연기에도 내 성격이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오작두’는 극한의 현실을 사는 승주가 ‘유부녀’라는 소셜 포지션을 쟁취하기 위해 약초꾼 오작두(김강우)를 데릴 남편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승주는 30대 중반의 외주 프로덕션 PD로 자립심과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었다.
유이는 "승주는 나와 비슷한 캐릭터였다"고 했다(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극에서 승주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나도 모르게 눈빛이 ‘이것들 봐라?’ 이렇게 됐어요. B팀 감독님이 ‘너 실제 사회에서 그렇게 하면 잘린다’고 하셨을 정도로요. 작가님은 종방연 때 ‘내가 만든 승주보다 더 발랄하게 연기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유이는 ‘오작두’ 현장을 떠올리며 “굉장히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액션과 대사를 동시에 하는 장면들이 많았고, 승주가 한 회에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감정이 변화하는 친구라 조절하는 게 어려웠다”고 했다. 야외 촬영도 많아 늘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음에도 살이 빠졌단다.
“쉴 때마다 애프터스쿨 시절 영상 보거든요. 예뻤더라고요. 풋풋하고 귀엽고(웃음) 볼살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별명이 만두인 게 콤플렉스였는데 말이죠. 그때는 노력해도 안 빠지던 게 저절로 사라졌어요. 하하. 잘 먹고 체력 관리해서 예전처럼 건강미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 ‘오작두’ 끝났으니 쉬는 동안 운동 열심히 하는 게 숙제예요”
몸과 마음이 고됐던 대신 처음으로 ‘남자 주인공과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어 기뻤다는 유이다. 승주와 작두(김강두)가 애청자들 사이에 ‘양갱 커플’로 불리며 사랑받은 것. 실제 촬영장에서 유이와 김강우의 호흡은 어땠을까?
“나는 액션 연기를 거침없이 하거든요. 강우 오빠가 그런 내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는지 스태프를 통해서 ‘그렇게 하면 다치니까 조심히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나는 직접 여쭤봤죠. ‘선배님,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좀 알려주세요!’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이런 분위기였어요. 종방연 때 오빠가 ‘나를 이렇게 편하게 대하는 후배는 네가 처음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삼각관계로 호흡을 맞춘 김강우, 정상훈에게 고마움을 표한 유이(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극 중 삼각관계를 형성했던 에릭 조 역의 정상훈은 유이를 아들처럼 대했다고 한다. 그는 “운전하는 장면에서 뒤차를 살짝 박은 적이 있는데, 상훈 오빠가 달려와서 ‘괜찮냐’면서 ‘이 자식, 놀라지 마’라고 하셨다. 상대 배우가 아니라 아들을 달래는 느낌이었다. 촬영 내내 그렇게 대해주셔서 마음이 정말 편했다”고 떠올렸다.
“촬영장에서 강우 오빠, 상훈 오빠가 ‘예전의 유이, 정말 대단했는데’라는 말을 항상 했어요(웃음) 그때로 돌아간다면 물론 좋겠죠. 대신 나를 더 소중히 여겨주고 싶습니다. 20대의 유이에게는 ‘나’가 없었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슬플까요?(웃음) 4월 9일, 내 22살 생일에 애프터스쿨로 데뷔했어요. 그때는 다른 사람을 만족하게 하려고 나를 포기했어요. 아파도 돌보지 않고 스스로 사랑하지 않고… 잠도 못 잘 만큼 바빴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죠.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책임감을 느꼈나 봐요. 그런데도 사람들에게는 ‘지금 행복하고 좋아요’라고만 했죠. 솔직하지 못했던 시기였어요”
30대에 접어든 유이는 이제 “투정도 잘 부린다”며 웃음 지었다. 주위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나중에 당당히 말하고 싶어요. ‘30대는 나를 사랑한 시간이었다’고요. 여유도 즐기고,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나를 칭찬해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4~50대도 즐거울 것 같아요. 물론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지만, 조급하게 굴지는 않으려고요. 이미 충분히 많은 작품을 했으니, 30대는 한 템포 쉬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