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하(사진=정동극장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고민이요? 어느새 작품 안에서 최고 선배가 돼있는 거요(웃음)” 최유하는 작품에서 선배뻘에 속하는 게 고민이다. 진심과 우스갯소리가 반반씩 섞여 더 웃프게 느껴진다. 물론 그도 한참 후배이던 시절이 있었다. 다만 쉼 없이 달려왔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봤더니 그의 필모그래피는 다양성의 척도가 돼있었다. 2005년 데뷔 이래 대극장과 소극장을 넘나들며 활동을 해온 그는 어떤 연기를 펼쳐도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정체성이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바탕 ‘판’을 벌인단다. ■ 뮤지컬 ‘판’에 꽂히다 최유하는 지난해 3월 초연된 뮤지컬 ‘판’에 출연한다. 이어진 12월 공연엔 참여하지 못했지만, 해가 바뀌고 이번 6월 공연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 “‘판’은 초연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어요. 3주 정도였죠. 새로운 시도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연습과정에서 즐거움 없이 시작됐어요. 이해하거나 적응하기가 어려웠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관객들과 함께하는 짧은 공연 기간이 너무 즐겁기도 하고 아쉬움도 많았어요. 한 번 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그 시기가 빨리 왔죠. 덕분에 지금은 ‘연습이 재밌을 수 있구나’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연습하고 있어요” 그는 ‘판’에 꽂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판’은 경계가 없는 작품이다. 연습할 때와 마찬가지로 실제 공연에서도 열려있다. 그는 ‘판’이 추구하는 새로움이 좋았다. “‘판’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공연이에요. 관객 분들이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그날그날 공연이 달라지죠. 그런 새로움이 좋았어요. 연희적인 요소들도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고 허물죠. 공연 전까지만 해도 관객 분들과 소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는데, 직접 공연해보니 이 점이 가장 즐거웠어요” 열려있는 작품만큼이나 배우들도 ‘이렇게 해볼까 아님 저렇게 해볼까’하며 새로 만들어가는 지점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많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작품의 발전으로 귀결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이 ‘판’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판’다워야 한다.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과 저런 얘길 해도 되나하는 부분들이 알맞게 조화를 이뤄가야 해요. 조선시대가 배경이지만 현 시대에서 풍자가 될 수 있도록 트렌디하고 재밌어야 하죠. 단순히 교훈을 주는 작품이 아닌, 풍자와 해학을 통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면 그게 가장 베스트라고 봐요”   최유하(사진=CJ문화재단 제공) ■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배우 최유하는 ‘판’에서 춘섬을 연기한다. 춘섬은 주막을 겸한 매설방 주인으로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진 밝은 여성이다. “춘섬은 시대를 보는 눈을 가진 여성이자 행동하는 사람이에요. 요즘은 젠더이슈가 많은데 이런 부분이 초연 때랑 많이 달라졌죠. 그땐 ‘당당한 여성’이란 말로 캐릭터가 설명됐다면 지금은 미묘한 부분들이 조금씩 달라요. 스스로도 춘섬처럼 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그는 춘섬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캐릭터화가 돼간다고 느꼈다. 마치 춘섬이 자신 같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완전히 풀어놓고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요즘은 좀 더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는 편이에요. 보다 디테일한 연기를 많이 할 수 있어 관객 분들에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죠. 아무래도 예전에는 나를 보여주는 것에 큰 기준을 뒀다면, 지금은 나와 관객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죠” 그는 배우로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걸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배우와 관객이 같은 감정으로 몰입할 때 희열을 느낀다. “대중예술을 좋아해요. 공연은 관객 분들이 봐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예술이죠. 그래서 관객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작품 자체에 푹 빠졌으면 해요. 재미나 감동 등 어떤 포인트든 간에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죠”   최유하(사진=정동극장 제공) ■ 죽기 전까지 무대 서야 한다는 마음 최유하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그는 연기라면 뭐든 다 해보고 싶고 계속해서 꾸준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다. 막연하지만 ‘죽기 전에도 무대에 서야 한다’는 마음이다. “연기는 재밌어요. 다만 무대가 주는 호흡이 확실히 있죠.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흐르는 대로 맡고, 가능성 면에서도 전부 열어놓은 상태죠.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잘 소화하고 싶어요” 그는 무엇보다 한정된 역할들 속에서도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모습을 그리자면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만 잘하면 다 망가지는 공연이 있고, 내가 튀어야 만들어지는 공연도 있죠. 또 적당히 비슷한 비율로 했을 때 잘되는 공연도 있어요. 그래서 ‘잘한다’는 말을 듣기가 어렵죠. 그냥 혼자만 튀고 잘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맞게 제 역할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며 노력해야죠”

[마주보기] 최유하, 쉼표 없는 연기 열정

김희윤 기자 승인 2018.06.01 10:28 | 최종 수정 2136.10.30 00:00 의견 0
최유하(사진=정동극장 제공)
최유하(사진=정동극장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고민이요? 어느새 작품 안에서 최고 선배가 돼있는 거요(웃음)”

최유하는 작품에서 선배뻘에 속하는 게 고민이다. 진심과 우스갯소리가 반반씩 섞여 더 웃프게 느껴진다. 물론 그도 한참 후배이던 시절이 있었다. 다만 쉼 없이 달려왔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봤더니 그의 필모그래피는 다양성의 척도가 돼있었다. 2005년 데뷔 이래 대극장과 소극장을 넘나들며 활동을 해온 그는 어떤 연기를 펼쳐도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정체성이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바탕 ‘판’을 벌인단다.

■ 뮤지컬 ‘판’에 꽂히다

최유하는 지난해 3월 초연된 뮤지컬 ‘판’에 출연한다. 이어진 12월 공연엔 참여하지 못했지만, 해가 바뀌고 이번 6월 공연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

“‘판’은 초연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어요. 3주 정도였죠. 새로운 시도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연습과정에서 즐거움 없이 시작됐어요. 이해하거나 적응하기가 어려웠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관객들과 함께하는 짧은 공연 기간이 너무 즐겁기도 하고 아쉬움도 많았어요. 한 번 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그 시기가 빨리 왔죠. 덕분에 지금은 ‘연습이 재밌을 수 있구나’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연습하고 있어요”

그는 ‘판’에 꽂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판’은 경계가 없는 작품이다. 연습할 때와 마찬가지로 실제 공연에서도 열려있다. 그는 ‘판’이 추구하는 새로움이 좋았다.

“‘판’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공연이에요. 관객 분들이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그날그날 공연이 달라지죠. 그런 새로움이 좋았어요. 연희적인 요소들도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고 허물죠. 공연 전까지만 해도 관객 분들과 소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는데, 직접 공연해보니 이 점이 가장 즐거웠어요”

열려있는 작품만큼이나 배우들도 ‘이렇게 해볼까 아님 저렇게 해볼까’하며 새로 만들어가는 지점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많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작품의 발전으로 귀결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이 ‘판’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판’다워야 한다.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과 저런 얘길 해도 되나하는 부분들이 알맞게 조화를 이뤄가야 해요. 조선시대가 배경이지만 현 시대에서 풍자가 될 수 있도록 트렌디하고 재밌어야 하죠. 단순히 교훈을 주는 작품이 아닌, 풍자와 해학을 통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면 그게 가장 베스트라고 봐요”

 

최유하(사진=CJ문화재단 제공)
최유하(사진=CJ문화재단 제공)

■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배우

최유하는 ‘판’에서 춘섬을 연기한다. 춘섬은 주막을 겸한 매설방 주인으로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진 밝은 여성이다.

“춘섬은 시대를 보는 눈을 가진 여성이자 행동하는 사람이에요. 요즘은 젠더이슈가 많은데 이런 부분이 초연 때랑 많이 달라졌죠. 그땐 ‘당당한 여성’이란 말로 캐릭터가 설명됐다면 지금은 미묘한 부분들이 조금씩 달라요. 스스로도 춘섬처럼 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그는 춘섬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캐릭터화가 돼간다고 느꼈다. 마치 춘섬이 자신 같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완전히 풀어놓고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요즘은 좀 더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는 편이에요. 보다 디테일한 연기를 많이 할 수 있어 관객 분들에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죠. 아무래도 예전에는 나를 보여주는 것에 큰 기준을 뒀다면, 지금은 나와 관객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죠”

그는 배우로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걸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배우와 관객이 같은 감정으로 몰입할 때 희열을 느낀다.

“대중예술을 좋아해요. 공연은 관객 분들이 봐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예술이죠. 그래서 관객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작품 자체에 푹 빠졌으면 해요. 재미나 감동 등 어떤 포인트든 간에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죠”

 

최유하(사진=정동극장 제공)
최유하(사진=정동극장 제공)

■ 죽기 전까지 무대 서야 한다는 마음

최유하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그는 연기라면 뭐든 다 해보고 싶고 계속해서 꾸준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다. 막연하지만 ‘죽기 전에도 무대에 서야 한다’는 마음이다.

“연기는 재밌어요. 다만 무대가 주는 호흡이 확실히 있죠.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흐르는 대로 맡고, 가능성 면에서도 전부 열어놓은 상태죠.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잘 소화하고 싶어요”

그는 무엇보다 한정된 역할들 속에서도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모습을 그리자면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만 잘하면 다 망가지는 공연이 있고, 내가 튀어야 만들어지는 공연도 있죠. 또 적당히 비슷한 비율로 했을 때 잘되는 공연도 있어요. 그래서 ‘잘한다’는 말을 듣기가 어렵죠. 그냥 혼자만 튀고 잘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맞게 제 역할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며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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