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데릴남편 오작두' 타이틀롤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강우(사진=킹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배우 김강우는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를 더 즐겨본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꾸밈없이 리얼하게 담는 방식이 좋단다.
김강우의 취향은 그의 연기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달 종영한 MBC 주말특별기획 ‘데릴남편 오작두(이하 오작두)’에서 빛났다. 김강우는 타이틀롤 오작두를 맡았다. 가야금 무형문화재의 후계자임을 숨기기 위해 약초꾼으로 살아가는 인물.
“산속에 10년 산 사람의 외양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표현하려고 가발도 써 봤는데, 하루 20시간씩 가발을 쓰고 연기한다는 게 불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첫 촬영 당일에 벗었어요. 옷은 대부분 구제 시장에서 구매했고요. 더 (촌스럽게) 가고 싶었는데, 그러면 스타일리스트들이 슬퍼하겠더라고요. 화제가 됐던 꽃무늬 점퍼는 내 거예요. 몇 년 전에 사 놓고 못 입은 건데, 이렇게 써먹었네요. 꽤 비싼 옷이거든요. 나름 물 건너온 거였는데…”
이전까지 액션이나 스릴러 등 장르물에서 선 굵은 연기를 펼쳐왔던 그가 ‘꾸밈없이 리얼하게’ 그려낸 오작두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도 쏟아졌다. 이에 김강우는 “앞으로 연기할 날이 30년은 더 남았는데,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쑥스러워했다.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4회 대본까지 나온 상태였는데, 캐릭터만 보고 결정했어요. 희소성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모든 것을 갖춘 멋진 남자 주인공은 많지만, 오작두같은 역할은 드물잖아요. 가진 게 없어도 당당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따르는 남자요. 또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깊죠. 내가 추구하는 멋진 남성상이에요. 연기하면서 재밌었습니다”
김강우는 오작두를 연기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배웠다고 했다(사진=킹엔터테인먼트)
“타인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고, 남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았다”던 김강우다. 그렇기에 늘 주위 사람들을 살피고 챙기는 오작두를 통해 배려심을 배웠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오작두 같은 태도가 필요하겠다 싶었다”며 “특히 오작두가 한승주(유이)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오작두는 한승주를 위해서 안 먹던 라면에 즉석밥까지 같이 먹는 남자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원래 말수가 적고, 사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몰입이) 흐트러질까 봐 현장에서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요. 그래서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이 부럽죠. ‘오작두’도 마찬가지였어요. 유이 씨를 비롯해 정상훈 씨, 한선화 씨 모두 밝았거든요. (내게) 먼저 이야기 걸어주고 다가와 줘서 고마웠습니다”
김강우는 특히 상대 역 한승주를 연기한 유이를 “출중한 배우”라고 높이 평가했다. “유이의 팬이라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가 있었다”며 “그러나 현장에서 처음 만난 유이는 한승주 자체였다. 다 내려놓고 연기했다. 쉬는 시간에도 대본을 더 보고,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파트너였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김강우와 유이의 완벽한 호흡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들이 연기한 작두·승주 커플은 ‘양갱 커플’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사랑받았다. 김강우는 “촬영장이나 종방연에서 아기자기한 선물들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했다.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신 것 같다”며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대본의 힘이 좋았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들이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귀엽게 봐주신 모양입니다. 남들이 보면 닭살 돋지만, 자기들끼리는 진지하고 즐거운 게 연애잖아요. 작두와 승주를 통해 그런 면을 더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작두가 승주를 업거나 안아주는 장면들을 즉석에서 만들었어요. 대본에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더라고요“
김강우는 ‘오작두’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주말극에 출연했다. 이에 대해 그는 “미니시리즈나 영화보다 수요층의 연령대가 폭넓고, 즉각적인 반응이 훨씬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주말극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듯한 ‘막장’에 대한 생각도 솔직히 밝혔다.
"'오작두'는 막장 없이 기억에 오래 남는 드라마가 됐다"고 자평한 김강우(사진=킹엔터테인먼트)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대개 주말극이 시청자들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막장 요소를 넣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오작두’에는 그런 요소가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후반부로 갈수록 배우들이 먼저 ‘여기서 인물들이 좀 더 얽혀야 하지 않냐’고 제안했을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가 깔끔했습니다. 덕분에 시청률을 포기하더라도 시청자들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됐으리라고 생각해요”
‘오작두’는 최종회 시청률 11.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MBC 드라마의 침체기 중 얻은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시청률에 관해 묻자, 김강우는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 안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시청률이 작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물론 초대박 작품 하면 좋다”고 웃었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지지받지 못하면 흔들리기도 해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자신과 싸울 일이 많아요. 배우로 사는 동안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이죠”
김강우는 ‘오작두’에 앞서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사라진 밤’이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올해 출연한 작품마다 대중의 호응을 얻은 데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크게 의미두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술 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화가나 음악가를 한 작품으로만 평가하지 않잖아요? 나도 그러려고 해요. 작품 하나 결과에 일희일비하면 내가 힘들어서 못 살겠더라고요. 앞으로는 5년 단위로 끊어서 스스로 평가할 계획입니다. 작년에 마흔이 됐으니, 마흔넷이나 다섯쯤에 나의 행보를 돌아보고 싶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앞으로 대충 못 살 것 같아요”
김강우는 "오래, 많이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사진=킹엔터테인먼트)
김강우가 바라는 45살, 자신의 모습은 “창피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다. “연기는 물론 일상에서도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것.
“연기를 오래, 많이 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어요. 연기의 즐거움이나 소중함을요. 해가 거듭될수록 느껴요. 배우라서 가능한 행복 같은 것이요.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만, 잘 견뎌온 것 같아요. 이제는 연기가 재밌어요. 그래서 더 건강해지고 싶어요. 선배들이 길을 닦아주신 덕분에 배우의 수명이 길어졌잖아요. 나도 건강히, 열심히 해서 잘 따라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