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이리와, 안아줄게” 장기용과 진기주가 각각 상처받은 어린날의 자신을 꼭 끌어 안아주며 위로했다. 19일 방송한 MBC ‘이리와 안아줘’ 최종회에서 윤나무(채도진, 장기용)는 길낙원(한재이, 진기주)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낙원을 구하기에 앞서 희재(허준호)와 대치한 나무는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며 “당신이 죽인 그 분들 대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죽을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낙원과 채옥희(서정연), 고이석(정인기) 등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죽이라는 희재의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같은 시각 감금됐던 낙원은 희재의 조력자 전유라(배해선)에게 “윤희재는 그냥 나약하고 비겁한 괴물”이라며 “당신들은 괴물로 잊혀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기지를 발휘해 방에서 탈출했다. 낙원의 신고로 현장에 경찰들이 도착했고 나무는 직접 희재를 체포했다. 그러자 희재는 강남길(민성욱)을 인질로 잡고 소동을 피웠다. 나무는 희재의 다리를 총으로 쏴 제압했다. 희재는 법정에 서게 됐고 나무와 낙원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찾아왔다. 나무와 낙원은 연애를 즐겼다. 길무원(윤종훈)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했다. 옥희 역시 나무에게 “지금 실컷 좋아하고 실컷 행복해하고, 나중에 혹시 힘들어져도 다시 또 행복해지면 된다”며 웃음 지었다. 물론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낙원은 엄마(박주미)를 그리워하며 혼자 숨어 울기도 했다. 나무가 죄책감을 느낄까봐서였다. 이를 알아챈 나무는 “참지 말고 울라”면서 “사랑한다”고 했다. 극 말미 나무와 낙원은 각각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고 “이리와, 안아줄게”라고 했다. 어른이 된 두 사람이 과거의 스스로를 보듬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사진=MBC 방송화면)   ■ ‘약한 캐스팅’ 우려 씻은 신구세대의 조화 “처음 시작할 때 기대치가 낮다는 얘기들을 하셨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이리와 안아줘’ 기자간담회에서 윤종훈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이리와 안아줘’는 기대받지 못한 드라마였다. 동 시간대 경쟁작 SBS ‘훈남정음’은 남궁민·황정음을, KBS2 ‘슈츠’는 장동건·박형식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지상파 드라마 주연은 처음이었던 진기주·장기용은 확실히 약한 카드였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 아역 배우 남다름(어린 나무 역) 류한비(어린 낙원 역)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남다름은 어느새 훌쩍 큰 모습으로 성인 못지 않은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류한비는 톡톡 튀는 발랄한 매력으로 낙원이란 캐릭터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두 배우가 보여준 풋풋한 로매스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신예 장기용과 진기주도 주연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앞서 KBS2 ‘고백부부’의 훈남 선배, tvN ‘나의 아저씨’의 폭력배 등 상극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장기용은 ‘이리와 안아줘’로 또 한번 스펙트럼을 넓혔다. 나무란 캐릭터에 맞게 감정의 표현을 절제하고 텅 빈 눈빛으로 공허함을 드러냈다. 전작 JTBC ‘미스티’에서 주인공 김남주의 라이벌로 시청자들에게 얄미움받았던 진기주 역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사랑스럽고 긍정적인 낙원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했다. 이 가운데 ‘이리와 안아줘’의 일등공신은 허준호였다. 허준호 특유의 서늘함이 화면을 압도했다. 짧은 등장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에 몰입하게 했다. 특별출연으로 ‘이리와 안아줘’에 함께한 김서형은 허준호와 맞붙는 신마다 카리스마 대결을 펼쳤다. 서정연은 의붓 아들들을 친자식과 다름없이 사랑하는 엄마 연기로 감동을 자아냈다. 윤종훈은 엘리트 검사이자 동생바보 오빠로서 전작 SBS ‘리턴’의 악역 이미지를 씻었다. 김경남은 그 반대였다.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는 문제아 역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귀여운 캐릭터와는 반전의 연기를 펼쳤다. (사진=MBC 방송화면)   ■ ‘감성 로맨스’ 그 이상의 묵직한 메시지 ‘이리와 안아줘’는 ‘감성 로맨스’를 표방했다. 그러나 ‘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엇갈린 삶을 살게 된 남녀의 기구한 운명’이라는 홍보문구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는 그보다 깊었다. 믿기 힘들 만큼 잔혹한 살인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대중은 피해자를 동정하고 가해자에 공분하지만 관심은 일시적이다. ‘이리와 안아줘’는 우리가 쉽게 잊고 마는 사건들로 평생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낙원과 나무는 각각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과 가해자의 가족을 대변했다. 낙원의 트라우마는 살인사건 유가족들이 안고 살아가야 할 상처의 깊이를 상징했다. 반면 살인자의 아들 나무의 삶은 법적으로는 폐지됐으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연좌제’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렇듯 ‘이리와 안아줘’는 유가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 가해자 가족이 겪는 고충을 함께 그려냈다. 그런 한편 나무를 독립적인 존재로 여겨주는 이는 낙원이었다. 낙원은 경찰이 돼 자신을 비롯,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낙무를 “나의 세계를 파괴한 괴물의 아들이자 나의 유일한 구원자”라고 했다. 반대로 나무는 아버지 대신 죄책감을 느끼며 낙원에게 늘 조심스러웠다.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위로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선사했다.  그렇다고 범죄를 미화하지도 않았다. 사이코패스 희재는 수감 상태에서도 지지자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고 탈옥까지 했다. 드라마는 희재를 “나약하고 비겁한 괴물”로 묘사하며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와 단호한 대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희재의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의 팬클럽까지 존재한다는 설정은 비인간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줘 씁쓸함을 자아냈다. 또 ‘특종’을 위해 살인자와 손잡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리는 데도 거리낌 없었던 기자 박희영(김서형)은 현시대 저널리즘을 비판하기 위한 인물로 날뛰었다. 사회 경종을 울리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이리와 안아줘’는 지상파 수목극 꼴찌로 출발해 1위에 올랐다. 다만 평균 4~5%대 시청률로 이룬 성과라 지상파 수목드라마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약체’의 평가를 받던 ‘이리와 안아줘’가 이른바 ‘스타캐스팅’ 드라마를 꺾은 것만으로 그 의미는 남다르다. 흡인력 높은 스토리야 두 말할 것도 없다.

[‘이리와 안아줘’ 마치며] 감성 로맨스, 그 이상의 감동

손예지 기자 승인 2018.07.19 23:17 | 최종 수정 2137.02.03 00:00 의견 0
(사진=MBC 방송화면)
(사진=MBC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이리와, 안아줄게” 장기용과 진기주가 각각 상처받은 어린날의 자신을 꼭 끌어 안아주며 위로했다.

19일 방송한 MBC ‘이리와 안아줘’ 최종회에서 윤나무(채도진, 장기용)는 길낙원(한재이, 진기주)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낙원을 구하기에 앞서 희재(허준호)와 대치한 나무는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며 “당신이 죽인 그 분들 대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죽을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낙원과 채옥희(서정연), 고이석(정인기) 등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죽이라는 희재의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같은 시각 감금됐던 낙원은 희재의 조력자 전유라(배해선)에게 “윤희재는 그냥 나약하고 비겁한 괴물”이라며 “당신들은 괴물로 잊혀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기지를 발휘해 방에서 탈출했다. 낙원의 신고로 현장에 경찰들이 도착했고 나무는 직접 희재를 체포했다. 그러자 희재는 강남길(민성욱)을 인질로 잡고 소동을 피웠다. 나무는 희재의 다리를 총으로 쏴 제압했다.

희재는 법정에 서게 됐고 나무와 낙원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찾아왔다. 나무와 낙원은 연애를 즐겼다. 길무원(윤종훈)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했다. 옥희 역시 나무에게 “지금 실컷 좋아하고 실컷 행복해하고, 나중에 혹시 힘들어져도 다시 또 행복해지면 된다”며 웃음 지었다. 물론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낙원은 엄마(박주미)를 그리워하며 혼자 숨어 울기도 했다. 나무가 죄책감을 느낄까봐서였다. 이를 알아챈 나무는 “참지 말고 울라”면서 “사랑한다”고 했다.

극 말미 나무와 낙원은 각각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고 “이리와, 안아줄게”라고 했다. 어른이 된 두 사람이 과거의 스스로를 보듬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사진=MBC 방송화면)
(사진=MBC 방송화면)

 

■ ‘약한 캐스팅’ 우려 씻은 신구세대의 조화

“처음 시작할 때 기대치가 낮다는 얘기들을 하셨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이리와 안아줘’ 기자간담회에서 윤종훈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이리와 안아줘’는 기대받지 못한 드라마였다. 동 시간대 경쟁작 SBS ‘훈남정음’은 남궁민·황정음을, KBS2 ‘슈츠’는 장동건·박형식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지상파 드라마 주연은 처음이었던 진기주·장기용은 확실히 약한 카드였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 아역 배우 남다름(어린 나무 역) 류한비(어린 낙원 역)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남다름은 어느새 훌쩍 큰 모습으로 성인 못지 않은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류한비는 톡톡 튀는 발랄한 매력으로 낙원이란 캐릭터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두 배우가 보여준 풋풋한 로매스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신예 장기용과 진기주도 주연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앞서 KBS2 ‘고백부부’의 훈남 선배, tvN ‘나의 아저씨’의 폭력배 등 상극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장기용은 ‘이리와 안아줘’로 또 한번 스펙트럼을 넓혔다. 나무란 캐릭터에 맞게 감정의 표현을 절제하고 텅 빈 눈빛으로 공허함을 드러냈다. 전작 JTBC ‘미스티’에서 주인공 김남주의 라이벌로 시청자들에게 얄미움받았던 진기주 역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사랑스럽고 긍정적인 낙원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했다.

이 가운데 ‘이리와 안아줘’의 일등공신은 허준호였다. 허준호 특유의 서늘함이 화면을 압도했다. 짧은 등장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에 몰입하게 했다. 특별출연으로 ‘이리와 안아줘’에 함께한 김서형은 허준호와 맞붙는 신마다 카리스마 대결을 펼쳤다. 서정연은 의붓 아들들을 친자식과 다름없이 사랑하는 엄마 연기로 감동을 자아냈다. 윤종훈은 엘리트 검사이자 동생바보 오빠로서 전작 SBS ‘리턴’의 악역 이미지를 씻었다. 김경남은 그 반대였다.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는 문제아 역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귀여운 캐릭터와는 반전의 연기를 펼쳤다.

(사진=MBC 방송화면)
(사진=MBC 방송화면)

 

■ ‘감성 로맨스’ 그 이상의 묵직한 메시지

‘이리와 안아줘’는 ‘감성 로맨스’를 표방했다. 그러나 ‘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엇갈린 삶을 살게 된 남녀의 기구한 운명’이라는 홍보문구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는 그보다 깊었다. 믿기 힘들 만큼 잔혹한 살인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대중은 피해자를 동정하고 가해자에 공분하지만 관심은 일시적이다. ‘이리와 안아줘’는 우리가 쉽게 잊고 마는 사건들로 평생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낙원과 나무는 각각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과 가해자의 가족을 대변했다. 낙원의 트라우마는 살인사건 유가족들이 안고 살아가야 할 상처의 깊이를 상징했다. 반면 살인자의 아들 나무의 삶은 법적으로는 폐지됐으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연좌제’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렇듯 ‘이리와 안아줘’는 유가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 가해자 가족이 겪는 고충을 함께 그려냈다.

그런 한편 나무를 독립적인 존재로 여겨주는 이는 낙원이었다. 낙원은 경찰이 돼 자신을 비롯,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낙무를 “나의 세계를 파괴한 괴물의 아들이자 나의 유일한 구원자”라고 했다. 반대로 나무는 아버지 대신 죄책감을 느끼며 낙원에게 늘 조심스러웠다.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위로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선사했다. 

그렇다고 범죄를 미화하지도 않았다. 사이코패스 희재는 수감 상태에서도 지지자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고 탈옥까지 했다. 드라마는 희재를 “나약하고 비겁한 괴물”로 묘사하며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와 단호한 대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희재의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의 팬클럽까지 존재한다는 설정은 비인간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줘 씁쓸함을 자아냈다. 또 ‘특종’을 위해 살인자와 손잡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리는 데도 거리낌 없었던 기자 박희영(김서형)은 현시대 저널리즘을 비판하기 위한 인물로 날뛰었다.

사회 경종을 울리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이리와 안아줘’는 지상파 수목극 꼴찌로 출발해 1위에 올랐다. 다만 평균 4~5%대 시청률로 이룬 성과라 지상파 수목드라마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약체’의 평가를 받던 ‘이리와 안아줘’가 이른바 ‘스타캐스팅’ 드라마를 꺾은 것만으로 그 의미는 남다르다. 흡인력 높은 스토리야 두 말할 것도 없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