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SP미디어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그룹 카드(KARD)가 지난해 7월 데뷔했을 당시 이슈는 두 가지였다. 그룹 에이프릴 출신 전소민과 오랜만에 탄생한 혼성그룹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양날의 검 같은 소재들이다. 처음에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작용하지만, 정작 ‘음악’에 쏠릴 관심까지 빼앗기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카드는 실력 있는 그룹이었고, 덕분에 화제 몰이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 이들은 싱가포르, 대만 타이베이, 홍콩, 필리핀 마닐라 등 아시아권 주요도시뿐만 아니라 남미 투어 등을 진행했다. 세계 3대 음악 마켓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도 참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카드를 대표하는 이슈가 ‘해외에서 먼저 뜬 그룹’이 됐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들이 음악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에서는?’이라는 그림자 또한 함께 껴안게 됐다. 이에 대처하는 카드의 자세는 어떨까.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런 저런 수식어가 아닌 음악에 초점을 맞췄기에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25일 발표한 새 앨범 ‘라이드 온 더 윈드(RIDE ON THE WIND)’는 뚝심 있게 카드의 색깔을 보여주는 그 발자취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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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만드는 뜨거운 여름
“국내 시장을 노린 곡을 들고 나왔다기보다 대중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했어요. 국내외의 차이를 둔다기보다 카드의 음악이 어떨지를 더 고민했죠(전지우)”
“이번에는 힘을 빼려고 했어요. 원래대로라면 힘이 들어가고 각이 잡혀 있어야 하거든요. 여름이라는 계절과 맞추려고 했어요(전소민)”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라이드 온 더 윈드’는 빠른 템포에 따라 드럼과 베이스라인이 흘러가는 댄스홀 그루브와 하우스리듬이 어우러진 EDM 곡이다.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 사이의 설레는 감정을 살랑살랑 흔들리는 바람에 비유했다.
“뜨거운 여름의 느낌을 상상했어요. 가이드 듣자마자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죠. 이전 곡들과는 관점이 조금 달라요. 이번에는 노래를 들으면 얇은 천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생각나는 느낌이에요. 의상에도 그런 포인트를 주려 했고, 안무도 구름과 하늘처럼 표현하려고 했어요(전지우)”
“EDM 안에 기존의 소울과 하우스 리듬을 섞었어요. 시원해서 여름에 듣기 좋을 곡이에요. 제이셉이 노래도 하는데 그 부분이 킬링파트라고 생각해요(비엠) 비엠의 래핑에는 귀에 박히는 플로우가 있어요(전지우)”
카드의 데뷔곡 ‘올라 올라(Hola Hola)’가 청량한 여름 같았다면 이번 신곡은 카드의 정열을 여름에 적당히 녹여낸 모양새다. 단순히 여름을 노린 시즌송에서 더 나아가 점차 카드의 색 또한 짙어지는 것이다. 전지우 또한 “캐치프라이즈가 정확히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카드가 컴백하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를 설명하는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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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스타일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의 밸런스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고민할 텐데요. 저희는 항상 하고 싶은 음악을 먼저 하자고 이야기 했어요. 대중이 원하는 음악만을 따라가기보다 계속 연구하고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아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전지우)”
“운이 좋게 프리데뷔 앨범부터 해외에서 반응이 왔는데, 그래서인지 ‘올라 올라’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게 좀 속상했어요. 그래도 정식 데뷔곡은 ‘올라 올라’니까요. 더 확실한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번 컴백도 늦어진 듯해요. 아직 획기적인 우리의 패는 까지 않았답니다(제이셉)”
“카드는 한 번에 뜨고 바로 잘 되기보다 길게 음악을 하고 싶어서 만들어진 그룹이에요. 놀 듯 음악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걸 계속 하고 싶어요. 시기에 등 떠밀려 나오기보다 들려드리고 싶은 곡이 있을 때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또 카드가 아직까지 데뷔한지 1년 밖에 안 됐잖아요. 아직 저희를 모르시는 분들에게 보여드릴 게 많은 신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전지우)”
■ 카드가 지닌 열정, 곧 가능성이 되다
그렇다고 카드가 대중의 취향을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그 어떤 그룹보다 트렌디한 장르를 잘 흡수하는 세련된 팀이다. 맨 처음 댄스홀과 레게 등 장르를 시작한 계기도 회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전소민은 “어떤 장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즉 이들의 작업은 마음을 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카드의 색깔에 점차 덧칠을 해나가는 식이다.
“댄스홀이나 레게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행하는 장르잖아요. 또 연습생 시절부터 즐겨 듣던 장르에 내 창법이 그와 맞기도 했고요. 그런 흐름을 따르면서 보컬이나 톤을 우리만의 색깔로 바꾸려고 해요(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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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 데뷔한 지는 이제 고작 1년. 프리데뷔 시기를 합쳐도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카드는 여러 해외 투어에 임하며 세계적인 트렌드를 인식하고 국내 대중까지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 열정은 바로 카드가 지닌 가능성이다.
“투어를 하며 많은 걸 배웠어요. 맨 처음 섰던 무대를 보면 확실히 지금 더 신나게 무대를 즐기는 게 있죠. 능숙해진 거예요. 또 팬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무대에 쏟아 부어야겠다’고 느꼈어요(전소민)”
“한국보다 해외에서 음악 시장이 좀 더 빨리 바뀌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공부가 많이 됐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국내에서도 항상 새로운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 국내 팬카페도 개설하고 콘서트 등을 할 텐데 가장 기대가 되는 활동이에요. 올해 한 번 더 컴백하고 싶기도 해요(전지우)”
“하나하나 퀘스트를 깨 나가고 있는 듯해요. 데뷔라는 꿈을 이뤘고, 해외투어도 했잖아요. 그렇게 눈앞의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들을 했어요. 이제는 더 유명해져야죠. 빌보드에서 노는 세계적인 가수도 되고 싶고요. 그래야 좋은 음악을 들고 나왔을 때 우리를 알아봐주실 수 있잖아요. 우리 노래를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어도 한 번만 듣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제이셉)”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어요. 아티스트로서 곡도 많이 만들고 싶고 앞으로도 자기발전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비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