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버모어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이야기를 잘 전달한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내보여야 ‘잘’ 펼쳤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 막 데뷔한 가수 아이반은 “나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면서 “좋은 스토리가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팬들과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이반은 단순히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 경험 등을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이 그의 진심이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이반은 본격적인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최근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큐리어시티(Curiosity)’가 그 시작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아이반이 지니고 있는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각 트랙마다 분위기 같은 게 다 달라요. 약간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묻어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고도 싶었고요. 그러면서도 사소한 디테일은 덜어냈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 놓으면 공감이 안 되니까요. 적정선을 찾아야 했어요. 그렇게 나온 게 사랑과 설렘, 성장통, 호기심 등이에요”
첫 번째 미니앨범 ‘큐리어시티’에는 타이틀곡 ‘큐리어스(Curious)’를 비롯해 ‘파인드 마이셀프(Find Myself)’ ‘테이크 미 백(Take me back)’ ‘러브 이즈 소 굿(Love is so good)’ 등 6개 트랙이 수록됐다. 수록곡 대부분은 아이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곡의 분위기는 각기 다르다. 특히 눈에 띄는 곡은 속 깊은 내용이 담긴 ‘파인드 마이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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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면서 처음으로 완성까지 해본 게 3년 전에 만든 ‘파인드 마이셀프’에요. 그만큼 사적이고 진심도 많이 들어갔고 애착이 가죠. 예전에 4년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그때 내 자신에 회의감도 많이 들고 음악을 내려놓고 싶었어요. 동기들은 취직도 하고 어른으로서 성장을 해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아닌 것 같아서요. 그때 생각을 글로 옮겨 보기도 하고 개인적인 탐구를 많이 했죠. 다른 일도 해봤는데 결국 음악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내가 불행한 걸 음악 탓으로 돌렸던 것 같아요. 사실은 데뷔를 향해 기약 없이 기다림과 짜인 틀에 맞춰져가는 수동적인 내 모습에 실망을 했던 건데 말이에요“
외국에서 지내던 아이반은 대학교 1학년을 막 시작하기 직전 한국에 왔다. “3개월만 한국에 가서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고 오겠다”고 부모님께 말했다. 그렇게 아이반은 한국으로 왔고 다시 떠나기 3일 전, 이전의 소속사에서 계약 제안이 와 극적으로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
“한국에 들어올 생각도 음악 때문에 든 거예요. 내게 영감을 주는 음악이 브릿팝 장르와 마이클 잭슨, 엔씽크, 어셔 등이었는데 다른 세계에서는 케이팝(K-POP)이 막 치고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외국에 있으니 케이팝을 잘 몰랐던 거예요. 접하고 나서는 빠지게 됐고, ‘이게 내 갈 길이다’ 생각하게 됐어요. 케이팝의 장점을 살려서 전 세계적으로 영감을 주고 싶은 거죠”
자신의 성장통을 차분하게 담아낸 트랙들과 달리 타이틀곡 ‘큐리어스’는 매혹적인 신스 사운드가 도드라진다. 이 곡은 상대로부터 순간적으로 확 느껴지는 궁금증을 담고 있다. 충동적인 이끌림에서 오는 긴장감을 멜로디컬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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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으로 ‘퍼포머 아이반’을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유일하게 비트감이 있는 곡이라 가장 활발하게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신스 사운드가 메인인데 기타 리프나 리듬은 레트로한 맛이 있어서 세련되면서도 복고스러워요. 케이팝 시장에서는 흔히 들을 수 없는 사운드죠. 앞으로 대중에 음악으로서 전달하고 싶은 모습도 ‘큐리어스’와 같은 느낌일 것 같아요”
데뷔 전부터 축구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선수 제안을 받기도 하고. CNN 코리아 외신 인턴 기자도 지냈으며 현재 대학원에도 재학 중인 그였다. 아이반은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롤모델이 아이유인 이유도 대중성을 갖추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제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란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내가 다중인격이구나’하고 느꼈어요. (웃음)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특정 장르에 구속되는 거거든요. 공연을 할 때도 매번 구성을 바꿔요. 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나중에 누군가가 아이반의 대표곡 3개를 꼽았을 때 그 세 곡이 서로 완전히 달랐으면 좋겠어요. ‘스타일이 다 달라도 공통된 메시지가 있고, 그걸 찾아야 아이반을 알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나 느낌, 감정을 완벽히 구현해낼 수는 있어도, 그것을 제3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 손을 떠난 것에 대한 감상과 판단은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이반도 이 점에 대해 고민했다.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내 뜻대로 전달이 안 될 수 있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여줬으면’ 하고 바라면서 음악을 만들 뿐이죠. 음악이 옷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입혔을 때 가장 트렌디해’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고, 그걸 보여주며 내 자신에게나 남들에게나 떳떳하게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게 하는 것까지가 나의 몫인 것 같아요. 가장 나다운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또 다른 자극을 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