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이프타임)   [뷰어스=손예지 기자] 지난달 15일 첫 방송을 내보낸 라이프타임의 새 예능 ‘파자마 프렌즈’(연출 김주형 용석인)는 ‘고급지고 편하게 즐기는 1박 2일간의 도시여행’을 표방한다. 이에 따라 장윤주를 비롯해 배우 송지효와 그룹 레드벨벳 조이·우주소녀 성소가 매주 ‘호캉스(호텔로 떠나는 바캉스란 뜻의 신조어)’를 함께한다. 3화까지 방송된 현재, ‘파자마 프렌즈’는 출연자들이 방문하는 호텔마다 내부 시설을 소개하고 네일 케어나 마사지 등 부대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를 통해 출연자들이 피로를 푸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캉스’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 지난달 30일 시작한 tvN 새 예능 ‘주말 사용 설명서’에는 코미디언 김숙과 배우 라미란·이세영, 모델 장윤주가 출연한다. ‘주말 사용 설명서’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시대를 맞아 주말에 즐길 만한 여가 생활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는 출연자 네 명이 포스터를 촬영하는 모습부터 보여줬다. 장윤주가 골라준 옷을 입은 출연자들은 시간당 25만 원을 내야 한다는 11인승 요트 위에서 포스터를 촬영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여유롭게 샴페인과 피칸파이를 먹는 출연진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샀다는 반응이다.  ‘파자마 프렌즈’와 ‘주말 사용 설명서’의 가장 큰 공통점은 출연진이 여자 연예인으로만 이뤄졌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두 프로그램은 ‘여성 예능’으로 묶인다. 제작진부터 출연진까지 남성 위주의 기용이 우선시되고 있는 방송가에서 여성 예능이 비슷한 시기 연달아 출격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다만 ‘주말 사용 설명서’와 ‘파자마 프렌즈’이 그간 여성 예능들이 선보여 왔던 기획을 답습한 점은 다소 아쉽다.  바쁜 일상 속 현대인들에게 힐링이 될 만한 아이템을 소개한다는 점, 그 과정에서 그려질 출연진 간 케미스트리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그렇다. 이러한 소재는 온스타일의 ‘겟잇뷰티’나 패션엔의 ‘팔로우미’ 시리즈 등이 이미 다뤘던 것이다.  (사진=tvN, 온스타일, 패션엔)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이같은 여성 예능 대부분이 이른바 ‘고급 감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자마 프렌즈’가 고가의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모습이나 ‘주말 사용 설명서’가 요트 위에서 포스터를 촬영한 것도 그 예다. 지난달 7일 종영한 JTBC4의 ‘비밀언니’에서도 비슷한 요소가 발견된 바 있다. ‘비밀언니’는 여자 연예인들을 둘씩 짝지어 하루동안 고민을 나누고 친밀해지는 모습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가운데 ‘비밀언니’는 배경이 되는 공간을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예쁘게 꾸며진 숙소로 잡아두고 여기에 감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파자마 프렌즈’와 ‘주말 사용 설명서’는 남성 예능에 비해 획일화된 여성 예능의 한계를 보여준다. 비단 두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가 고질적인 문제다. 과거의 여성 예능은 ‘겟잇뷰티’ ‘팔로우미’ 시리즈와 같이 뷰티나 패션 관련 프로그램으로 한정됐다. 여성이 주가 된 토크쇼는 MBC ‘세바퀴’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세바퀴’는 고정 출연자를 기혼의 여성으로 제한하고 이들을 ‘기세고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이미지로 소비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세바퀴’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세바퀴’류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존재한다. ‘주부9단 연예인들의 말발’을 콘셉트로 잡은 MBN ‘속풀이쇼 동치미’ 등이다. 이 외에 여성 예능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MBC에브리원의 ‘비디오스타’나 ‘무한걸스’는 MBC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 등 남성 예능의 아류작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최근 여성 예능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올리브 ‘밥블레스유’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계 미식가이자 절친들로 소문난 이영자와 최화정·송은이·김숙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시청자들의 고민에 어울리는 메뉴를 추천하는 식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그보다 더 맛깔나는 MC들의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지만 포맷 자체는 신선할 게 없다. 먹방과 고민 상담이라는 소재는 그간 여러 예능에서 사용된 것이다. 결국 ‘밥블레스유’도 출연진 사이의 관계나 개인의 능력에 기대고 마는 여성 예능의 취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물론 남성 예능이 수적으로 우세하다 보니 소재와 주제가 다양한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지난달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로운 잡학사전)’은 김진애 박사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 박사가 ‘알쓸신잡’ 사상 최초의 여자 출연자이기 때문이다. 그간 ‘알쓸신잡’은 유시민 작가·김영하 작가·황교익 칼럼니스트 등 남자 명사들만 섭외해온 바.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제작진이 수용한 결과다. (사진=CJ E&M)   ‘알쓸신잡’의 김진애 박사 캐스팅은 하나의 시작이다. 우리 사회 페미니즘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대중문화계에서 여성 방송인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이에 따라 김숙·이영자·송은이·박나래 등 여성 방송인의 활약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들 외에도 실력있고 매력적인 여성 방송인은 많다. 이러한 인재를 잘 활용해 보다 신선한 여성 예능을 만들기 위한 방송가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수다뉴스] 쏟아진 신작 女예능, 드러난 한계

손예지 기자 승인 2018.10.01 10:30 | 최종 수정 2137.07.01 00:00 의견 0
(사진=라이프타임)
(사진=라이프타임)

 

[뷰어스=손예지 기자] 지난달 15일 첫 방송을 내보낸 라이프타임의 새 예능 ‘파자마 프렌즈’(연출 김주형 용석인)는 ‘고급지고 편하게 즐기는 1박 2일간의 도시여행’을 표방한다. 이에 따라 장윤주를 비롯해 배우 송지효와 그룹 레드벨벳 조이·우주소녀 성소가 매주 ‘호캉스(호텔로 떠나는 바캉스란 뜻의 신조어)’를 함께한다. 3화까지 방송된 현재, ‘파자마 프렌즈’는 출연자들이 방문하는 호텔마다 내부 시설을 소개하고 네일 케어나 마사지 등 부대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를 통해 출연자들이 피로를 푸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캉스’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 지난달 30일 시작한 tvN 새 예능 ‘주말 사용 설명서’에는 코미디언 김숙과 배우 라미란·이세영, 모델 장윤주가 출연한다. ‘주말 사용 설명서’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시대를 맞아 주말에 즐길 만한 여가 생활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는 출연자 네 명이 포스터를 촬영하는 모습부터 보여줬다. 장윤주가 골라준 옷을 입은 출연자들은 시간당 25만 원을 내야 한다는 11인승 요트 위에서 포스터를 촬영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여유롭게 샴페인과 피칸파이를 먹는 출연진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샀다는 반응이다. 

‘파자마 프렌즈’와 ‘주말 사용 설명서’의 가장 큰 공통점은 출연진이 여자 연예인으로만 이뤄졌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두 프로그램은 ‘여성 예능’으로 묶인다. 제작진부터 출연진까지 남성 위주의 기용이 우선시되고 있는 방송가에서 여성 예능이 비슷한 시기 연달아 출격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다만 ‘주말 사용 설명서’와 ‘파자마 프렌즈’이 그간 여성 예능들이 선보여 왔던 기획을 답습한 점은 다소 아쉽다. 

바쁜 일상 속 현대인들에게 힐링이 될 만한 아이템을 소개한다는 점, 그 과정에서 그려질 출연진 간 케미스트리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그렇다. 이러한 소재는 온스타일의 ‘겟잇뷰티’나 패션엔의 ‘팔로우미’ 시리즈 등이 이미 다뤘던 것이다. 

(사진=tvN, 온스타일, 패션엔)
(사진=tvN, 온스타일, 패션엔)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이같은 여성 예능 대부분이 이른바 ‘고급 감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자마 프렌즈’가 고가의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모습이나 ‘주말 사용 설명서’가 요트 위에서 포스터를 촬영한 것도 그 예다. 지난달 7일 종영한 JTBC4의 ‘비밀언니’에서도 비슷한 요소가 발견된 바 있다. ‘비밀언니’는 여자 연예인들을 둘씩 짝지어 하루동안 고민을 나누고 친밀해지는 모습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가운데 ‘비밀언니’는 배경이 되는 공간을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예쁘게 꾸며진 숙소로 잡아두고 여기에 감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파자마 프렌즈’와 ‘주말 사용 설명서’는 남성 예능에 비해 획일화된 여성 예능의 한계를 보여준다. 비단 두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가 고질적인 문제다. 과거의 여성 예능은 ‘겟잇뷰티’ ‘팔로우미’ 시리즈와 같이 뷰티나 패션 관련 프로그램으로 한정됐다. 여성이 주가 된 토크쇼는 MBC ‘세바퀴’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세바퀴’는 고정 출연자를 기혼의 여성으로 제한하고 이들을 ‘기세고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이미지로 소비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세바퀴’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세바퀴’류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존재한다. ‘주부9단 연예인들의 말발’을 콘셉트로 잡은 MBN ‘속풀이쇼 동치미’ 등이다. 이 외에 여성 예능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MBC에브리원의 ‘비디오스타’나 ‘무한걸스’는 MBC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 등 남성 예능의 아류작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최근 여성 예능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올리브 ‘밥블레스유’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계 미식가이자 절친들로 소문난 이영자와 최화정·송은이·김숙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시청자들의 고민에 어울리는 메뉴를 추천하는 식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그보다 더 맛깔나는 MC들의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지만 포맷 자체는 신선할 게 없다. 먹방과 고민 상담이라는 소재는 그간 여러 예능에서 사용된 것이다. 결국 ‘밥블레스유’도 출연진 사이의 관계나 개인의 능력에 기대고 마는 여성 예능의 취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물론 남성 예능이 수적으로 우세하다 보니 소재와 주제가 다양한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지난달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로운 잡학사전)’은 김진애 박사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 박사가 ‘알쓸신잡’ 사상 최초의 여자 출연자이기 때문이다. 그간 ‘알쓸신잡’은 유시민 작가·김영하 작가·황교익 칼럼니스트 등 남자 명사들만 섭외해온 바.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제작진이 수용한 결과다.

(사진=CJ E&M)
(사진=CJ E&M)

 

‘알쓸신잡’의 김진애 박사 캐스팅은 하나의 시작이다. 우리 사회 페미니즘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대중문화계에서 여성 방송인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이에 따라 김숙·이영자·송은이·박나래 등 여성 방송인의 활약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들 외에도 실력있고 매력적인 여성 방송인은 많다. 이러한 인재를 잘 활용해 보다 신선한 여성 예능을 만들기 위한 방송가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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