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스틱, 젤리피쉬, HB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tvN ‘하늘에서 내린 일억개의 별(이하 일억개의 별)’은 2002년 일본에서 방영된 원작 드라마를 2018년 감성에 맞춰 재해석했다. 미스테리한 남자 김무영(서인국)과 그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는 유진강(정소민) 반대로 무영을 경계하는 유진국(박성웅)의 이야기로, 주연만큼 남다른 활약을 펼치는 조연의 존재감이 빛난다. 16년 만의 리메이크작에 신선함을 더하며 활약하고 있는 뉴 페이스 셋을 꼽아봤다.
(사진=tvN)
#홍빈
홍빈은 극 중 무영과 절친한 사이의 노희준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희준은 무영이 일하는 맥주업체의 수습 조수이자 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 극 중 무영과 같은 보육원에서 지낸 덕분에 혈혈단신 무영의 유일한 편이 되어주고 있다.
희준은 ‘일억개의 별’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런데도 희준이 등장할 때마다 저절로 시선이 간다. 홍빈이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를 보여주는 덕분이다. 또한 학비를 벌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 않는 희준의 캐릭터는 홍빈의 훤칠한 외모와 건실한 이미지와 맞물려 설득력을 높인다. 특히 이는 무영이라는 캐릭터가 베일에 가려진 듯 의문스러운 존재로 그려지는 것과 극명히 대비돼 이야기의 균형을 맞춘다.
홍빈은 전작 MBN ‘마녀의 사랑’에서 황제욱 역을 맡아 설렘을 자아내는 로맨스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출연한 SBS 플러스 ‘숭일 오후 3시 30분’도 로맨스 드라마였다. 홍빈의 ‘일억개의 별’ 출연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전작들과는 결이 다른 장르에 도전, 작은 비중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한편, ‘일억개의 별’ 속 홍빈의 등장이 반가웠던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일억개의 별’ 전작인 ‘아는 와이프’에 홍빈과 같은 그룹 멤버인 차학연(엔)이 출연했었기 때문. 무대 위 남다른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빅스의 멤버들이 연달아 tvN 수목극을 통해 연기자로 대중을 만나는 것이 흥미롭다.
(사진=tvN)
#고민시
고민시가 맡은 유리는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으나 정서적으로 결핍된 인물이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자신을 막아준 무영에게 반해 집착까지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영이 진강에게 관심을 보이자 질투심에 사로잡혀 진강을 죽이려고 하기도 했다.
유리는 극의 주축이 되는 ‘여자 대학생 살인 사건’과 긴밀히 연관된 캐릭터다. 더불어 피해자와 무영의 관계도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이에 유리의 행동과 발언 하나하나가 이야기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유리는 극 중 습관적 자해와 약물중독 증세를 겪는 것으로 그려진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설정이라 연기하기 녹록지 않을 터다. 여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이 바로 고민시다. 고민시는 유리의 불안한 심리를 깊이있는 눈빛 연기로 표현하고, 무영에게 매달리는 모습도 절절하게 그려낸다.
시청자들을 극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드는 이 배우가 데뷔한 지 갓 1년이 됐다는 게 놀랍다. 지난해 SBS ‘엽기적인 그녀’로 공식 데뷔한 고민시는 올해 여자 신인 배우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상반기에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tvN ‘라이브’에 출연해 이순재·배종옥·배성우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으며, 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마녀’에서 주인공 김다미의 친구 역을 맡아 감초 연기를 선보이며 스크린까지 사로잡았다. 여기에 ‘일억개의 별’까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도 확실히 넓힌 모양새다. 특히 ‘마녀’ 속 고민시는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여자 고등학생 명희 역으로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든 바. ‘일억개의 별’ 유리와 정반대의 고민시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tvN)
#권수현
권수현이 연기하는 엄초롱은 극 중 진국의 형사 후배로, 의욕이 넘치는 순둥이다. 진국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한 진강에게 반해버린 인물이기도 하다. 팀에서 소외받는 진국을 유일하게 챙겨주는 ‘훈남’이자 진강에게는 서툰 듯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는 ‘썸남’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초롱의 존재는 ‘일억개의 별’ 특유의 무겁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통통 튀는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이 잠시나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도록 돕는 덕분이다. 초롱이라는 캐릭터는 자칫 소모적으로 그려지기 쉽다. 진국의 조력자로, 진강과 무영의 로맨스를 방해하는 데만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수현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생활감 넘치는 연기가 초롱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으면서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한 가지 반전이 있다. 29세 신참 형사 초롱을 연기하는 권수현이 실제로는 올해 33세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뮤지션 출신의 배우다. ‘별 빛이 내린다’(2009)로 유명한 밴드 안녕바다에서 기타를 치다가 2012년 연기자로 전향했다. 첫 출연작은 공무원과 밴드 멤버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였다. 이후 JTBC ‘상류사회’(2015) ‘청춘시대2’(2017) 영화 ‘밀정’(2016) ‘여교사’(2017) 등에 출연했다. 주로 작은 역을 맡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과정으로 쌓인 경험이 ‘일억개의 별’에서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한편, 그가 지난해 출연한 KBS ‘드라마 스페셜-만나게 해, 주오’에서는 낭만적인 시인이자 일본인인 유토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바. 초롱이와는 또 다른 권수현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