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맛없진 않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창궐’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 분)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 분)의 혈투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비만 약 170억원이 투자되고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개봉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조’에 이어 다시 만난 김성훈 감독과 현빈의 호흡도 만날 수 있다. 기대작으로 꼽히는 ‘창궐’은 SWOT 분석을 통해서 짚어봤다.
■ Strength(강점)
일단 조선시대와 일명 ‘야귀’로 불리는 좀비의 조합이 신선하다. 조선판 크리쳐물은 앞서 개봉했던 ‘물괴’ 정도다. ‘창궐’은 궁을 배경으로 야귀떼와의 전쟁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야귀의 비주얼과 움직임이 훌륭하다. 기술적인 것은 물론 야귀 역을 맡은 연기자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야귀는 존재만으로 공포심을 준다.
‘공조’로 이미 액션 호흡을 맞춘 김성훈 감독과 현빈은 이번에도 좋은 합을 보여준다. 흰색 도포를 입고 가볍게 몸을 띄우는 현빈의 몸놀림이 현란하고 스타일리시하다. 궁 안에서 펼쳐지는 이청(현빈)과 야귀떼의 대결은 오락영화로서 탁월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 Weakness(약점)
문제는 신선한 소재를 풀어낸 방식이다. ‘창궐’이 그리는 헬조선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무능한 왕과 그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권력가들의 모습이 이미 많은 영화에서 봐왔던 스토리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좀비와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준 ‘부산행’과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백성을 지킨 ‘물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또 이청을 어린시절부터 수행하는 학수(정만식)와 야귀를 잡으러 다니는 덕희(이선빈) 등 조연급 캐릭터들도 전형적으로 그려져 아쉽다.
‘창궐’의 또 다른 이야기의 중심은 왕위 따윈 관심조차 없던 왕자 이청이 백성들의 실상을 직접 접하고 각성해 한 나라의 왕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전형적인 영웅의 서사다. 하지만 그 단계가 촘촘하게 그려지지 않다 보니 후반부에 확연하게 달라지는 이청의 모습이 뜬금없다. 이청이 덕희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과연 필요한 설정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화려한 스케일로 보는 재미가 충분한데 이야기가 촘촘하지 못하니 후반부에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청의 캐릭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계속되는 혈투에 먼저 지치게 된다.
■ Opportunity(기회)
‘창궐’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답게 4대륙 19개국 동시기 개봉까지 이뤄냈다. 해외 개봉하면서 현빈과 장동건, 김성훈 감독도 해외 정킷에 참여하며 팬들과 만난다. 일단 해외에서 걷은 성과 덕분에 ‘창궐’ 국내 손익분기점은 낮아진 상태다. 여기에 할로윈 특수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
■ Threat(위협)
일단 현재 상영 중인 ‘암수살인’이 역주행을 이어가면서 장기 흥행 중이다. ‘창궐’이 우선 넘어야 할 벽은 ‘암수살인’이다. 그리고 한 주 뒤에 ‘완벽한 타인’이 개봉한다. ‘완벽한 타인’은 ‘창궐’과 완전히 성격이 다른 작품이나 신선한 호재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봉 첫주의 성적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