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나인룸' 포스터)
[뷰어스=손예지 기자] 실제로 사람의 영혼이 바뀔 확률은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중문화계에서는 이러한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꾸준히 나온다. 현재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나인룸’도 마찬가지다. ‘나인룸’은 30대의 잘나가는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와 살인 누명을 쓴 60대의 사형수 장화사(김해숙)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올해 상반기 방영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을 비롯해 MBC ‘투깝스’(2017) KBS2 ‘울랄라 부부’(2012) SBS ‘시크릿 가든’(2010) 등도 ‘영혼체인지’ 설정을 썼다. 이들 작품은 인물의 인격이 교체하는 기현상을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 깊어지는 계기나, 남자와 남자가 사건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나인룸’은 다르다. 극 중 견원지간인 화사와 해이는 영혼이 바뀐 뒤에도 끊임없이 대립한다. 화사는 해이의 몸을 지키고자, 해이는 화사의 몸에서 벗어나고자 각각 분투하는 모습이 또 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나인룸’ 덕분에 여자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캐릭터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사의 본체이자, 화사의 몸에 갇힌 해이로 열연 중인 중년배우 김해숙의 존재감이 남다른 이유다. 특히 여자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선택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된다. 김해숙 역시 여러 작품에서 모성애를 대변하는 캐릭터로만 등장했다. 그러나 ‘나인룸’에서는 주연 자리를 당당히 꿰차 그간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는 중이다. 또 해이 본체 역의 김희선이 젊고 세련된 얼굴로 노년의 여성을 연기하는 모습도 훌륭하다.
(사진=tvN '나인룸', SBS '돌아와요 순애씨' 스틸컷)
이런 가운데 ‘나인룸’ 이전의 비슷한 시도를 꾀했던 작품이 있다. 2006년 방영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다. ‘돌아와요 순애씨’는 40대 전업 주부 허순애(심혜진)가 남편의 내연녀인 20대 스튜어디스 한초은(박진희)과 영혼이 바뀌는 내용의 드라마다. 견원지간의 여자 둘이 우연한 계기로 영혼이 바뀐다는 점이 ‘나인룸’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가 표방하는 장르는 달랐다. ‘돌아와요 순애씨’는 코믹 장르를 내세웠다. 당시 ‘영혼체인지’라는 설정이 생소했기에 시청자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돌아와요 순애씨’는 순애와 초은이 서로의 몸에 적응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주연 배우 심혜진과 박진희의 활약도 눈부셨다. 심혜진은 도회적인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바. 2000년대 중반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로 코믹 연기에 도전한 이후 ‘돌아와요 순애씨’를 통해 억척스러운 주부와 새침데기 승무원을 오가는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박진희 역시 일상적인 장면부터 극한의 감정을 요하는 장면까지 다채롭게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한편, ‘돌아와요 순애씨’는 각종 인기 드라마와 영화의 명장면을 다수 패러디해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극 중 초은의 몸에 들어간 순애(박진희)가 자기 얼굴을 하고 있는 초은(심혜진)을 바라보며 “이 안에 너 있다. 내 안에 너 있니?”라고 묻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SBS ‘파리의 연인’ 속 이동건의 명대사를 차용한 것으로, 방송 당시 화제를 모았다.
‘돌아와요 순애씨’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자체 최고 시청률 25.8%까지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닐슨코리아 제공) 그런가 하면 ‘돌아와요 순애씨’를 집필한 최순식 작가는 2012년에도 부부의 영혼이 바뀌는 내용의 KBS2 ‘울랄라 부부’를 선보이며 ‘영혼체인지’ 작품의 계보를 이었다.
(사진=SBS '돌아와요 순애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