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언더나인틴' 포스터)   [뷰어스=손예지 기자] 몇 년 전 김난도 교수 저서의 제목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문구도 젊은 세대의 분노를 유발하는 말 중 하나가 됐다.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빠듯한 요즘 청춘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은 이제 정말 옛말일뿐이다.  바로 이것이 지난달 열린 MBC 새 아이돌 서바이벌 ‘언더나인틴’ 제작발표회에서 정창영 PD가 “창의적이고 영리한 10대”들만 모아 서바이벌을 만든 이유에 대해 “지금 실패해도 다른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을 때 귀를 의심한 이유다. 정 PD는 당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했을 때 빨리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나이가 10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PD가 ‘성공과 실패’가 우승자와 탈락자의 이야기라면 배려없는 발언이고, 프로그램의 흥망을 뜻하는 것이라면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이다. 우승자와 탈락자가 분명히 나뉘는 게 서바이벌의 특징이다. 누군가의 성공 뒤에는 나머지의 실패가 따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이건 당사자가 받아들일 몫이다. 타인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실패의 충격을 덜 받는 게 아니고, 이를 극복하는 기간이 짧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서바이벌 자체가 흥행하면 탈락자도 그 후광을 받기 마련이다. 이때 흥망을 결정짓는 1차 요인은 제작진에게 있다. 수많은 지원자 중 시청자들이 빠져들만한 재능과 매력의 소유자를 선발하는 것부터 경쟁 과정을 흥미롭게 구성하는 것까지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제작진의 역량 부족이 만든 실패의 책임을 참가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또 다른 ‘갑질’에 해당한다. 실제로 서바이벌계 대대적인 ‘갑질’ 사태를 일으킨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월 종영한 JTBC ‘믹스나인’이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제작에 참여한 ‘믹스나인’은 심사위원 평가와 시청자 투표를 거쳐 9인조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였으나 무산됐다. ‘믹스나인’이 0%대 시청률로 바닥을 치면서 적자가 난 데다 서로 다른 기획사 연습생 9인의 일정을 조절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당시 우승자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키로 한 YG의 해명이었다. (사진=JTBC '믹스나인' 포스터)   이로 인해 ‘믹스나인’ 최종 1위 우진영이 속한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이하 해피페이스)에서 YG를 상대로 1천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지난달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YG 변호 대리인은 “프로그램이 잘 됐다면 이런(데뷔 무산) 일이 없었겠지만 프로그램도 잘 안됐고 손실도 굉장히 많이 봤다”면서 “데뷔조의 음반 발매는 의무 조항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해피페이스는 YG의 주장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논리’라며 “YG는 연습생들이 방송에 출연하며 발생한 비용도 부담하지 않았다”면서 역시 금전적 손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소송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으나 대중의 마음은 해피페이스를 비롯한 참가자들 편에 기운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바이벌에서의 데뷔는 비단 참가자들에 대한 우승 혜택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청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참가자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다. 일종의 대리만족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참가자만큼 데뷔라는 최종 목표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는 시청자가 있었기에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이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셈이다. ‘믹스나인’도 마찬가지다. 참가자들이 양현석 YG 대표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독설을 감내하고 미션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밤샘 연습을 반복한 이유도, 시청자들이 일정 금액을 지불해 유료 투표에 참여한 이유도 전부 데뷔를 위해서였다. 이제 와서 ‘의무가 아니었다’고 꼬리를 자르는 것은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의 꿈마저 짓밟은 행태다.  결론적으로 YG와 ‘믹스나인’의 책임 불이행은 참가자들의 꿈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서바이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바이벌은 계속해 만들어진다. 심지어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이 아니라 자사 직원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슈퍼인턴’을 만든단다.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는 대신 화려한 스펙보다 뜨거운 열정을 보겠다는 설명이다. 꽤나 그럴 듯한 말이지만 청년 실업 시대에 다소 뜬구름 같은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는 주52시간 근무제와 거리가 멀고 박봉이기로 소문난 업계다. 과연 ‘슈퍼인턴’이 이러한 현실을 솔직하게 그리면서 ‘노스펙’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그간 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등장 이후 서바이벌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탈락자 인터뷰를 적잖게 했다. 그때마다 빠듯한 일정 속에 미션을 수행하느라 잠을 줄이고 내내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쓰러움이 앞섰다. 특히 심사위원이나 시청자 혹평에 기죽은 탈락자의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아팠다. 방송에 몇 초 얼굴을 비추는 게 절실했다는 그들은 철저한 을(乙)이었다. 하지만 꿈꾸는 사람들은 약자가 아니다. 꿈을 향한 열정과 간절한 노력을 인질삼아 노력을 착취하는 서바이벌을 이제 그만보고 싶은 이유다.

[수다뉴스] ‘언더나인틴’ 10대의 실패는 회복이 빠르다니요

손예지 기자 승인 2018.11.07 11:34 | 최종 수정 2137.09.13 00:00 의견 1
(사진=MBC '언더나인틴' 포스터)
(사진=MBC '언더나인틴' 포스터)

 

[뷰어스=손예지 기자] 몇 년 전 김난도 교수 저서의 제목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문구도 젊은 세대의 분노를 유발하는 말 중 하나가 됐다.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빠듯한 요즘 청춘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은 이제 정말 옛말일뿐이다. 

바로 이것이 지난달 열린 MBC 새 아이돌 서바이벌 ‘언더나인틴’ 제작발표회에서 정창영 PD가 “창의적이고 영리한 10대”들만 모아 서바이벌을 만든 이유에 대해 “지금 실패해도 다른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을 때 귀를 의심한 이유다.

정 PD는 당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했을 때 빨리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나이가 10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PD가 ‘성공과 실패’가 우승자와 탈락자의 이야기라면 배려없는 발언이고, 프로그램의 흥망을 뜻하는 것이라면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이다.

우승자와 탈락자가 분명히 나뉘는 게 서바이벌의 특징이다. 누군가의 성공 뒤에는 나머지의 실패가 따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이건 당사자가 받아들일 몫이다. 타인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실패의 충격을 덜 받는 게 아니고, 이를 극복하는 기간이 짧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서바이벌 자체가 흥행하면 탈락자도 그 후광을 받기 마련이다. 이때 흥망을 결정짓는 1차 요인은 제작진에게 있다. 수많은 지원자 중 시청자들이 빠져들만한 재능과 매력의 소유자를 선발하는 것부터 경쟁 과정을 흥미롭게 구성하는 것까지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제작진의 역량 부족이 만든 실패의 책임을 참가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또 다른 ‘갑질’에 해당한다.

실제로 서바이벌계 대대적인 ‘갑질’ 사태를 일으킨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월 종영한 JTBC ‘믹스나인’이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제작에 참여한 ‘믹스나인’은 심사위원 평가와 시청자 투표를 거쳐 9인조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였으나 무산됐다. ‘믹스나인’이 0%대 시청률로 바닥을 치면서 적자가 난 데다 서로 다른 기획사 연습생 9인의 일정을 조절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당시 우승자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키로 한 YG의 해명이었다.

(사진=JTBC '믹스나인' 포스터)
(사진=JTBC '믹스나인' 포스터)

 

이로 인해 ‘믹스나인’ 최종 1위 우진영이 속한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이하 해피페이스)에서 YG를 상대로 1천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지난달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YG 변호 대리인은 “프로그램이 잘 됐다면 이런(데뷔 무산) 일이 없었겠지만 프로그램도 잘 안됐고 손실도 굉장히 많이 봤다”면서 “데뷔조의 음반 발매는 의무 조항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해피페이스는 YG의 주장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논리’라며 “YG는 연습생들이 방송에 출연하며 발생한 비용도 부담하지 않았다”면서 역시 금전적 손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소송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으나 대중의 마음은 해피페이스를 비롯한 참가자들 편에 기운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바이벌에서의 데뷔는 비단 참가자들에 대한 우승 혜택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청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참가자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다. 일종의 대리만족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참가자만큼 데뷔라는 최종 목표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는 시청자가 있었기에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이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셈이다.

‘믹스나인’도 마찬가지다. 참가자들이 양현석 YG 대표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독설을 감내하고 미션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밤샘 연습을 반복한 이유도, 시청자들이 일정 금액을 지불해 유료 투표에 참여한 이유도 전부 데뷔를 위해서였다. 이제 와서 ‘의무가 아니었다’고 꼬리를 자르는 것은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의 꿈마저 짓밟은 행태다. 

결론적으로 YG와 ‘믹스나인’의 책임 불이행은 참가자들의 꿈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서바이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바이벌은 계속해 만들어진다. 심지어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이 아니라 자사 직원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슈퍼인턴’을 만든단다.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는 대신 화려한 스펙보다 뜨거운 열정을 보겠다는 설명이다. 꽤나 그럴 듯한 말이지만 청년 실업 시대에 다소 뜬구름 같은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는 주52시간 근무제와 거리가 멀고 박봉이기로 소문난 업계다. 과연 ‘슈퍼인턴’이 이러한 현실을 솔직하게 그리면서 ‘노스펙’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그간 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등장 이후 서바이벌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탈락자 인터뷰를 적잖게 했다. 그때마다 빠듯한 일정 속에 미션을 수행하느라 잠을 줄이고 내내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쓰러움이 앞섰다. 특히 심사위원이나 시청자 혹평에 기죽은 탈락자의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아팠다. 방송에 몇 초 얼굴을 비추는 게 절실했다는 그들은 철저한 을(乙)이었다. 하지만 꿈꾸는 사람들은 약자가 아니다. 꿈을 향한 열정과 간절한 노력을 인질삼아 노력을 착취하는 서바이벌을 이제 그만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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