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황후의 품격’, 끝판왕급 막장 속 신성록이 빛났다.
SBS ‘황후의 품격’(연출 주동민, 극본 김순옥)이 지난 21일 베일을 벗었다. 막장계 대모로 통하는 김순옥 작가의 신작답게 첫 회부터 살인과 음모, 배신과 치정 등 온갖 자극적인 설정의 향연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극 중 대한제국의 황제 역을 맡은 배우 신성록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황후의 품격’은 가난한 뮤지컬배우 오써니(장나라)와 천하장사 시골 청년 나왕식(최진혁, 태항호)이 황실의 절대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를 따른다는 설정 아래 대한제국 121년을 배경으로 한다. 1~2회에서는 써니와 황제 이혁(신성록)의 첫 만남부터 황제의 비서 민유라(이엘리야)가 인생 역전을 위해 연인 나왕식과 그 모친 백도희(황영희)을 배신하는 모습까지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특히 이혁이 도희를 차로 치는 사고를 내고 이를 유라가 목격하는 장면으로 첫 방송이 마무리돼 앞으로의 전개를 궁금케 했다.
이처럼 '황후의 품격'은 시청하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황궁 안뜰에서 사체가 발견된다거나 황제가 테러를 당하는 등의 충격적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그려진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는 신성록이었다. 겉으로는 국민들의 추앙을 받지만 실상 비리와 부패에 찌든 황제 이혁의 이중성을 제대로 표현했다. 또 써니 앞에서는 다정하지만 유라 앞에서는 차갑게 돌변하는 이혁의 온도 차이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그런가 하면 태후 강씨 역의 신은경과 신성록이 주고받는 연기 호흡도 볼 만했다. 눈빛만으로 불꽃튀는 카리스마 대결이 ‘황후의 품격’을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높였다.
(사진=SBS '방송화면')
반면 납득하기 힘든 막장 설정이 계속돼 피로감이 들었다. 테러범(윤종훈)이 삼엄한 황궁 보안을 뚫고 불을 질러 황제의 목숨을 위협하는 장면이나 황제가 위험에 처했는데 불길 때문에 방 안에 들어갈 수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는 황실 경호원의 태도 등이다. 지나친 선정성도 문제 삼을 만하다. ‘황후의 품격’이 15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은 점을 고려했을 때, 극 중 이혁과 유라의 스킨십이나 두 사람이 한 욕조에서 잠든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다소 과했다.
캐릭터 간 분량 조절에 실패한 점도 아쉽다. 타이틀 롤을 맡은 장나라의 비중이 많지 않았던 것은 물론, 남자 주인공 왕식의 다이어트 후 모습을 연기하는 최진혁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정신 없다” “막장 총집합이다” “한 시간이 빨리 흘렀다” 등 ‘황후의 품격’이 보여준 막장 전개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놀란 시청자가 많다. 이런 가운데 “신성록 잘생겼다” “신성록의 매력이 치명적이다” “신성록과 신은경이 함께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등 신성록과 관련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또 “장나라가 나오면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장나라의 분량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등 여자 주인공의 활약을 기대하는 시청자도 대다수다. 다만 “최진혁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이엘리야의 연기가 목석 같다” 등의 아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후의 품격'은 출발부터 지상파 수목극 왕좌에 올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황후의 품격’ 1, 2회는 전국 시청률 7.6%, 7.2%를 각각 기록했다. 같은 날 시작한 MBC 새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해’(5.2%, 5.4%)를 가뿐히 앞섰다. ‘황후의 품격’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는 그간 SBS ‘언니는 살아있다’(2017) MBC ‘내 딸, 금사월’(2015~2016) 등 주로 주말극을 선보여 중장년 마니아층을 확고히 다진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황후의 품격’ 역시 시청률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