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 네오스엔터테인먼트 화이브라더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tvN ‘계룡선녀전’(연출 김윤철, 극본 유경선)은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후일담을 그린다. 699년 동안 계룡산에서 나무꾼의 환생을 기다리며 바리스타가 된 선녀 선옥남(문채원, 고두심)이 정이현(윤현민) 김금(서지훈) 중 진짜 서방님을 찾는 이야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리메이크한 ‘계룡선녀전’은 만화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화면에 그대로 옮긴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존재감도 남다르다. 이에 만화를 찢고 나온 듯 통통 튀는 매력으로 극에 재미를 더하는 배우 셋을 꼽았다.
(사진=tvN)
#안영미
터주신 조봉대는 코미디언 안영미가 연기한다. 터주신은 집터를 지켜주는 가신을 말한다. 2018년 서울에서 그는 대학교 안에서 커피 트럭을 운영하며 인간들과 어울린다.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지구 보호에 힘쓰는 신이다.
조봉대는 ‘계룡선녀전’에서 원작 웹툰과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릭터다. 분홍색의 칼단발과 붉은색 전신 바디수트 차림은 만화 속 그림을 TV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이뿐만 아니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표정과 자유자재의 움직임도 만화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극적이다. 안영미의 본업이 희극인인 만큼 코믹 연기가 빼어나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웃기기만 한 것 역시 아니다. 대사를 소화하는 데에도 어색함 없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안영미는 코미디계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자랑한다. 방송 수위를 넘나드는 거침없는 말솜씨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 덕분이다. 특히 그의 열정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휘됐다. 2006년 KBS2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를 시작으로 같은 해 방송된 MBC드라마넷 ‘빌리진 날 봐요’나 EBS1 ‘꾸러기 천사들’(2011) SBS ‘떴다! 패밀리’(2015)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특히 2015년에는 웹드라마 ‘먹는 존재’를 통해 주인공에도 나섰다. 이에 앞서 2012년에는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으로 스크린에도 진출했는데 당시 주연 배우 김태우가 인터뷰마다 안영미의 연기력을 칭찬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렇듯 차근차근 쌓은 연기 경력이 ‘계룡선녀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계룡선녀전’ 첫 방송 이후 안영미를 향한 호평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다. 이에 안영미는 드라마 제작사를 통해 “조봉대라는 캐릭터가 많이 활발하고 독특한데 회를 거듭할수록 진중한 모습과 함께 재미 요소로만 보이지 않게 연기할 테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 달라”는 각오를 전했다.
(사진=tvN)
#김민규
김민규는 ‘신선계의 카사노바’로 통했던 박신선을 맡았다. 다소 어리바리한 탓에 다른 신선들로부터 구박받기 일쑤다. 그런 박신선에게도 신묘한 힘이 있다. 바로 마법의 팥알 세 개다. 다만 각 알마다 어떤 능력이 있는 줄 모르는 것이 함정이다.
박신선은 똑 단발로 비주얼부터 웃음을 선사한다. 언제나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고 있는 모습이나 게슴츠레하게 뜬 눈이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여기에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한다. 이런 가운데 박신선은 구선생(안길강)과 오선녀(황영희)가 ‘신선 3인방’으로 불리며 언제나 함께 활약한다. 안길강과 황영희라는 베테랑 배우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는 김민규의 모습이 더욱 대견한 이유다.
김민규는 2014년 그의 고향인 부산에서 연극 ‘운수 좋은 날’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드라마 데뷔작은 OCN ‘신의 퀴즈4’(2014)다. 이후 KBS2 ‘오 마이 비너스’(2015~2016) 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2016) KBS2 ‘쌈 마이웨이’ ‘드라마 스페셜-우리가 계절이라면’(2017) 등으로 한 해도 쉬지 않고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췄다. 특히 지난해 출연한 MBC ‘로봇이 아니야’에서도 극 중 해외파 천재 수석연구원 ‘싼입’ 역으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다. 꾸준한 연기로 ‘계룡선녀전’의 신 스틸러까지 오른 김민규다. 그의 ‘열일’은 계속된다. 오늘(26일) 첫 방송을 내보내는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 출연하는 것. 사랑이 하고파 청소를 배우는 슬픈(?) 사연의 소유자 영식 역으로 웃음 폭탄을 예고했다.
(사진=tvN)
#전수진
전수진이 연기하는 이함숙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정신과 교수다. 같은 이원대 교수인 이현과는 10년 지기다. 속으로는 이현을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툭툭대는 이른바 ‘츤데레’ 유형의 인물이다. 친한 사람 앞에서는 말마다 비속어를 섞는 구수한 언어 습관이 함숙의 반전 매력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함숙과 이현이 만들어내는 아웅다웅 절친 케미스트리가 ‘계룡선녀전’의 또 다른 재미 요소다.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지만 다소 유치한 말다툼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즐거움이 있다. 이때 전수진 특유의 톤 낮은 목소리는 함숙의 말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최근 회차에서는 코믹 열연도 빛나고 있다. 앞서 이현과 옥남이 전생에 부부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함숙이 책상을 내리치며 질투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질투로 인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타다 넘어지는 모습도 재미를 더했다.
전수진의 코믹 연기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전수진은 모델 출신 배우다. 그래서인지 이목구비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신비롭다. 배우에게는 특정 이미지의 캐릭터로만 굳어질 수 있어 장점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전수진 역시 이를 깨부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펼쳤다. KBS2 ‘학교 2013’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뒤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의 옷을 입은 것. ‘학교 2013’에서 문제아 계나리 역을 맡았던 그는 SBS ‘상속자들’(2013)에서 정반대 성격의 고등학생 연기로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다. 2016년 방송한 KBS2 ‘태양의 후예’에서는 고려인 리예화 역을 맡았는데 어눌한 말투로 진짜 고려인 같다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계룡선녀전’에 앞서 출연한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를 위해서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변신까지 시도하며 연기 열정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