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티앤아이컬쳐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오승윤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해야 할 때다. 어떤 배우들은 본인의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로 불리기도 한다.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캐릭터에 꼭 맞는 연기를 보여준 덕분이다. 그런 만큼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에서 황제 이혁(신성록)의 라이벌 황태제 이윤 역으로 배우 오승윤이 등장했을 때, 상당수 시청자가 ‘복성군’(SBS ‘여인천하’)이라거나 ‘마수리’(KBS2 ‘매직키드 마수리) 등의 이름을 먼저 떠올린 것도 당연하다. 복성군과 마수리는 무려 11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아역부터 차근차근 성장한 오승윤의 ‘인생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이제 오승윤은 ‘황후의 품격’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 창조에 나서고 있다. 오승윤은 ‘황후의 품격’에서 훤칠한 외모와 부드러운 품성, 확고한 신념을 가진 황태제 이윤 역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귀여운 이목구비는 그대로인 듯 한데 눈빛과 목소리, 여기서 풍기는 분위기는 한층 깊어져 극 중 황태제로서의 위엄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로맨스 연기에도 시동을 걸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7~28회에서 황후의 동생 오헬로(스테파니 리)와 로맨틱한 키스를 나눈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잘 자란 아역의 옳은 예라고 부를 만하다. 오승윤이 대중에게 처음 존재감을 각인시킨 작품은 ‘여인천하’였다. 이전부터 연기 학원을 다니며 몇몇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었으나 비중이 큰 역할을 맡은 것은 ‘여인천하’(2001)가 처음이었다. 당시 오승윤은 복성군을 맡아 왕세자 자리를 노리는 똘똘한 어린 왕족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여기에 감명받은 심재권 PD가 오승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만든 드라마가 ‘매직키드 마수리’(2002~2004)였다. 1990년대 생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어린이 드라마다. 타이틀 롤로서 극을 이끈 오승윤은 머리카락 일부만을 염색하는 브릿지 스타일과 마법 목걸이 등을 유행시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부모님의 맞벌이 때문에 혼자인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녔던 연기 학원이 내성적인 소년의 인생을 바꿔버린 셈이다. 다만 대표작과 캐릭터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 그림자가 이후의 활동에도 내내 드리워진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는 비단 오승윤뿐만이 아니라 대개 아역들이 경험하는 딜레마다. 하지만 오승윤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꾸준히 달렸다. 벌써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된 오승윤의 여태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사진=KBS2, SBS)   오승윤은 그간 한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연기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 무대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연기의 장르나 역할의 비중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성우로서의 활약이다. 드라마로 데뷔하기 전인 1994년 영화 ‘라이온 킹’에서 어린 심바 역을 맡아 더빙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타잔’(1999) ‘다이너소어’(2000) ‘쿠스코? 쿠스코!’ ‘에밀과 탐정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2002) ‘인크레더블’(2004) ‘극장판 올림포스 가디언’(2005) ‘드래곤 길들이기’ 1~2편, ‘토이스토리’ 1편과 3편 등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에 목소리를 보탰다. 더빙은 단순한 연기력 그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발성과 발음이 중요한 것은 물론, 그림 속 인물의 입모양과 자신의 말소리를 맞춰야 하는 데다 해외 제작사의 까다로운 컨펌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녹록지 않다. 이 어려운 일을 무려 14번이나 해낸 오승윤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장르를 불문한 오승윤의 연기 도전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 6일 폐막한 뮤지컬 ‘명동로망스’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2018) 등으로 무대에 오른 것. 아역 시절 어린이 뮤지컬에 참여했던 오승윤은 한동안 드라마에 집중하다가 지난해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서는 극 중 ‘야구 유망주’ 김건덕으로 변신, 열아홉 살부터 스물여섯 살까지의 변화를 연기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 대학로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명동로망스’에서는 우연히 시간이동을 경험하게 된 주인공 장선호 역으로 열연, 남다른 캐릭터 해석력과 흔들림 없는 발성·발음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모든 아역이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오랜 공백을 거친 뒤 복귀하기도 하고, 히트작의 그림자에 갇혀 연기 외의 분야로 발을 돌리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서 오승윤은 20여 년간 오직 연기자로 한 우물을 팠다. 도전과 성장을 반복하며 지금 이 자리에 올랐다. ‘황후의 품격’을 통해 오승윤을 향해 다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의 20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오승윤이 연기자로 살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 배우 누구?] ‘황후의 품격’ 오승윤, 잘 자란 아역의 옳은 예

손예지 기자 승인 2019.01.07 10:26 | 최종 수정 2138.01.13 00:00 의견 0
(사진=티앤아이컬쳐스)
(사진=티앤아이컬쳐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오승윤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해야 할 때다.

어떤 배우들은 본인의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로 불리기도 한다.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캐릭터에 꼭 맞는 연기를 보여준 덕분이다. 그런 만큼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에서 황제 이혁(신성록)의 라이벌 황태제 이윤 역으로 배우 오승윤이 등장했을 때, 상당수 시청자가 ‘복성군’(SBS ‘여인천하’)이라거나 ‘마수리’(KBS2 ‘매직키드 마수리) 등의 이름을 먼저 떠올린 것도 당연하다. 복성군과 마수리는 무려 11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아역부터 차근차근 성장한 오승윤의 ‘인생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이제 오승윤은 ‘황후의 품격’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 창조에 나서고 있다.

오승윤은 ‘황후의 품격’에서 훤칠한 외모와 부드러운 품성, 확고한 신념을 가진 황태제 이윤 역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귀여운 이목구비는 그대로인 듯 한데 눈빛과 목소리, 여기서 풍기는 분위기는 한층 깊어져 극 중 황태제로서의 위엄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로맨스 연기에도 시동을 걸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7~28회에서 황후의 동생 오헬로(스테파니 리)와 로맨틱한 키스를 나눈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잘 자란 아역의 옳은 예라고 부를 만하다. 오승윤이 대중에게 처음 존재감을 각인시킨 작품은 ‘여인천하’였다. 이전부터 연기 학원을 다니며 몇몇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었으나 비중이 큰 역할을 맡은 것은 ‘여인천하’(2001)가 처음이었다. 당시 오승윤은 복성군을 맡아 왕세자 자리를 노리는 똘똘한 어린 왕족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여기에 감명받은 심재권 PD가 오승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만든 드라마가 ‘매직키드 마수리’(2002~2004)였다. 1990년대 생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어린이 드라마다. 타이틀 롤로서 극을 이끈 오승윤은 머리카락 일부만을 염색하는 브릿지 스타일과 마법 목걸이 등을 유행시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부모님의 맞벌이 때문에 혼자인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녔던 연기 학원이 내성적인 소년의 인생을 바꿔버린 셈이다. 다만 대표작과 캐릭터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 그림자가 이후의 활동에도 내내 드리워진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는 비단 오승윤뿐만이 아니라 대개 아역들이 경험하는 딜레마다. 하지만 오승윤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꾸준히 달렸다. 벌써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된 오승윤의 여태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사진=KBS2, SBS)
(사진=KBS2, SBS)

 

오승윤은 그간 한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연기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 무대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연기의 장르나 역할의 비중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성우로서의 활약이다. 드라마로 데뷔하기 전인 1994년 영화 ‘라이온 킹’에서 어린 심바 역을 맡아 더빙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타잔’(1999) ‘다이너소어’(2000) ‘쿠스코? 쿠스코!’ ‘에밀과 탐정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2002) ‘인크레더블’(2004) ‘극장판 올림포스 가디언’(2005) ‘드래곤 길들이기’ 1~2편, ‘토이스토리’ 1편과 3편 등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에 목소리를 보탰다. 더빙은 단순한 연기력 그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발성과 발음이 중요한 것은 물론, 그림 속 인물의 입모양과 자신의 말소리를 맞춰야 하는 데다 해외 제작사의 까다로운 컨펌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녹록지 않다. 이 어려운 일을 무려 14번이나 해낸 오승윤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장르를 불문한 오승윤의 연기 도전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 6일 폐막한 뮤지컬 ‘명동로망스’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2018) 등으로 무대에 오른 것. 아역 시절 어린이 뮤지컬에 참여했던 오승윤은 한동안 드라마에 집중하다가 지난해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서는 극 중 ‘야구 유망주’ 김건덕으로 변신, 열아홉 살부터 스물여섯 살까지의 변화를 연기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 대학로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명동로망스’에서는 우연히 시간이동을 경험하게 된 주인공 장선호 역으로 열연, 남다른 캐릭터 해석력과 흔들림 없는 발성·발음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모든 아역이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오랜 공백을 거친 뒤 복귀하기도 하고, 히트작의 그림자에 갇혀 연기 외의 분야로 발을 돌리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서 오승윤은 20여 년간 오직 연기자로 한 우물을 팠다. 도전과 성장을 반복하며 지금 이 자리에 올랐다. ‘황후의 품격’을 통해 오승윤을 향해 다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의 20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오승윤이 연기자로 살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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