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예지 기자] SBS ‘해치’의 정일우와 MBC ‘아이템’의 주지훈이 월화극 라이벌로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일 ‘해치’와 ‘아이템’이 동시에 첫 방송을 내보냈다. ‘해치’는 조선의 임금, 영조의 청년기를 재해석한 정통 사극으로, ‘아이템’은 신묘한 힘을 가진 물건들을 두고 벌어지는 판타지 드라마로 서로 다른 장르를 내세워 각 작품만의 마니아 시청자를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는 ‘해치’와 ‘아이템’의 주연 정일우와 주지훈의 공이 남다르다. 두 배우 모두 이야기의 흐름을 책임지는 역할로 분투하고 있는 것. 특히 정일우는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왕세제 연잉군 이금을 맡아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 호평을 이끌었다. 그런가 하면 주지훈 역시 정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검사 강곤으로 변신,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오가며 매력을 발산했다.  

이런 가운데 동시간대 드라마 주연으로 경쟁하게 된 정일우와 주지훈의 특별한 인연이 눈에 띈다. 이들의 공식적인 데뷔작이 2006년 MBC 드라마라는 점, 첫 작품부터 캐릭터로서 큰 사랑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는 점 등이다. 이후 다작행보를 거쳐 오늘날의 매력적인 배우로 성장한 정일우와 주지훈, 지금의 성장을 일궈준 두 배우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돌아본다.

■ 데뷔하자마자 인기 스타… ‘거침없이 하이킥’ 정일우 VS ‘궁’ 주지훈

시작부터 ‘꽃길’이었다. 정일우와 주지훈의 데뷔작은 지금까지도 이들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신인 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뜻이다.

우선 정일우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연하남의 아이콘’에 등극했던 바다. 작품에서 그는 박해미(박해미)와 이준하(정준하) 부부의 쌍둥이 막내 아들 윤호 역을 맡아 풋풋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공부보다 오토바이 타는 것을 즐기는, 반항심 넘치는 고등학생 캐릭터로 당시 10대~20대 여자 시청자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 극 중 선생님 서민정(서민정)을 짝사랑하는 순애보적 면모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같은 해 주지훈은 MBC 드라마 ‘궁’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궁’은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어서 캐스팅 단계부터 관심이 쏟아졌다. 그렇기에 연기 경험이라고는 단역이 전부였던 신인 주지훈이 황태자 이신을 맡았다는 데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드라마가 베일을 벗으면서 불식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까칠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가진 이신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주지훈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호응한 것이다. 이후 주지훈에게 광고계 러브콜까지 쏟아지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 꽃미남들의 브로맨스… ‘꽃미남 라면가게’ 정일우 VS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주지훈

남자 캐릭터들 간 시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을 두고 ‘브로맨스’ 장르라는 말을 쓴다. 그 원조 격 작품들에 정일우와 주지훈이 출연했다.

2011년 방영된 tvN ‘꽃미남 라면가게’가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는 정일우가 주연으로 나섰다. ‘꽃미남 라면가게’는 미모와 개성으로 무장한 꽃미남들과 그들에 둘러싸인 여자 주인공이 라면가게를 함께 운영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정일우는 여러 꽃미남 중에서도 까칠한 재벌 2세 차치수 역을 맡아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외모로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와 같이 ‘꽃미남 라면가게’에서도 극 중 선생님(교생)인 양은비(이청아)를 좋아하는 모습으로 ‘직진 연하남’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에 앞서 2008년 개봉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도 브로맨스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주지훈이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이기도 하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각색한 ‘앤티크’는 단 것을 먹지 못하는 주인공이 꽃미남 직원들을 모아 케이크 가게를 오픈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지훈이 케이크 가게 사장 진혁 역으로 열연했다. 주지훈 특유의 능글맞은 모습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매력을 배가시켰다. 그런가 하면 극 중 진혁에게는 단 것에 질색하게 된,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크 가게를 열어야만 했던 사연이 존재했다. 주지훈은 이 트라우마에 관련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 사극과의 인연… ‘해를 품은 달’ 정일우 VS ‘나는 왕이로소이다’ 주지훈

정일우와 주지훈은 현대극을 넘어 사극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 역시 꼭 닮았다. 

정일우가 MBC ‘해를 품은 달’(2012)에서 연기한 양명 역은 그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로도 꼽힌다. 양명은 왕의 서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 이에 한량처럼 떠돌며 지내는 인물. 그런 그가 단 하나 마음에 품은 것이 여자 주인공 허연우(한가인)였다. 이에 ‘해를 품은 달’에서 양명은 허연우의 주위를 맴돌면서도 자신의 처지 때문에 마음을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부터 순애보 캐릭터를 소화해 온 정일우는 양명으로서도 남다른 순정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주지훈 역시 데뷔 후 여러 편의 사극에 출연했는데 그 시작점에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가 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왕세자로 책봉된 충녕(주지훈)이 자신과 꼭 닮은 노비 덕칠(주지훈)을 궁에다 두고 월담하는 내용을 그린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비슷한 스토리다. 다만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주지훈은 유약한 왕세자가 점차 성장하는 과정과 어리바리한 노비 덕칠의 모습을 1인 2역으로 소화,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칭찬을 들었다.

■ 연기 포텐의 폭발… ‘야경꾼일지’ 정일우 VS ‘간신’ 주지훈

이어 정일우와 주지훈이 새삼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 작품 역시 사극이었다.

정일우는 MBC 판타지 사극 ‘야경꾼일지’(2014)로 발군의 연기력을 뽐냈다. ‘야경꾼일지’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활극이다. 여기서 정일우는 선왕의 적통 왕자이자 현왕의 이복동생 이린 역을 맡았다. 당시 극 중에서 억귀(기억을 조종하는 귀신)에게 조종당해 미쳐버린 이린의 모습을 실감나게 소화한 장면으로 크게 호평받았다. 또한 수 차례 사극을 거듭한 덕분에 장르에 특화된 눈빛, 목소리, 대사의 톤 등을 얻게 됐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 이듬해 개봉한 영화 ‘간신’에서도 주지훈의 활약이 돋보였다. ‘간신’은 연산군 11년을 배경으로, 주지훈은 왕(김강우)에 대한 충심보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앞서는 간식 임숭재를 맡아 연기 변신에 나섰다. 캐릭터의 비열한 모습을 제 옷처럼 소화하며 관객들을 극에 몰입하게 했다. 또한 아버지 임사홍 역을 맡은 명품 중견배우 천호진과도 남다른 호흡을 자랑하며 이야기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런가 하면 ‘간신’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탓에 많은 관객이 들지는 못했으나, 주지훈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만은 높이 평가받았다.

■ 자기 色 굳히기…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정일우 VS ‘아수라’ 주지훈

2016년 정일우와 주지훈은 각각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영화 ‘아수라’를 통해 자기 색깔을 굳혔다.

우선 정일우가 주연으로 나선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동명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였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른바 ‘신데렐라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화적인 상상력이 풍부하게 가미된 작품이다. 정일우는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에서도 재벌가 자제이지만 출생에 얽힌 사연으로 아픔을 가진, 반항아 캐릭터 강지운을 맡아 열연했다. 데뷔부터 결이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한 덕분인지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에서도 그의 연기력은 빛을 발했다. 강지운의 슬픔과 여자 주인공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눈빛에 담아내며 안방극장을 설렘으로 물들였다.

반면 주지훈은 영화 ‘아수라’로 느와르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아수라’는 가공의 도시 안남을 배경으로 그곳을 지배하는 악덕사장과 그의 비리를 쫓는 검사, 그 사이에 낀 부패경찰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에 ‘아수라’에는 정우성·황정민·곽도원 등 충무로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 속에서 주지훈은 한도경(정우성)의 후배 경찰 문선모 역을 맡아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베테랑 선배들 틈에서도 기죽지 않는 존재감, 점점 악인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낸 연기력 등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주지훈은 ‘공작’ ‘암수살인’(2018) 등을 통해 선 굵은 캐릭터를 주로 맡게 됐다.
 

뷰어스 손예지 기자 yeyegee@nate.com 손예지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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