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인생의 진짜 재미는 뒤늦게 찾아온다.
27일 개봉한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보면서 저절로 떠오른 생각이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천천히 보고 있다 보면 신체적 나이는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10대 소녀 같은 할머니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황혼을 조명한 ‘칠곡 가시나들’을 SWOT 분석을 통해서 짚어봤다.
■ Strength (강점)
‘칠곡 가시나들’은 맛집 실체를 밝힌 ‘트루맛쇼’, 종교 문제를 다룬 ‘쿼바디스’, 'MB의 추억', '미스 프레지던트' 등 문제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김재환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엔 사회적 문제가 아닌 노년의 삶을 선택했다.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칠곡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의 일상은 평범하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장 나들이를 가거나 빨래터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할머니들끼리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시골 마을에 모여 살다가 도시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된 할머니가 놀이터를 홀로 맴도는 모습도 굉장히 현실적이다. ‘칠곡 가시나들’에선 누군가의 부모의 모습이 아닌 할머니들 그 자체의 삶에 집중한다. 10대 소녀들 못지않게 발랄하고 자식을 향한 사랑을 다루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따뜻하다.
할머니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한글이다. 한글을 뒤늦게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들은 모여서 삐뚤빼뚤 한글 연습을 한다. 받아쓰기 할 때 커닝은 필수다. 그렇게 배운 한글로 할머니들은 시를 뚝딱 만들어낸다. ‘칠곡 가시나들’에선 할머니들 일상 중간 중간에 직접 쓴 시를 삽입해서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하나의 백미는 영화의 배경이다.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장관이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내면서 배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느낄 수 있다.
■ Weakness(약점)
‘칠곡 가시나들’은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담았다. 당연히 극적인 요소는 찾을 수 없다. 일상에서 드라마틱한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건 흔치 않다. 그렇다보니 오락적 요소를 찾고 싶은 관객이라면 ‘칠곡 가시나들’은 간이 약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 Opportunity (기회)
‘칠곡 가시나들’에 앞서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또 다른 다큐멘터리 ‘시인 할매’가 개봉했고 일본 노부부의 삶을 조명한 영화 ‘인생 후르츠’도 올해 개봉해 호평을 얻었다. 노년층을 주목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 Threat(위협)
‘칠곡 가시나들’에겐 경쟁작이 문제가 아니다. 볼 수 있는 상영관 자체가 적다. 관객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칠곡 가시나들’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가 8개의 스크린만 배정해 주자 상영 보이콧에 나선 상황이다. 김재환 감독은 “CGV가 정한 모욕적인 룰은 거부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