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튀지 않게 잘 묻어간 것 같아요”  배우가 자기 캐릭터가 돋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보통은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칼을 갈고 강한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박정민은 영리한 배우다. ‘사바하’라는 영화가 가진 힘은 캐릭터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걸 정확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제 몫만 해냈다.  “내 연기를 보고 만족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다만 ‘사바하’는  이야기와 세계관이 주인공이 영화잖아요. 그 세계관 안에서 툭 튀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어떤 영화를 보면 캐릭터가 남는데 이 영화는 메시지가 남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다 몫을 잘 해준 것 같아 재미있어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인 ‘사바하’에서 박정민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정비공 정나한 역을 연기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선 피아노 천재 역을 맡아서 피아노를, ‘변산’에서 래퍼 역을 맡아 랩을 하고 가사를 썼다. 전작들에 비하면 ‘사바하’는 머리만 탈색했을 뿐 큰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로 보이기도 한다.  “전에 비하면 배울 게 없었죠(웃음) 그래서 종교 공부라도 해봐야 하나 생각을 했는데 사실 감독님이 만든 세계관이라서 그분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어요. 그냥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됐죠. 탈색은 안 했을 때보단 했을 때 장점을 생각했어요. 박목사도 톤이 어두운데 나한까지 색이 없으면 둘이 만났을 때 긴장감이 덜할 것 같았어요. 무의식으로 오는 긴장감을 주고 싶었어요” 박정민은 ‘사바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장재현 감독을 향한 애정과 믿음을 인터뷰 내내 보여줬다. 처음 이야기를 접하게 됐을 때 느꼈던 감정부터 현재까지도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한 게 많다고 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따랐다. “정말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심플하면서도 명확한 표현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어요. ‘검은 사제들’ 만든 분이 맞나(웃음) 옆에서 보니 천재 오타쿠 같은 느낌이에요. 집에 가면 ‘악마란 무엇인가’ ‘악의 기원’ 그런 책밖에 없어요. 이런 세계관이 안 떠오를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전에 했던 연기랑은 달랐어요. 뭔가 자연스러워야 할 것 같아 여러 아이디어도 내봤는데 내가 한 것보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한 연기가 훨씬 좋더라고요. 내 몸엔 그게 조금 불편하더라도요. 그 이후부턴 감독님이 그리고 계신 그림을 그대로 따라갔어요”  박정민이 연기한 정나한은 절대적 믿음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그게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박정민은 그를 영화 안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인물”이라며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어느 지점에서 시작을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인물이 사이코패스는 아니잖아요. 잘못된 걸 알고 그래서 악몽을 꾸고 굉장히 나약하고 혼란스러운거죠. 난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디부터 시작할지 고민했어요. 이 아이가 악행을 저지르는 감정 깊숙이엔 엄마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꿈을 꿀 때도 엄마가 찾아오잖아요. 엄마에 대한 감정이 센 아이죠. 몸은 다 자랐지만 아이 같은 면이 있고 나약하고. 사람은 나약할수록 믿음이 강해지잖아요. 그 관계에서부터 시작했어요”  ■ “인간이 가진 욕망은 다 있죠” ‘사바하’는 악에 대한 불교의 기본 교리부터 인간의 욕망과 신의 존재 등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 느끼고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박정민에게도 인간의 욕망에 대해 물었다.  “왜 없겠어요. 인간이 가진 욕망은 다 있죠. 배우로서는 매번 매순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죠. 어떨 땐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가도 빨리 그만 두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가끔은 ‘돈을 벌까?’ 하다가도 ‘돈이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을 해요. 다만 내가 꿈꿨던 선배들의 길을 망치지 않고 따라가고 싶은 욕망은 그대로에요”  배우지만 인간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다. 특히 돈을 쫓아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는 박정민의 솔직한 고백에 자연스럽게 그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게 된다. 데뷔작 ‘파수꾼’부터 독립영화였고 그 이후로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거대 자본이 들어간 대작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박정민은 “일부러 배재한 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돈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 더러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모르겠어요. 그 때 그 때 재미있는 걸 고르는데 저예산 영화가 많고 상업영화라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없네요. 주변 동료에게 ‘좀 더 야망을 갖고 잘 짜여진 상업영화를 해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있어요. 사실 배우가 이름값을 올려야 하는 것도 맞죠. 그래야 출연하는 영화에 도움이 되니까요. 배우가 그걸 무시하면 안 되죠. 가끔 내가 출연한 영화에 미안할 때가 있거든요. 내가 좀 더 이름값이 있었다면 홍보하는 분들이 덜 힘들텐데...영화만 홍보하면 되는데 나까지 홍보해야 되잖아요(웃음)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짠해요. 언젠가 마음을 움직이는 시나리오가 상업적인 걸 수도 있겠죠. 이름값은 쫒는다고 생긱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내가 잘 해야 자연스럽게 생기겠죠”  박정민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 볼 수 없는 건 바로 ‘멜로’다. 유독 남자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작품이 많았다. ‘사바하’부터 앞으로 개봉할 작품인 ‘타짜: 원 아이드 잭’ ‘사냥의 시간’ 까지 남자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멜로에 대한 욕심은 없냐고 물으니 “언젠가 해 볼 수 있을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정민이 멜로를 찍는 날을 기다려본다.  “제대로 해본 적인 없어요. 작게나마 러브라인 정도지 멜로가 메인인 작품은 해본 적이 없어요. 거부하진 않아요. 얼마 전에 ‘무뢰한’을 봤는데 ‘이것도 멜로지’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멜로라면 해보고 싶죠. 근데 안 들어와요. 멜로가 메인인 영화가 안 만들어지기도 하죠. 드라마에선 그래도 많은데 드라마도 안 들어와요. 이 영역에선 내가 아예 가치가 없구나 생각해요(웃음)”

[남우정의 마주보기] “내가 불편하더라도”…박정민의 영특함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2.28 01:29 | 최종 수정 2138.04.27 00:00 의견 0
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튀지 않게 잘 묻어간 것 같아요” 

배우가 자기 캐릭터가 돋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보통은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칼을 갈고 강한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박정민은 영리한 배우다. ‘사바하’라는 영화가 가진 힘은 캐릭터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걸 정확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제 몫만 해냈다. 

“내 연기를 보고 만족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다만 ‘사바하’는  이야기와 세계관이 주인공이 영화잖아요. 그 세계관 안에서 툭 튀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어떤 영화를 보면 캐릭터가 남는데 이 영화는 메시지가 남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다 몫을 잘 해준 것 같아 재미있어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인 ‘사바하’에서 박정민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정비공 정나한 역을 연기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선 피아노 천재 역을 맡아서 피아노를, ‘변산’에서 래퍼 역을 맡아 랩을 하고 가사를 썼다. 전작들에 비하면 ‘사바하’는 머리만 탈색했을 뿐 큰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로 보이기도 한다. 

“전에 비하면 배울 게 없었죠(웃음) 그래서 종교 공부라도 해봐야 하나 생각을 했는데 사실 감독님이 만든 세계관이라서 그분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어요. 그냥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됐죠. 탈색은 안 했을 때보단 했을 때 장점을 생각했어요. 박목사도 톤이 어두운데 나한까지 색이 없으면 둘이 만났을 때 긴장감이 덜할 것 같았어요. 무의식으로 오는 긴장감을 주고 싶었어요”

박정민은 ‘사바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장재현 감독을 향한 애정과 믿음을 인터뷰 내내 보여줬다. 처음 이야기를 접하게 됐을 때 느꼈던 감정부터 현재까지도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한 게 많다고 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따랐다. “정말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심플하면서도 명확한 표현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어요. ‘검은 사제들’ 만든 분이 맞나(웃음) 옆에서 보니 천재 오타쿠 같은 느낌이에요. 집에 가면 ‘악마란 무엇인가’ ‘악의 기원’ 그런 책밖에 없어요. 이런 세계관이 안 떠오를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전에 했던 연기랑은 달랐어요. 뭔가 자연스러워야 할 것 같아 여러 아이디어도 내봤는데 내가 한 것보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한 연기가 훨씬 좋더라고요. 내 몸엔 그게 조금 불편하더라도요. 그 이후부턴 감독님이 그리고 계신 그림을 그대로 따라갔어요” 

박정민이 연기한 정나한은 절대적 믿음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그게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박정민은 그를 영화 안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인물”이라며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어느 지점에서 시작을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인물이 사이코패스는 아니잖아요. 잘못된 걸 알고 그래서 악몽을 꾸고 굉장히 나약하고 혼란스러운거죠. 난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디부터 시작할지 고민했어요. 이 아이가 악행을 저지르는 감정 깊숙이엔 엄마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꿈을 꿀 때도 엄마가 찾아오잖아요. 엄마에 대한 감정이 센 아이죠. 몸은 다 자랐지만 아이 같은 면이 있고 나약하고. 사람은 나약할수록 믿음이 강해지잖아요. 그 관계에서부터 시작했어요” 

■ “인간이 가진 욕망은 다 있죠”

‘사바하’는 악에 대한 불교의 기본 교리부터 인간의 욕망과 신의 존재 등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 느끼고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박정민에게도 인간의 욕망에 대해 물었다. 

“왜 없겠어요. 인간이 가진 욕망은 다 있죠. 배우로서는 매번 매순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죠. 어떨 땐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가도 빨리 그만 두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가끔은 ‘돈을 벌까?’ 하다가도 ‘돈이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을 해요. 다만 내가 꿈꿨던 선배들의 길을 망치지 않고 따라가고 싶은 욕망은 그대로에요” 

배우지만 인간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다. 특히 돈을 쫓아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는 박정민의 솔직한 고백에 자연스럽게 그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게 된다. 데뷔작 ‘파수꾼’부터 독립영화였고 그 이후로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거대 자본이 들어간 대작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박정민은 “일부러 배재한 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돈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 더러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모르겠어요. 그 때 그 때 재미있는 걸 고르는데 저예산 영화가 많고 상업영화라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없네요. 주변 동료에게 ‘좀 더 야망을 갖고 잘 짜여진 상업영화를 해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있어요. 사실 배우가 이름값을 올려야 하는 것도 맞죠. 그래야 출연하는 영화에 도움이 되니까요. 배우가 그걸 무시하면 안 되죠. 가끔 내가 출연한 영화에 미안할 때가 있거든요. 내가 좀 더 이름값이 있었다면 홍보하는 분들이 덜 힘들텐데...영화만 홍보하면 되는데 나까지 홍보해야 되잖아요(웃음)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짠해요. 언젠가 마음을 움직이는 시나리오가 상업적인 걸 수도 있겠죠. 이름값은 쫒는다고 생긱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내가 잘 해야 자연스럽게 생기겠죠” 

박정민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 볼 수 없는 건 바로 ‘멜로’다. 유독 남자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작품이 많았다. ‘사바하’부터 앞으로 개봉할 작품인 ‘타짜: 원 아이드 잭’ ‘사냥의 시간’ 까지 남자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멜로에 대한 욕심은 없냐고 물으니 “언젠가 해 볼 수 있을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정민이 멜로를 찍는 날을 기다려본다. 

“제대로 해본 적인 없어요. 작게나마 러브라인 정도지 멜로가 메인인 작품은 해본 적이 없어요. 거부하진 않아요. 얼마 전에 ‘무뢰한’을 봤는데 ‘이것도 멜로지’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멜로라면 해보고 싶죠. 근데 안 들어와요. 멜로가 메인인 영화가 안 만들어지기도 하죠. 드라마에선 그래도 많은데 드라마도 안 들어와요. 이 영역에선 내가 아예 가치가 없구나 생각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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