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높은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배우 전성우가 '열혈사제'의 케미 요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BS 첫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연출 이명우, 극본 박재범)가 승승장구 중이다. 시작부터 시청률 10%를 돌파하더니 지난 10회 기준 최고 시청률 17.2%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열혈사제’는 제목처럼 뜨거운 피를 가진 가톨릭 신부가 주인공이다. 짜증과 독설을 남발하고 시도때도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신부 김해일(김남길) 미카엘이 한 살인사건을 두고 형사 구대영(김성균)과 공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처럼 김해일은 대개 가톨릭 신부에게 기대되는 온화하거나 인자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그의 주변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 캐릭터 고유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된다. 김해일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녔으나 동시에 그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신부 한성규(전성우) 마르코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열혈사제’에서는 해일 역의 김남길, 성규 역의 전성우가 함께하는 장면에서 형성되는 케미스트리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극 중 성규는 모태 신자다. 학창시절은 가톨릭 중·고등학교에서 보냈고 졸업 후에는 신학대를 다녔다. 이어 사제서품을 받기까지 하느님을 섬기며 사는 일이 숨쉬는 것만큼 당연하다는 성규다.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순진하고 유약한 면모를 지켜오게 된 배경이다. 그런 그가 존경하고 따르던 구담성당의 주임 신부 이영준(정동환) 가브리엘의 죽음 이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 신부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해일을 도와 성규 역시 제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11~12회에서 성규의 굳건한 의지가 제대로 드러났다.
성규는 구담성당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요양원 위탁을 강제로 철회하겠다는 시청 담당자에게 “절대 받아들이지 못 한다”고 화를 냈다. 요양원을 대신 맡게 된 곳이 사이비 종교 매각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간 어떤 위기가 발생해도 혼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던 성규가 분노를 숨기지 않았던 건 오직 신자들과 시설 이용자들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해일과 진심어린 대화도 나눴다. “나랑 같이 지내느라 피곤하지 않느냐”는 해일에게 성규는 “이영준 신부님이 말씀하시기를 ‘사랑과 자비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를 봐주고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이 신부님의 뜻 다를 거다. 이건 내 뜻이다”라고 답했다. 막무가내 해일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줄로만 알았던 성규의 깊은 속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진=높은엔터테인먼트)
이처럼 귀엽고 해맑은 매력부터 진중한 모습까지 성규의 다채로운 면면을 그려내며 김남길과도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전성우는 브로맨스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지난해 SBS ‘의문의 일승’에서도 주인공 윤균상(김종삼, 오일승 역)의 의동생 금별 역을 맡아 남다른 어울림을 보여줬던 바다. 특히 껌딱지처럼 종삼의 곁에 붙어다니는 통에 본명보다 ‘딱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종삼을 돕기 위해 분투하다 결국 희생당하기까지 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전성우는 소년의 모습부터 절절한 감정 연기까지 소화,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전성우가 특히 브로맨스 연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을 수 있다. 아직 안방극장과 충무로에서는 신예로 통하지만 대학로에서는 데뷔 11년 차의 베테랑인 전성우다. 이에 공연계 스테디셀러 작품을 두루 섭렵하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특히 뮤지컬 ‘화랑’ ‘쓰릴미’ ‘여신님이 보고계셔’ ‘베어 더 뮤지컬’ 연극 ‘데스트랩’ ‘엠.버터플라이(M.Butterfly)’ 등 남자 캐릭터들의 호흡이 주가 되는 극에 연이어 출연했던 것. 무대 위의 전성우는 늘 상대 배우들과 캐릭터, 그 자체가 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긴 바다.
물론 브로맨스에만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열혈사제’ 직전 출연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비롯해 지난해 tvN ‘드라마 스테이지 – 물비늘’ KBS2 ‘드라마 스페셜 – 너무 한낮의 연애’ 등에서는 가슴 시린 로맨스 연기도 선보였다.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는 로봇의 사랑을, ‘물비늘’에서는 어긋난버린 첫사랑에 대한 회한을,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는 풋사랑 시절을 각각 연기, 저마다의 인물과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테이블’(감독 김종관) 속 정은채(경진 역)와 미묘한 ‘썸’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설레게 했던 민호 역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몇 년 새 공연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연기자들이 TV와 스크린으로 넘어와 대박이 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극한직업’의 진선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부터 ‘나의 아저씨’까지 연달아 흥행시킨 박호산 등이다. 전성우 역시 이들과 무대에 함께 선 적이 있다. 지난해 만난 전성우는 “선배들 덕분에 연극배우의 편견이 깨지며 좋은 길이 열렸다”고 고마움을 표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전성우가 선배들의 뒤를 이어 그 길을 함께 개척하고 있다. 브로맨스를 넘어 로맨스까지, 연기자 전성우를 더 많은 작품에서 보고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