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앤디웍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빈틈 많은 이야기를 배우들이 채웠다.
뮤지컬 ‘킹아더’(연출 오루피나)는 동명의 프랑스 뮤지컬을 스몰 라이선스 형태로 들여온 작품이다. 중세시대 유럽의 전설적 존재 아서 왕의 이야기를 다룬다.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를 유지하되, 넘버(뮤지컬 삽입곡) 배치부터 안무·무대 미술 및 의상까지 극 전반을 각색해 새롭게 꾸며냈다. 오는 6월 2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킹아더’를 SWOT 분석으로 소개한다.
■ Strength(강점)
배우들의 열연이 단연 압도적이다. ‘킹아더’의 타이틀 롤을 맡은 한지상은 아더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신하에게 하대하는 것조차 어색해하던 청년 시절부터 잇단 위기와 고뇌 속에 깨달음을 얻는 과도기는 물론, 자애롭고 위엄있는 왕으로 거듭나는 순간까지 다채롭게 표현한다. 그런 한편 아더에 맞서는 ‘복수의 화신’ 모르간 역의 박혜나, 멜레아강 역의 김찬호 역시 설득력있는 연기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각자의 사연에 이입하게 만든다.
■ Weakness(약점)
빈약한 서사가 아쉽다. 대본만 놓고 보면 ‘아더의 성장기’라는 작품 설명에 납득하기 힘들 정도다. 아더가 백성을 위하는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비추기보다 아내와 신하의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사적인 문제로 절망하는 모습이 더욱 비중있게 그려지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왕비 귀네비어와 기사 랜슬롯의 사랑은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캐릭터 서사의 보강을 위해 국내 정서에 맞춘 각색 과정을 거쳤다는데, ‘킹아더’ 한국 제작진이 생각하는 ‘국내 정서’가 무엇이었을지 의문이 든다.
(사진=알앤디웍스)
■ Opportunity(기회)
신선한 뮤지컬을 찾는 마니아 관객들에게는 ‘킹아더’가 제격이겠다. 넘버부터 퍼포먼스까지 기존의 국내 뮤지컬에서는 찾기 힘든 색깔을 지녔음에 틀림 없다. 우선 원작의 프렌치팝을 K팝스럽게 편곡한 넘버들이 매력적이다. 처음 들을 때는 생소할 지언정 막이 내리고 나면 단순한 듯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귀에 맴돈다.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퍼포먼스도 백미다. 현대무용·발레뿐만 아니라 아크로바틱·스트리트댄스 등 고난도 안무를 소화하는 앙상블이 있어 극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 Threat(위협)
당장 ‘킹아더’에 위협이 될 만한 경쟁작은 없다. 다만 ‘킹아더’가 폐막한 뒤 시작할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성적을 무시할 수 없는 모양새다 ‘엑스칼리버’ 역시 아서 왕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뮤지컬의 생소한 매력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킹아더’와 달리 ‘엑스칼리버’는 EMK뮤지컬컴퍼니의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에서 비교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