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소담은 ‘기생충’ 직전 ‘연기 사춘기’를 겪었다. 유난히 길었던 어둠을 지나고 만난 ‘기생충’은 박소담에게 연기에 대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당한 매력을 가진 ‘기생충’ 속 기정처럼 박소담도 당차게 앞으로의 포부를 밝혀 기대를 모았다.
박소담은 영화 ‘검은 사제들’과 ‘사도’를 통해 단번에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구마의식 대상자 영신 역을 연기한 ‘검은 사제들’에서는 머리까지 삭발하고 피를 토하는 연기 투혼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큰 관심이 감사한 일이었지만, 강한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하다 보니 나이에 맞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항상 강한 역할들을 많이 했다. 기정이도 물론 약하지는 않지만 내 말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28살의 기정을 읽는데 이 역할을 빨리 연기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검은 사제들’ 이후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박소담은 최근 1년 동안은 자발적으로 공백기를 가졌다. 갑자기 얻은 관심도 버거웠지만, 연기에 대한 지적을 받자 좌절하기도 했다.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검은 사제들’ 이후로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진짜로 잘 했는지 모르겠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두렵기도 했다. 그 이후 드라마도 하고 노출이 많이 됐을 때 안 좋은 반응이 있기도 해서 숨고 싶었다. 몇몇 기자 분께서 당시 걱정을 해주신 적이 있다. 금방 지쳐서 어디로 도망 갈 것 같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이 있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1년을 쉬면서 지쳤다는 걸 느꼈다. 그때 여행도 갔다. 쉬면 일을 못 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잘 쉬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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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박소담이 한참 고민을 거듭하던 시기에 그를 찾아왔다. 회사도 없이 혼자 일하던 박소담은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봉준호 감독을 직접 만난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공백기 끝에 돌아온 현장인 만큼 이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충분히 쉬고 감독님을 만나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3년 전 달리던 시기에 이 분들을 만났으면 이게 이렇게 행복한 작업인지를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잘 하려고만 했을 것 같은데 이번에 너무 즐기면서 촬영을 했다. 선배님들도 항상 왜 이렇게 신났냐고 하실 정도로 행복했다.”
여유를 가지고 돌아온 촬영 현장에서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자신의 연기만 신경 쓰느라 미처 알지 못했던 스태프들의 존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박소담은 그렇게 ‘함께’ 작업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믿고 푹 빠져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행복했다. 그 전까지는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폐 끼치지 말고 내 연기만 잘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현장에서 전체 스태프 분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기억했다. 전에는 여유가 없어 시나리오 보며 대사만 외웠다면, 지금은 이렇게 뒤에 많은 스태프들이 준비를 해주신다는 걸 알았다. 같이 하는 분들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았다. 지금은 어둠이 지나갔고, 그런 어두움을 가지고 찍었다면 기정의 에너지는 없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