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스틸
■ ‘세상을 바꾼 변호인’: 역사를 바꾸기 위한 여정을 함께하다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변호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한 획기적인 사건을 맡으며 법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했으며, 긴즈버그의 조카인 다니엘 스티플만이 긴즈버그의 인터뷰와 자료들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써 현실성을 높였다.
긴즈버그가 대학 시절부터 졸업 이후 여자라는 이유로 로펌 취업에 거듭 낙방하는 모습, 결국 로스쿨 교수가 되기까지 그의 일대기가 순차적으로 담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스피디하고 리드미컬하게 전개돼 지루할 틈 없게 한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의 역차별을 위해 싸우는 등 평등을 위해 인생을 바친 긴즈버그의 실화가 주는 묵직함이 긴 여운을 남긴다.
사진=영화 '업사이드' '블랙47' 스틸
■ ‘업사이드’: 두 남자의 뭉클한 우정이 선사하는 웃음과 감동
뉴욕의 외톨이 억만장자 필립과 무일푼 가장 델의 인생 우정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빈털터리 델이 신체마비를 얻은 억만장자 필립을 24시간 돌보는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실존 인물인 유럽 귀족 필립 포조 디 보르그와 빈민가 출신의 아랍 청년 애브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흥미를 자아낸다. 다투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진짜 친구가 되는 과정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다룬 이야기지만, 실화에서 나오는 사실성 높은 에피소드들이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언터쳐블: 1%의 우정’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휴먼 영화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적역인 영화다.
■ ‘블랙47’: 참혹했던 시대를 다루는 또 다른 방법
영국의 무자비한 탄압과 억압에 맞선 아일랜드 출신 탈영병의 목숨을 건 항쟁을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인간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아일랜드 대기근이 발생한 1847년을 배경으로 했다.
어두운 색감과 극적인 장치 없는 사실적인 연출은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그대로 보게 한다. 시대의 아픔을 복수극 플롯 안에 녹여 어렵지 않게 전달하는 것도 이번 영화만의 장점이다. 휴고 위빙, 스티븐 레아, 베리 케오간 등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사실적인 연기 또한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