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틸
영화 ‘범죄도시’로 680만 관객을 동원해, 입봉작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강윤성 감독이 2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신작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이하 ‘롱 리브 더 킹’)으로, 우연한 사건으로 일약 시민 영웅이 된 거대 조직 보스 장세출(김래원 분)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통쾌한 역전극을 펼치는 내용이 담긴다.
하얼빈 출신의 신흥 범죄조직을 소탕한 강력반 형사들의 실화를 액션 장르 안에 녹인 ‘범죄도시’의 다음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롱 리브 더 킹’ 또한 시원한 액션 쾌감이 강조된 액션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주인공이 조폭 장세출이며, ‘범죄도시’에서 잔혹한 조선족 위성락으로 출연한 진선규가 이번에도 악역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롱 리브 더 킹’은 실화를 소재로 한 ‘범죄도시’와 달리 원작 웹툰의 유쾌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며 결을 달리 한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재기 발랄한 연출을 통해 비현실적인 설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다. 강력반 형사들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범죄도시’보다 가볍고, 밝을 수밖에 없다.
사진=영화 '범죄도시' 스틸
악역으로 출연한 진선규의 달라진 분위기가 단적인 예다. ‘범죄도시’의 위성락은 장첸(윤계상 분)의 오른팔로, 잔인한 범죄를 일삼는 피도 눈물도 없는 범죄자였다. 민머리 스타일과 압도적인 눈빛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진선규는 진짜 조선족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그러나 ‘롱 리브 더 킹’에서는 라이벌 장세출의 출세를 막기 위해 타락한 국회의원과도 거침없이 손을 잡지만, 늘 장세출에게 밀려 억울해하는 등 허당미를 뽐내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멜로가 가미돼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지기도 했다. 서사의 곁가지를 떼고 형사와 범죄 조직 간의 대결을 장르적으로 풀어낸 ‘범죄도시’와 달리 ‘롱 리브 더 킹’은 액션, 멜로, 코믹, 정치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들이 혼합돼 있다. 그 중 장세출이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 소현(원진아 분)에게 첫눈에 반해 개과천선을 시작한다는 설정이 영화 전체에 멜로적 감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들의 관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묘한 감정 변화가 주는 설렘이 관전 포인트가 된다.
두 번째 작품에서 강 감독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분위기로 변신을 시도했다. ‘범죄도시’의 장르적 재미를 기대한 이들은 실망할 수 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에서 15세 관람가로 등급을 낮추며 훨씬 다양한 관객 폭을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