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칠드런 액트' 스틸
■ ‘칠드런 액트’: 생명과 법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
‘칠드런 액트’는 법정이 미성년자 관련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하는 영국의 아동법을 소재로 한 영화다. 모두의 존경을 받아온 판사가 치료를 거부한 소년의 생사를 결정짓는 사건을 맡게 된 후, 자신의 사랑과 일, 꿈을 위해 내렸던 결정들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담겼다.
백혈병에 걸렸지만 치료를 거부하는 소년 애덤과 미성년자이기에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상대 변호사의 법정 싸움이 초반부를 장식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던 영화는 판사 피오나가 애덤을 직접 만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누군가의 삶을 바꾼 판결 ‘이후’를 다루면서 법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까지 던지게 된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혼란을 겪는 피오나의 섬세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엠마 톰슨이 이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 ‘13년의 공백’: 아버지의 죽음으로 되새긴 가족의 가치
갑자기 집을 떠난 지 13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을 그린 영화다. 긴 시간 동안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아들이 느꼈던 원망과 그리움, 미움과 용서 등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원망하던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지만, 그것이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 이뤄진다는 점이 이번 영화의 차별점이다. 장례식을 찾아온 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몰랐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내용은 무겁지만 분위기가 마냥 어둡지는 않다. 감정이 절제돼 있어 신파로 흐르지 않는 것은 물론,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어우러져 웃음과 감동을 오간다.
사진=영화 '13년의 공백' '한낮의 피크닉' 스틸
■ ‘한낮의 피크닉’: 각양각색 여행이 주는 즐거움
사랑하고 미워하는 가족과의 예기치 못한 여행과 끝없는 바다로 떠난 막막하고 치기 어린 청춘들의 여행, 친구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함께 시작된 나를 만나는 여행 등 뜻밖의 하루를 담은 작품이다.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다투고 화해하는 평범한 가족과 젊은 에너지가 가득한 세 친구들, 어색한 친구와의 불편한 동행 등 색깔이 다른 세 팀의 여행을 보는 재미가 있다. 피크닉하면 떠오르는 즐겁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없지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공감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