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사자' 스틸
한국 영화가 디즈니의 공세를 끊어낼 수 있을까.
시작은 나쁘지 않다. 51일 만에 한국 영화가 예매율 1위에 올랐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사자’와 ‘엑시트’는 나란히 사전 예매율 1,2위를 차지했다.
‘알라딘’부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라이온 킹’까지, 외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유일하게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활약했지만, 다른 한국 영화들이 외화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여름 성수기를 노린 한국 영화 대작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나랏말싸미’는 고전 중이다. 신미스님이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하나의 창제설을 내용으로 삼은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양강 구도에 접어든 ‘사자’와 ‘엑시트’의 대결에 쏠렸다. 두 영화는 예매율에서부터 관객들의 기대감을 입증하고 있다. ‘사자’가 1위를 차지 중이지만, 그 격차는 크지 않다.
두 영화 모두 즐길 거리가 가득한 오락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결이 다르다.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확실한 영화인 만큼 관객들의 선택이 어떨지 더욱 궁금증을 모은다.
우선 ‘사자’는 오컬트 장르와 히어로물이 결합한 블록버스터다. 오컬트 장르가 베이스인 만큼 분위기는 다소 어둡다. 피가 튀고, 괴성이 난무하는 구마 의식 과정도 당연히 담겨있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장르다.
그러나 ‘사자’의 진짜 매력은 신부가 아닌 격투기 선수 용후(박서준 분)가 알 수 없는 힘을 부여받고, 안 신부(안성기 분)와 검은 악령과 싸우는 과정이 주는 쾌감이다. 박서준의 맨몸 액션은 물론, CG의 도움을 받아 탄생한 그의 불주먹 싸움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사진=영화 '엑시트' 스틸
‘엑시트’는 스케일보다는 현실적인 고군분투가 만드는 공감 가득한 웃음이 포인트인 오락 영화다. 재난 상황이 주는 기본적인 긴장감은 있지만,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진행된다는 것이 ‘사자’와의 차별점이다.
높은 빌딩 벽을 타고 오르고, 위험천만한 난간을 달리는 등 보기만 해도 아찔한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엑시트’를 지탱하는 것은 현실에 발 디딘 캐릭터들이 만드는 현실적인 분투와 웃음이다. 청년 백수 용남과 취업에 성공은 해도 이기적인 상사 때문에 고통받는 의주의 현실적인 모습이 공감을 끌어내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탈출을 응원하게 한다.
긍정적인 캐릭터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영화의 밝은 분위기를 배가시키는데 한 몫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