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고민의 연속이다. 무엇을 먹을까, 윗사람에게 혹은 아랫사람에게 어떻게 말할까. 자잘한 고민도 있지만, 내 미래에 대한 고민처럼 길게 봐야 하는 생각들도 존재한다. 어쨌든 고민은 고민을 낳고, 다시 어느 순간 고민만 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고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머릿속 고민들은 이미 지난해, 혹은 몇해 전에 했던 고민들이고 난 그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채 살다가 문득 다시 그 고민을 머리에 넣고 다니는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 서로 고민을 털어놓아도 “다 그렇게 살아”라는 어쭙잖은 위로만 주고받을 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는 것도 많아지고, 예전보다 더 ‘어른’답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웬일인지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기분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모든 고민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시작되고, 나를 모르기 때문에 끝을 맺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장 현명한 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에는 스스로 생각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많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주어진 답만을 외우고 맞히며, 자신의 목표가 아닌 부모가 세운 이상적인 인생 로드를 밟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 아닌 나만의 정답으로 이 고민을 끝낼 수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철학’에 있다. 프랑스의 젊은 철학 강연자, 마리 로베르는 니체, 플라톤, 칸트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철학자가 바로 내 안에 숨은 욕망을 찾아주는 안내자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케아에 가구를 사러 갔다가 쓸데없는 물건만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온 날, 우연히 스피노자의 철학을 떠올렸고 큰 위로를 받는다. 철학이 단순히 고리타분한 지식이 아니라 일상 속 고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그날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원제: 칸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Kant tu ne sais plus quoi faire)를 쓰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 상담소의 직원이 되어 친구와 가족 간의 갈등, 퇴사 후 몰아치는 불안과 걱정으로 고민하는 인물들에게 가장 필요한 철학자를 소개해준다. 기존의 철학서에서 얻기 힘든 실용성과 재미를 가미하여 신개념 ‘철학 자기계발서’로 자리매김했다. / 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저자 마리 로베르┃역자 김도연┃동양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