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울림 엔터테인먼트
군부대 공연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소년·청년들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은 러블리즈의 힘은 더욱 견고해졌다. 장년까지 휘어잡은 기세다. 올림픽 경기장 올림픽홀의 넓은 공간은 80% 이상의 남성들로 채워졌다.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들은 8명의 마이크를 뚫어버리는 중저음의 떼창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말이 끝날 때마다 깊숙한 동 굴에서 울려 퍼지는 러블리너스의 함성은 이미 공연의 일부분이었다.
2일 오후 서울 올림픽 공원 올릭픽홀에서는 러블리즈의 단독콘서트 ‘올웨이즈2’(ALWAYZ2)가 약 180분간 열렸다. 지난 2017년 1월 첫 단독 콘서트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를 개최한 후 콘서트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1층과 2층을 가득 메운 팬들과 끊임없이 호흡했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러블리즈는 ‘지금 우리’를 시작해 ‘졸린 꿈’과 ‘라푼젤’ ‘놀이공원’ 등 20여개의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앞세운 이들은 콘서트 강자답게 라이브임에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전 곡을 훌륭히 소화했다. 순정 만화를 찢고 나온 듯 밝은 노래는 물론 ‘놀이공원’처럼 깊이 있는 감성의 노래에선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사진제공=울림 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는 곡이 끝날 때마다 팬들과 대화했다. “휴가는 누구랑 보내시나요?”라고 물으면 “러블리즈”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휴가 때 어디가나요?”라고 물으면 “여기요”가 돌아왔다. 팬들과 죽이 척척 맞았다. 러블리즈가 함성을 키워달라고 하면, 러블리너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찢었고, 마이크를 대면 노래를 불렀다. 함성을 넘어 괴성도 메아리쳤다.
러블리즈가 준비한 영상은 러블리너스의 행복 그 이상을 안겨줬다. 각종 방송을 통해 탄탄히 쌓은 예능감이 유감 없이 펼쳐진 영상에 러블리너스는 하나 같이 삼촌의 미소를 지었고, ‘껄껄걸’이라는 묵직한 웃음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사랑을 아낌없이 퍼붓는 러블리너스를 위해 러블리즈는 무대를 다채롭게 꾸몄다. ‘올웨이즈2’에서 러블리즈는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노래들을 리믹스로 불렀다. 외화 ‘알라딘’의 OST ‘어 올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시작으로 김동률의 ‘감사’,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등 곡을 불렀다.
벌써 6년차 걸그룹으로 내공을 탄탄히 쌓아온 러블리즈는 음악적으로도 성숙함을 드러냈다. 밴드의 선율과 어우러진 러블리즈의 목소리는 맑고 명랑한 소녀에서 벗어난 여인으로 다가왔다. 특히 김동률의 ‘감사’나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멜로망스 ‘선물’과 같이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편곡했을 때도 러블리즈는 빛났다. 러블리즈는 노랫말로 맞춘 메시지로 팬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했다.
사진제공=울림 엔터테인먼트
놀 때도 신나게 놀 줄 아는 걸그룹이기도 했다. ‘샤이닝★스타(SHINING★STAR)’ 때는 격렬한 댄스에도 무릎이 걱정될 정도였으며 ‘1cm’는 객석으로 뛰어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는 러블리즈 멤버들과 관객들의 표정은 여타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블링블링’ 그 자체였다.
영상을 기준으로 약 5부로 나뉜 공연에서 러블리즈는 히트곡 ‘종소리’, ‘아 츄’(AH-CHOO)와 ‘비밀정원’과 각종 수록곡으로 클라이막스의 흥을 이어갔으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가 준비된 공연을 끝냈다. 러블리너스의 ‘앵콜’ 연호에 ‘그대에게’와 ‘어제처럼 굿나잇’을 마지막 곡으로 꺼내들며, 180분 간의 대미를 장식했다.
“오늘 본 콘서트, 내일 처음 보는 것처럼 해주실 수 있죠?”라는 요구에 “예!!”라고 외치는 러블리너스는 단순한 걸그룹과 팬들의 사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듯 보였다. 러블리즈의 ‘올웨이즈2’는 많은 친구들을 한 자리에 불러 생일 파티를 하는 것과 같은 친근함이 가득했다.
“여러분들의 사랑에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는 러블리즈의 콘서트는 4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