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 입구에 들어서 흥정하는 여러 사람 사이를 비집고, 동생 손 꼭 잡고 할머니를 잃지 않으려 따라가다 보면 옷 가게 사이에 계단을 오른다. 돼지기름 냄새가 가득 불판 위에 빈대떡을 굽고 있고 그 냄새에 홀려 들어간다. “떡 하나 물냉 넷 닭 무침 하나요” 아빠는 홀 안내받기 전에 이미 계산대를 향해 외치고 자리에 앉는다. 이내 컵이 놓이고 주전자 뜨거운 면수가 담긴다. ‘후루룩~ 크아~ 어~’ “아니 술도 못 먹는 애가 면수 먹는 소리가 그게 뭐니?” 엄마 아빠 할머니는 날 보며 번갈아 웃는다. 왜곡해 추론해 보건대 아마 그 애기애기(?)한 나이임에도 나에겐 애주가 (혹은 폭주가)인 집안의 혈통이 해장이라는 행위의 DNA로 박힌 거로 생각한다. 그렇게 면수와 상견례가 끝나고 돼지기름 냄새 가득 바싹 튀겨진 빈대떡과 빨간색으로 버무려진 닭 무침이 등장했다. 식초 가득 뿌린 냉면과 빈대떡, 닭 무침 모두 동시에 각 맛을 느끼고 싶던 고집에 냉면을 기다린 나는 항상 빈대떡과 닭 무침을 조금밖에 못 먹었다. 부원면옥에 대한 내 첫 번째 기억은 그렇다. ... 반공 교육이 남아있던 시절을 보낸 나는 일제강점기를 거친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는데 늘 할머니는 ‘왜놈들은 찢어 죽일 놈들’이라 하셨다. 그런데 참 모순적이게도 밥솥이나 보온병 등 ‘국산은 후졌고 일제가 좋다’고 하셨다. 이번 일본 제품 불매에 유니클로의 임원진이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라는 보도를 보곤 갑자기 할머니가 떠올랐다. 굴욕적인 일제강점기 36년 동안의 일본이 저지른 악행을 바로 잡기도 전에 광복 후 치명적인 한국전을 거쳐 국가가 초토화되어 입에 풀칠이라도 해 살아야 하는 고된 삶에 돈을 쥐고 있는 찢어 죽일 놈들에게 어느 누가 당당한 사과를 요구할 수 있었을까? 전쟁통에 그들은 사과조차 어물쩍 넘어갔고 우리가 겪은 전쟁의 전리품을 팔아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아마 그들 몇몇은 강점기 당시 박아(?) 놓았던 식민사관 교육이 아직도 뿌리 깊게 박혀 우리의 DNA가 되었을 거라 착각한 모양이다. ...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과 지금 나는 너무 비슷하다. 여전히 해장할 때면 그 시장통 비집고 돼지기름 냄새의 터널을 지나 테이블에 앉기 전 계산대를 향해 주문한 뒤 먼저 나온 빈대떡을 깨작거리다 냉면이 나오면 식초 가득 뿌려 냉면을 들이켠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일본 놈들은 찢어 죽일 놈들' '국산은 후지고 일제(일본 제품)는 좋다.' 라 하셨던 사랑하는 할머니의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어 코끼리 밥솥이 보다 송중기가 광고하는 밥솥이 더 많이 팔리고 빌보드에 진입한 J POP 아티스트의 뉴스는 이제 방탄소년단을 (BTS) 카피한 일본 탄도 소년단의 오리콘 차트 진입 뉴스가 화제가 된다. 나 역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는 있으나 엊그제 SNS를 통해 최근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래옥 불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일본 친구들도 있고 #동대문 #닭한마리 를 #감동스럽다 라 표현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슬램덩크 양장본은 여전히 내 책상에 꽂혀있다. 선량한 사람들을 갈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진짜 '찢어 죽일 일본(정치인)놈들'과 일부 '찢어 죽일 국내 정치인들'의 문제에 우리가 너무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를 위해 한국에 방문해 맛있게 냉면을 먹고 #부원면옥 사장님께 감사 인사와 사인을 남긴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의 노래를 듣고 잠을 청해야겠다. 모두 크리스마스만큼의 평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디지의 뮤직 플레이 리스트 Christmas Mr. Lawrence - 류이치 사카모토 냉면집 소개 : 부원면옥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4길 영업시간 : 매일 11:00 - 20:30 / 마지막 주문:20시 1,3,5주 일요일 휴무 메뉴 : 물냉면 8,500원 비빔냉면 9,000원 온면 9,000원 냉면(곱) 10,000원 비빔냉면(곱) 10,500원 빈대떡 4,000원 닭무침 13,000원

[김디지의 #냉스타그램] 에피소드 1. 남대문 부원면옥

김디지 승인 2019.08.05 13:43 | 최종 수정 2139.04.12 00:00 의견 0

 

시장통 입구에 들어서 흥정하는 여러 사람 사이를 비집고, 동생 손 꼭 잡고 할머니를 잃지 않으려 따라가다 보면 옷 가게 사이에 계단을 오른다. 돼지기름 냄새가 가득 불판 위에 빈대떡을 굽고 있고 그 냄새에 홀려 들어간다.

“떡 하나 물냉 넷 닭 무침 하나요”

아빠는 홀 안내받기 전에 이미 계산대를 향해 외치고 자리에 앉는다. 이내 컵이 놓이고 주전자 뜨거운 면수가 담긴다.

‘후루룩~ 크아~ 어~’

“아니 술도 못 먹는 애가 면수 먹는 소리가 그게 뭐니?”

엄마 아빠 할머니는 날 보며 번갈아 웃는다.

왜곡해 추론해 보건대 아마 그 애기애기(?)한 나이임에도 나에겐 애주가 (혹은 폭주가)인 집안의 혈통이 해장이라는 행위의 DNA로 박힌 거로 생각한다.

그렇게 면수와 상견례가 끝나고 돼지기름 냄새 가득 바싹 튀겨진 빈대떡과 빨간색으로 버무려진 닭 무침이 등장했다. 식초 가득 뿌린 냉면과 빈대떡, 닭 무침 모두 동시에 각 맛을 느끼고 싶던 고집에 냉면을 기다린 나는 항상 빈대떡과 닭 무침을 조금밖에 못 먹었다.

부원면옥에 대한 내 첫 번째 기억은 그렇다.

...

반공 교육이 남아있던 시절을 보낸 나는 일제강점기를 거친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는데 늘 할머니는 ‘왜놈들은 찢어 죽일 놈들’이라 하셨다.

그런데 참 모순적이게도 밥솥이나 보온병 등 ‘국산은 후졌고 일제가 좋다’고 하셨다.

이번 일본 제품 불매에 유니클로의 임원진이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라는 보도를 보곤 갑자기 할머니가 떠올랐다.

굴욕적인 일제강점기 36년 동안의 일본이 저지른 악행을 바로 잡기도 전에 광복 후 치명적인 한국전을 거쳐 국가가 초토화되어 입에 풀칠이라도 해 살아야 하는 고된 삶에 돈을 쥐고 있는 찢어 죽일 놈들에게 어느 누가 당당한 사과를 요구할 수 있었을까?

전쟁통에 그들은 사과조차 어물쩍 넘어갔고 우리가 겪은 전쟁의 전리품을 팔아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아마 그들 몇몇은 강점기 당시 박아(?) 놓았던 식민사관 교육이 아직도 뿌리 깊게 박혀 우리의 DNA가 되었을 거라 착각한 모양이다.

...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과 지금 나는 너무 비슷하다.

여전히 해장할 때면 그 시장통 비집고 돼지기름 냄새의 터널을 지나 테이블에 앉기 전 계산대를 향해 주문한 뒤 먼저 나온 빈대떡을 깨작거리다 냉면이 나오면 식초 가득 뿌려 냉면을 들이켠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일본 놈들은 찢어 죽일 놈들' '국산은 후지고 일제(일본 제품)는 좋다.' 라 하셨던 사랑하는 할머니의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어 코끼리 밥솥이 보다 송중기가 광고하는 밥솥이 더 많이 팔리고 빌보드에 진입한 J POP 아티스트의 뉴스는 이제 방탄소년단을 (BTS) 카피한 일본 탄도 소년단의 오리콘 차트 진입 뉴스가 화제가 된다.

나 역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는 있으나 엊그제 SNS를 통해 최근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래옥 불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일본 친구들도 있고 #동대문 #닭한마리 를 #감동스럽다 라 표현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슬램덩크 양장본은 여전히 내 책상에 꽂혀있다.

선량한 사람들을 갈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진짜 '찢어 죽일 일본(정치인)놈들'과 일부 '찢어 죽일 국내 정치인들'의 문제에 우리가 너무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를 위해 한국에 방문해 맛있게 냉면을 먹고 #부원면옥 사장님께 감사 인사와 사인을 남긴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의 노래를 듣고 잠을 청해야겠다.

모두 크리스마스만큼의 평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디지의 뮤직 플레이 리스트

Christmas Mr. Lawrence - 류이치 사카모토

냉면집 소개 : 부원면옥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4길

영업시간 : 매일 11:00 - 20:30 / 마지막 주문:20시 1,3,5주 일요일 휴무

메뉴 : 물냉면 8,500원 비빔냉면 9,000원 온면 9,000원 냉면(곱) 10,000원

비빔냉면(곱) 10,500원 빈대떡 4,000원 닭무침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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