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시즌제는 방송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 인기 있는 드라마의 경우 종영하기가 무섭게 다음 시즌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기도 한다. 이에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운 탄탄한 캐릭터와 팬층을 보유한 드라마들을 다시 소환해 시즌2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사진=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스틸
작년 JTBC에서 방송된 ‘미스 함무라비’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한세상(성동일 분),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법정 드라마다.
현직 판사인 문유석이 직접 대본을 집필해 현실감 높은 드라마를 완성했다. 5%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 ‘시즌2’ 플러스 요인: 박차오름의 당당한 매력과 고아라·김명수·성동일 트리오 활약
박차오름의 당당함은 방송 초반부터 화제였다. 지하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이들에게 재치 있게 응징을 가하거나 치마를 지적하는 상사에게 니캅을 쓰고 와 응수하는 등 위풍당당한 태도로 보는 이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게 했다.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법원 조직 내에서 젊은 세대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생각을 펼치는 과정에서 시의적절한 주제를 담았다는 호평도 받았다. 여전히 곳곳에 만연한 문제들이 많은 만큼 이야기를 이어갈 여지가 많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등장인물들이 다채로웠다는 것도 극을 확장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다. 드라마는 모순에 부딪히고,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박차오름의 모습도 함께 담아내며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점들을 볼 수 있게 했다. 원칙이 우선인 판사 임바른과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는 부장 판사 한세상 등 다양한 유형의 주요 인물들을 함께 담으며 극에 깊이를 더했다.
박차오름-임바른, 이도연-정보왕(류덕환 분) 등 러브 라인도 적절하게 가미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들의 관계 모두 확실하게 결론이 나지 않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했다.
■ ‘시즌2’ 마이너스 요인: 떠난 한세상과 원작의 부재
방송 말미 한세상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박차오름의 징계를 막았다. 박차오름과 임바른,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던 한세상이 없었으면 ‘미스 함무라비’의 현실감이 이만큼 높지 않았을 것이다. 한세상이 아니더라도, 이 역할을 대체할 캐릭터가 꼭 필요하다.
‘미스 함무라비’는 문유석 판사가 쓴 동명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새롭게 구성하는 에피소드들이 지금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