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콜마.

한국콜마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부녀와 장남의 가족간 분쟁이 장남의 승리로 굳혀지는 모습이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콜마홀딩스 이사회 진입 무산됐기 때문이다. 콜마비앤에이치 주주총회에 이어 이번 주주총회까지 부녀가 연달아 패하면서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결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세종 산학연클러스터지원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과 김치봉·김병묵 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최종 부결됐다. 이번 주총은 윤 회장의 주주제안으로 열렸다. 본인과 딸 윤여원 대표 등 10명을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하자고 한 것인데 콜마홀딩스 이사회가 현재 9명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10명이 들어오면 이사회를 장악하는 동시에 경영진 교체도 가능하다.

상법상 주주총회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의 과반수이자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안건의 찬성률은 약 17%로 법정 기준(25%)에 크게 미달했다. 표결에 참가한 전체 기관투자자들도 신규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찬성률 17%는 윤상현 부회장을 제외한 윤 회장 일가 등 특수 관계인 및 일부 대주주 지분이 포함된 수치다. 이를 감안하면 일반 소액주주 중 찬성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했다.

당초 이날 임시주총은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승기 굳히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윤 회장은 자신과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유정철 콜마비앤에이치 부사장 등 10명을 신규 이사 후보로 제안했으나 지난 24일 윤 대표를 포함한 7명이 자진 사퇴하면서 윤 회장과 김치봉·김병묵 전 대표 3명만 안건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분에서도 윤 부회장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최대주주인 콜마홀딩스가 지분 44%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 역시 31.75%를 보유한 윤 부회장이다. 여기에 윤 부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달튼인베스트먼트(지분 약 7%)까지 더하면 윤 부회장 측 영향력은 37%를 넘는다. 반면 윤 회장의 지분은 5.59%, 윤여원 사장과 남편의 지분은 10.62%에 그친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주총 결과는 경영 쇄신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추진해온 회사의 방향성이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 원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최대주주인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윤 부회장과 이전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법원에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실적 악화를 문제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이에 윤동한 회장도 2018년 자녀들과 맺은 3자간 경영합의가 깨졌다며 아들에게 증여한 지분 반환 소송을 시작했다. 사내이사 선임으로 시작된 법정공방이 창업주와 장남 간 주식소송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윤 부회장이 주도권을 잡았으며 이후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여원 대표 단독 체제에서 이승화·윤상현·윤여원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결국 이번 임시주총은 표면적으로는 안건 부결이지만 주주들이 윤상현 부회장 중심의 새 체제의 신뢰를 보낸 결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