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FUN한 엔터테인먼트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신예 가수 김뜻돌은 현진영(본명 허현석)을 두고 ‘귀여운 꼰대’라고 불렀다. 조언의 내용이 영락없는 꼰대이지만, 그것들을 표현하는 방식이 귀엽다는 의미였다. 데뷔 30년을 향해 가는 현진영은 레전드 가수에서 예능감 넘치는 아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매불쇼’에 나선지 불과 1년, 성공적인 변신이다.
언제나 “으아안니영흐아쓰에요~”라는 강렬한 인사법의 그는 사랑하는 후배 가수들을 ‘매불쇼’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마약류를 사용한 전과를 완전히 오픈하며, 처절한 반성의 시간을 가진 그는 특히 사건사고와 연루된 가수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한 또 다른 포용이다. 바비킴, 호란, 상추, 이센스 등 다양한 가수들이 ‘매불쇼’의 코너 ‘현진영데이’ 해명의 시간을 가졌고, MC 최욱·정영진과 현진영의 안정적인 진행을 통해 비호감이 호감이 되는 마법을 겪었다.
사건사고 가수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진영을 최근 마포구 YTN 커피숍 2층에서 만났다. “귀여운 꼰대는 후배가수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력하게 어필한 현진영의 ‘후배 사랑’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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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넨 죄도 아니다”
‘매불쇼’ 전에 유튜브를 먼저 시작했다. 채널명은 ‘현진영: X옹’이다. 콘셉트는 꼰대였다. 그 꼰대 콘셉트가 ‘매불쇼’까지 이어졌다. 상황에 맞지 않게 갑작스럽게 조언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싸해지는 상황도 연출된다. 그럼 댓글란에 현진영을 향한 욕설이 시작된다. 불쾌한 욕설이 아닌 일종의 농담이다. 이 모든 것이 현진영의 치밀한 계산이다.
“말이 콘셉트지 사실 제 모습이 70%는 담겨 있어요. 방송에서도 이 내츄럴한 모습을 녹여야겠다 싶었어요. 욕이라기보다는 애정 어린 장난이죠. 제 콘셉트를 많이 좋아해주세요. 제 캐릭터는 그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수단이거든요. 그들의 잘못된 부분을 앞서서 지적하는 거죠. 그럼 사람들이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져요. 사건사고가 있는 출연자들을 짚어주면, 시청자들은 저를 욕하고 그들을 보호해주죠. 부모들도 보면, 아이가 잘못했을 때 남이 뭐라 하기 전에 먼저 자식을 혼내잖아요. 그런 의미죠”
민감한 이슈에 놓인 스타들이 적지 않게 출연했다. 비행기내에서 스튜어디스와 다퉜던 바비킴, 음주운전을 했던 호란,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에 남는 마이티 마우스의 상추, 현진영과 같은 전과인 래퍼 이센스 등 많은 가수들이 현진영데이로 오랜만에 근황을 알렸다.
“사건사고가 있는 친구들이 나오면 즐거워요. 하하. 할 얘기가 많거든요. 일부러 제가 더 출연자들의 치부를 얘기 꺼내요. 근데 치부는 제가 제일 크거든요. 남 욕할 상황이 아닌데 일부러 하는 거죠.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게 말하는 거예요. 사생활이 중요하기도 하고 치부도 있지만, 되도록 음악으로만 평가해달라고요. 사실 출연자들이 저지른 죄는 저에 비하면 죄도 아니거든요. 그런 취지로 더 세게 하는 거죠”
그러다가 가끔 현진영이 말을 막 이어가면서 뜨거워지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러면 진짜 욕설이 날라온다. MC진도 현진영을 공격한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들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보면 청취자들이 댓글로 공격적으로 나올 때예요. 저희가 보도 프로그램도 아니고, 실수를 감싸줘야 할 필요가 있잖아요. 실수보다는 결국 음악을 내세워줘야 하잖아요. 가끔 출연자 잘못에 엄청 집중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이상한 소리하면서 맥을 끊어버리는 거죠. 그러면 소재를 바꿀 수 있어요. 자칫하면 실수의 진짜 깊숙한 곳까지 나오게 되는데, 그럼 또 상처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 면 때문에 화내는 청취자들도 있는데, 제 의중을 아는 청취자들도 있어요. ‘교묘하게 피해가네’라는 댓글이 달리거든요. 그래도 그 옹호세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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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건드리지 마라”
현진영의 진가는 음악적 평가에서 나온다. 노래 한 번 쓱 들어보면, 이 가수의 장단점을 좔좔좔 읊는다. ‘어떤 목소리랑 닮았네’, ‘어떤 가수 따라했네’, ‘이런 음색은 인중이 길어서 가능한 거야’ ‘이 멜로디는 너가 한 건 아니지? 전문가가 한 거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음악적인 맥을 짚어낸다. 음악을 한 사람이라도 찾아내기 힘든 숨은 한 조각을 절묘하게 뽑아낸다. 30년 음악인으로서의 진면목이 나오는 장면이다.
“음악적인 평가를 해줘도 어린 친구들은 잘 못 알아들어요. 자기 세계관에 갇혀서 수용이 잘 안 되는 시기거든요. 비록 방송이지만 음악 앞에서는 카페에서 형 동생이 하는 것처럼 할 얘기 못할 얘기 다 해요. 그래야 그들도 성장이 있거든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성취가 큰 인물이다. 힙합의 문익점이라는 호칭은 농담과 진담이 교묘히 섞인 표현이다. 하지만 대중은 그 정도까지 현진영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건 MC 최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 동안 서운해 했었다고 한다.
“처음에 최욱이 음악으로도 절 깠어요. 최욱은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인데, 흥이 오르다보면 그런 식으로도 저를 까는 거예요. 사실 엄청 얄밉잖아요. 사람을 기가 막히게 놀리는데, 제가 그거에 서운해 했었죠. 진짜로 삐쳤었어요. 그래서 축 쳐져 있으면 그게 청취자들한테 다 보이고. 악플도 엄청 심했어요. 한 번은 유튜브에 ‘매불쇼’ 하차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한 구독자가 ‘현진영 ㅂㅅ짓 한다’고 또 퍼뜨린 거예요. 기존의 흔히 있는 캐릭터가 아니니까 부정적인 게 심했죠. 그 땐 진짜 멘탈 크게 깨졌었어요. 음악적으로는 자부심이 있는데 그걸 깔아뭉개니까 못 참았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참 옹졸했어요. 욱이가 하는 것도 다 캐릭터인데”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준 건 김수혁 PD였다. ‘매불쇼’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았을 때 조금만 참고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고마움이 아직도 남아 있다.
“수혁 PD가 제게 전성기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어요. 그냥 제 음악을 좋아해서예요. 그 때 수혁이가 ‘형의 음악성을 인정받길 바란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저를 설득한게 ‘형 노래가 무겁기 때문에 형이 가벼워지면, 형 노래를 가볍게 많이 듣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였어요. 걔 말대로 돼가고 있는 거 같아요. 수혁이가 진짜 브레인이죠. 지금은 목요일에 하는데 금요일에 할 때는 월요일까지 제 얘기만 도배됐었어요. 그 때가 참 좋았는데. 하하.”
그 굴곡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매불쇼’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콘텐츠의 기둥이 됐다. 특히 레슬링 경기 장내 아나운서를 연상시키는 가수 소개와 가끔씩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해박한 음악적 지식, 미워할 수 없는 꼰대 개그까지, 현진영의 시대가 다가오는 듯 하다. 현진영은 수혁 PD와 최욱, 정영진에게 공을 돌렸다.
“지금 댓글 보면 다른 건 몰라도 음악으로는 깔 수 없다는 반응이에요. 이제는 아무리 욱이가 깔아뭉개도 음악 평론은 인정받아요. 제가 잘한 것도 있겠지만, PD랑 두 MC 역할이 컸어요. 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욱이랑 영진이가 제 치부를 자연스럽게 끌어내줬고, 그걸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어요. 두 사람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최욱은 방송 들어보면 알겠지만 천재잖아요. 이런 사람 없어요. 영진이는 최욱이 던져놓은 것들을 싹 주워담고 정리하고요. 그 판에서 저도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게 됐죠. 여러 가지 부분에 잠자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준 친구들이에요. 제게 인생을 사는 관점을 바꿔준 거죠. 덕분에 저도 자유로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