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견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은 지 이미 오래다. 개는 수천 년 전부터 인간 옆에 머물러왔지 현대에 이르러 그 자리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집과 가축을 지키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그만큼 고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고통을, 절대 배반하지 않고 애정을 쏟는 만큼 사랑과 충성을 보이는 개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견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심각한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개를 학대하고 유기하는 그릇된 행동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과 개’의 6편 연작들은 동일본대지진에서 주인을 잃은 개 다몬이 친구인 소년을 찾아 5년 동안 일본 전역을 떠돌며 만난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간병에 지친 누나를 위해 큰돈을 벌고자 절도범의 차를 운전하는 가즈마사, 쓰레기 더미에서 나고 자라 도둑질밖에 배운 게 없지만 불쌍한 누나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미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남편에 절망하며 하루하루 지치고 늙어가는 사에, 자신을 매춘부로 타락시키고도 돈을 뜯어내는 남자 친구를 죽여 산에 묻고 방황하는 리와, 아내를 암으로 잃고 결국에는 자신도 암으로 죽어가며 후회로 점철된 인생에 괴로워하는 늙은 사냥꾼 야이치,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말과 웃음을 잃은 친구 히카루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연인에게 버림받고, 살아갈 의지를 잃고, 고통과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다몬이 건네는 위로를 차근차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깨닫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 인간의 옆에 있어 왔던 개가 인간에게 진정 어떤 의미인지를. ‘소년과 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애견 문제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빌어본다. 더불어 친구를 찾아 떠도는 한 마리 개의 오랜 여정을 통해,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가? 누군가 용기 내어 찾아갈 사람은 없는가?’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들고 아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행복을 찾는 우리의 여정은 이 질문의 어디쯤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의 책] 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감격의 눈물작…‘소년과 개’

박진희 기자 승인 2021.02.02 09:05 의견 0


국내 애견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은 지 이미 오래다. 개는 수천 년 전부터 인간 옆에 머물러왔지 현대에 이르러 그 자리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집과 가축을 지키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그만큼 고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고통을, 절대 배반하지 않고 애정을 쏟는 만큼 사랑과 충성을 보이는 개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견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심각한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개를 학대하고 유기하는 그릇된 행동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과 개’의 6편 연작들은 동일본대지진에서 주인을 잃은 개 다몬이 친구인 소년을 찾아 5년 동안 일본 전역을 떠돌며 만난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간병에 지친 누나를 위해 큰돈을 벌고자 절도범의 차를 운전하는 가즈마사, 쓰레기 더미에서 나고 자라 도둑질밖에 배운 게 없지만 불쌍한 누나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미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남편에 절망하며 하루하루 지치고 늙어가는 사에, 자신을 매춘부로 타락시키고도 돈을 뜯어내는 남자 친구를 죽여 산에 묻고 방황하는 리와, 아내를 암으로 잃고 결국에는 자신도 암으로 죽어가며 후회로 점철된 인생에 괴로워하는 늙은 사냥꾼 야이치,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말과 웃음을 잃은 친구 히카루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연인에게 버림받고, 살아갈 의지를 잃고, 고통과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다몬이 건네는 위로를 차근차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깨닫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 인간의 옆에 있어 왔던 개가 인간에게 진정 어떤 의미인지를. ‘소년과 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애견 문제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빌어본다.

더불어 친구를 찾아 떠도는 한 마리 개의 오랜 여정을 통해,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가? 누군가 용기 내어 찾아갈 사람은 없는가?’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들고 아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행복을 찾는 우리의 여정은 이 질문의 어디쯤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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