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분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4220선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76%라는 기록적 수익률을 달성했고 투자자 예탁금도 급격히 불어나며 역대급 기록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호황을 타고 유입된 새로운 고객층을 제대로 흡수하며 랠리 효과를 누린 증권사들은 어디일까. 올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 이익을 뜯어봤다.-편집자주

(사진=구글 제미나이)

■ 미래에셋, 600조 AUM 활용해 수수료 극대화…고객 모집 연금·AI 투트랙

국내 주식시장에 부는 훈풍에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식 수수료 수익 부문 선두다.

3분기 누적 기준 미래에셋증권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3691억원으로 2위인 KB증권(3623억원)을 68억원 차이로 앞질렀다. 이는 전년 동기(3342억원) 대비 10.4% 늘어난 수치로, 성장률 역시 업계 상위권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3분기 25조8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61.3% 증가했다. 이는 시장 성장률(59.4%)을 넘어선 규모다. 고객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인해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수익 또한 꾸준한 성장세다.

비결은 막대한 고객자산(AUM)이다. 2016년 3분기 당시 72조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증권 AUM은 대우증권 인수를 기점으로 같은 해 4분기 212조원대로 급증했다. 이후 AUM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며 6년 만인 2021년 3분기(443조8000억원)엔 기존의 2배를 넘어섰다.

지난 10월 미래에셋증권의 AUM은 600조원을 돌파했다. 총 603조3000억원 가운데 국내 자산 규모는 517조1000억원을 차지한다. 막대한 규모의 자산은 곧 타사 대비 월등히 높은 거래대금과 수수료 수익 창출되는 규모의 경제로 이어졌다.

리테일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는 또 다른 축은 미래에셋증권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연금 시장이다. 퇴직 연금을 통해 유입된 40~60대 중장년층 고객이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주식 투자로도 범위를 확장하면서 꾸준한 동력이 되고 있는 것. 해외주식 투자 ETF는 물론 최근 증시 호황을 계기로 국내 주식 투자 규모도 확장되고 있다는 게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강화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M-STOCK'에 다양한 투자·자산관리 솔루션과 AI 기반 서비스를 탑재해 디지털 환경과 AI에 친숙한 신세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마이데이터 기반 플래너 서비스를 제공하는 'MyData 2.0'을 통해 맞춤형 자산 관리를 지원하며, 'AI 투자정보', 'AI 추천검색' 등 AI를 활용해 투자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MTS 강화 전략의 성과는 즉각적인 수치로 증명됐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M-STOCK 신규 이용자 61만명 가운데 30대 이하 투자자 비율이 59%로 과반을 넘겼다. 각 연령대별로는 30대 비중이 24%로 가장 높았으며 20대(23%), 20대 미만(12%)이 그 뒤를 이었다.

■ 수수료는 범인 아닌데…신규 고객 늘지 않는 키움

반면 리테일 강자로 불려왔던 키움증권은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3분기 누적 기준 2675억원으로 전년 동기(2528억원) 대비 5.8% 증가에 그쳤다. 주요 증권사 10곳 가운데 9위에 해당하며, 삼성증권(4.6%)과 함께 하위권에 위치한다.

수수료 감소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타사 오프라인이나 일반 온라인 수수료율 대비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키움증권 수수료는 2023년 1분기 1.5bp로 인하한 이후 줄곧 1.4~1.5bp 선을 유지해온 만큼, 올해 수수료 수익 둔화를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업계에선 키움증권으로의 신규 고객 유입이 부진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시장 전체 활동계좌 수는 올해 3분기까지 8400만좌에서 9290만좌로 10.6% 늘었으나, 키움증권 계좌 수는 300만좌 선에 수개월째 발목이 묶여 있다.

거래 관련 지표 성장세도 둔화됐다. 올해 키움증권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3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3분기까지 49.3% 성장했으나 이 역시 시장 성장률(59.4%)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 리테일 점유율(MS)은 29.4%에서 27.0%로 2.4%포인트 감소했다.

■ 잇단 장애에 고객 불만↑…이벤트로 반전 도모

반복된 MTS 전산장애는 키움증권에 대한 고객 신뢰도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키움증권 MTS인 '영웅문'은 지난 4월 이틀간 거래 주문 지연을 겪은 데 이어 6월 애프터마켓 거래 정지 현상, 11월 프로그램 결함으로 인한 접속 오류 등이 반복됐다.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8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키움증권 영웅문의 종합만족도는 3.43점으로, 월간활성이용자(MAU) 상위 7개 증권 앱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정보보안과 앱 신뢰성 부문에 혹평이 집중됐다.

키움증권은 10월 초 토스증권과 유사한 간편모드를 탑재하는 등 MTS 개편을 통해 반전을 꾀했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변화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0월 리테일 MS와 활동계좌 수는 9월 대비 소폭 감소했다.

키움증권은 향후 고객 유입과 국내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련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키움증권 측은 "신규 계좌 개설 및 국내주식 거래 시 상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신규 고객에게 부담없는 거래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