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공단.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정유·화학사들도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특성상 불가피하게 배출될 수밖에 없는 탄소를 포집해 지하 퇴적층 등에 저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 막 기술개발이 시작되고 실증에 들어간 만큼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미국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계 CCS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29.2%씩 성장해 2026년 28조2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의 이같은 관심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가운데 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세계 변화 데이터 연구소(Global Change Data Lab.)의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은 에너지 부문이 73.2%로 압도적이다. 이 가운데 산업 부문에서 사용되는 에너지가 24.2%로,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7.7%를 차지한다.
2016년 섹터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자료='Our World in Data')
특히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면서 각종 산업 부문은 물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강조하자 정유·화학업계도 CCS기술개발 및 활용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 한국석유공사는 10여명 규모의 CCS전담 사업팀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등 실증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동해가스전은 국내 최초의 대규모 CCS플랫폼으로, 2025년 연간 4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CO2) 저장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집에는 SK이노베이션이, 수송·공정설비는 한국조선해양이, 환경 모니터링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각각 참여한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공정·설비 에너지를 효율화하고, 탄소포집 및 저장·활용(CCUS) 기술개발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와 함께 유럽연합(EU)이 진행하는 CCS연구협력(EU REALISE)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유산업에서 CCS검증과 기술 경제성을 평가하고, CO2흡수 기술 등을 개발에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포집한 탄소를 재활용(CCU)하는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달 여수1공장에 CCU(탄소포집·활용)설비를 설치하고 포집한 탄소를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의 생산 원료로 사용하거나 드라이아이스, 반도체 세정액 원료 등으로 만들어 중소 화학업체에 판매한다.
에쓰오일도 CO2를 산업·식품용 액화탄산과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생산되도록 중소 화학업체에 부생가스를 판매 중이고, 현대오일뱅크는 한국화학연구원과 CO2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연간 60만톤 규모의 탄산칼슘(CaCO3) 생산 공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기술력 등의 한계로 인해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CCU장비를 설치한 롯데케미칼은 본격적인 활용 단계는 아닌 만큼,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달 CCU장비를 설치해 이제 실증에 들어간 단계”라며 “탄소포집율 등 효과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화학업계 관계자도 “포집탄소의 저장보다는 활용 기술의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개발단계고 상용화 수준에 이르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