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허가를 받았다 (사진=카카오페이)
은행, 증권업에 진출한 카카오가 보험까지 품었다.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사업자가 디지털 손해보험사(통신판매전문보험사) 예비허가를 받는 첫 사례다. 손해보험업계 ‘메기’ 수준을 넘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의 보험업 예비 인가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페이가 금융위에 손해보험사 설립 예비 허가를 신청한 지 6개월 만이다.
금융위는 카카오손보가 카카오그룹의 디지털 기술·플랫폼과 연계한 보험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보험산업 경쟁·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보험업 진출에 한 발짝 나아간 카카오손보는 6개월 이내에 허가요건인 자본금 출자·인력 채용·물적 설비 구축 등을 이행한 후 금융위에 본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연내 본허가를 목표로 일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후속 절차로 본인가를 마무리하고, 연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카카오페이가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면 빠르면 연말 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 보험업 영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예비허가에 이어 본허가까지 얻어낸다면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 첫 사례이자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에 이은 세 번째 디지털 손보사 탄생이다.
카카오손보는 카카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기존의 보험사가 적극적이지 못했던 부분을 공략하는 틈새시장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손보가 사전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이러한 계획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계획서에 따르면 카카오손보는 소비자가 참여하는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드는 제품) 보험, 플랫폼과 연계 보험 등 일상생활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등 보험 가입·청구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더불어 카카오손보는 ‘생활 밀착형 보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적극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일상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통해 보험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카카오의 다양한 계열사도 카카오손해보험의 강점이다. 카카오손해보험은 카카오톡과 카카오키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 등과 손잡고 여러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해 다소 긴장하고 있는 반응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카카오 플랫폼을 등에 업은 강력한 보험사 등장은 충분히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카카오손보가 소액단기전문보험(미니보험),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디지털 종합손보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측도 기존 손보 업계가 카카오손보를 주시하게 만든다.
특히 현재 자동차보험 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나 최근 ‘탄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도 고객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가입이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데다 1년마다 갱신을 해야 하는 상품이라 언제든지 고객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손보의 등장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보험 비대면 채널이 대중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보험 자체가 쉽다는 인식이 생기면 접근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던 기존 보험사들의 부족한 점을 혁신 보험사가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존 공급자 중심이던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