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 기본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법 통과 후의 후유증을 우려한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 기술력 등을 감안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탄소중립기본법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의 35% 이상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연도별 실행계획이나 지원책이 없이 목표만을 내세운 상태다.
탄소발생량이 많은 철강업계가 가장 문제다. 현재 탄소중립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은 수소환원제철공법, 코크스건식소화설비, 탄소포집, 전기로 확대, 재활용 원료 활용 등이 있다. 다만 일부 기술의 경우 개발비용과 시설 교체비용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
■ 탄소중립, 최선의 방법은
‘수소환원 제철공법’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공법이다. 기존 생산방식은 고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녹인 뒤 철만 뽑아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한다. 현재 탄소중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이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기술개발 비용만 10조원에 고로 교체비용이 54조원가량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수소환원 제철공법을 접목한 HBI(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가공품)와 고철 대체제인 직접환원철(DRI)을 사용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코크스 건식 소화 설비(CDQ)’는 제철 공정 중 석탄 원료로부터 코크스를 생산한 후 냉각하는 설비다. 냉각 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증기와 전력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이를 개발하기 위해 5년간 49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탄소포집(CCUS) 기술’은 이산화탄소가 생산되는 근원지에서부터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 필요한 곳에서 사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형식이다. 탄소 사용 자체를 극적으로 줄이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기술개발 초기단계로 기술 상용화까지는 시간과 비용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설비시설에는 약 5000억~ 6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배출지마다 지어야 하니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기존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는 방식은 다른 방법에 비해 추가 투자비용이 적게드는 비용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전기로 공법은 전기의 아크열로 고철을 녹여 고철을 재활용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전기로의 온실가스 배출원단위는 조강생산 톤당 0.4톤CO₂로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하는 고로공정의 1.9~2.3톤CO₂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기로를 사용하기 위해선 이에 필요한 양질의 철스크랩과 전기요금이 발생한다. 8월 현재 고철 가격은 1년전 26만원에 비해 130.77% 오른 60만원이다.
■ 기술개발 이뤄져야 가능한 탄소중립
현재 전기로 방식 이외의 다른 기술은 개발이 더 진행돼야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탄소중립에 공감은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실용화시키는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술의 불확실성, 막대한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기술개발만을 추진할 게 아니라 이를 추진하면서 일자리 창출 등 비용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기본법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연도별 추진계획 등이 나와있지 않아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사실상 하루아침에 생산방법을 바꾸거나 원료를 교체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소환원 제철공법’만 해도 기술력과 더불어 전반적인 인프라도 좋아야 가능한데 수십조원의 비용을 민간기업이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정부 자금지원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산과정만이 아닌 유통, 소비, 폐기, 수집, 재활용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규제만이 아닌 사회경제적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